병역특례 관리에 '구멍'...사인회, 유급 입시학원 강습까지 봉사활동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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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특례 관리에 '구멍'...사인회, 유급 입시학원 강습까지 봉사활동 인정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8.10.2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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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서 '장현수 문제' 도마에..."이동시간까지 포함시켜 봉사시간 부풀리기도" / 류효훈 기자
장현수의 병역특례 봉사활동 제출자료 조작을 통해 드러난 병역특례제도의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사진: pxhere 무료 이미지).

지난 23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장현수의 병역특례 봉사활동 제출자료 조작이 드러난 것을 시작으로 현행 병역특례제도의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예술, 체육 요원 병역특례 제도를 살펴보면, 2015년 7월 이후의 수혜대상부터 병무청장이 정한 해당 분야에서 34개월을 복무하고 봉사활동 의무를 가진다. 의무복무 기간 중 총 544시간의 봉사시간을 채워야하며, 기간 안에 못하면 그만큼 복무기간도 봉사시간을 모두 채울 때까지 연장된다. 봉사분야는 공연, 강습(교육), 공익 캠페인 등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장현수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서 병역특례를 받고 체육요원으로 대체 복무 중 544시간의 봉사시간을 의무로 채워야했지만, 허위로 채운 사실이 적발됐다. 봉사활동 제출 자료를 조작해 제출한 것이다. 같은 날 촬영된 사진을 모두 다른 날짜로 기록해 제출하거나 폭설이 내린 날 훈련했다고 거짓 증빙사진을 제출했다.

2017년 12월 18일, 장현수가 제출한 증빙사진(좌) 같은 날 촬영된 운동장의 모습. 이날 대설주의보가 내렸지만 장현수는 다른 사진을 첨부하여 봉사활동을 했다고 허위로 기록했다(사진: 하태경 의원 제공).

봉사활동 제출 자료 조작 말고도 사인회 등을 통해 봉사활동 시간을 채운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29일 YTN 보도에 따르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한 체육 요원이 지난 해 7월 지역 체육 대회 개막일에 맞춰 사인행사에 참여한 뒤 병역 특례 봉사활동 12시간을 인정받았다. 또, 다른 금메달리스트 A 씨는 모교 초등학교를 방문해 사인행사 등을 열고 15시간을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학원비를 받고 운영되는 입시학원에서의 강습도 봉사활동으로 인정된 것도 나타났다. 지난 10일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각각 제출받은 예술, 체육 병역 특례요원에 관한 사회봉사활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예술특례요원 B 씨가 무용학원과 발레스쿨 등에서 지도했다고 제출했음에도 문화예술위원회가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인정했다.

특히, 봉사시간에 이동시간을 넣어 부풀린 사례도 다수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출받은 ‘병역특례 예술, 체육요원 봉사활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실제로 봉사활동시간은 3시간인데, 이동시간이 10시간 인정돼 하루에 총 13시간을 기록하는 등 봉사시간 중 상당 부분을 이동시간이 차지하는 봉사자들의 사례들이 발견됐다.

현재, 보건복지부의 사회복지자원봉사 실적인증 기준에 따르면, 학생과 일반인들은 하루 최대 8시간만 봉사시간이 인정된다. 병역특례 요원이라 해도 병무청 교육의 경우는 일일 최대 4시간밖에 인정되지 않지만, 병역특례 예술, 체육 요원들은 하루 최대 16시간까지 봉사활동 시간이 인정되며, 준비시간과 이동시간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이새롬 기자, 더 팩트 제공).

더군다나 이를 관리하는 담당직원도 1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최경환 의원은 “증빙자료 제출을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는가 하면 관리 직원이 단 1명에 불과하는 등 사실상 손 놓은 관련 기관의 허술한 관리가 원인”이라고 문제를 짚었다.

이어 최 의원은 “예술, 체육 병역특례요원들 상당수가 복무규정을 위반하고 있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마저 지극히 허술했다”며 “공공의 성격, 공익적 활동만을 봉사활동으로 인정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헌 의원도 이처럼 봉사시간은 폭넓게 인정되지만, 인증 시스템이 비교적 부실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이 의원은 “병역특례 요원들이 수행하는 봉사활동이 도입 취지와 다르게 요식행위에 머물지 않도록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더욱 철저한 감독을 해야 한다”며 “다른 봉사기준들을 모두 점검해 합리적이고 형평성 있는 봉사인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봉사활동 제출자료 조작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행 병역법에 의하면, 봉사활동 실적을 허위로 증빙할 경우 경고 및 5일 복무연장 처분의 징계만 받는다. 더군다나 경고 처분을 8회 이상을 받아야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현재, 장현수는 이번 일로 1회의 경고 처분을 받았다. 사실상 8회 이상까지 경고를 받는 극단적인 상황은 없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병역특례의 관리 허술함이 도마에 오르자, 2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요원 봉사활동 운영 전반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앞으로 관련규정 개정 등 체육요원의 봉사활동 관리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병무청도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병무청 국정감사 업무보고를 통해 체육, 예술 병역특례 제도 개선을 위해 병무청 문화체육관광부 합동 실무추진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기찬수 병무청장은 이날 “제도의 취지, 운영 목적, 군 변역 이행 등 형평성을 따져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폐지까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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