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을 존중하는 국민 풍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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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軍)을 존중하는 국민 풍토
  • 김민남
  • 승인 2018.10.29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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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SNS에 올라온 '문자' 글이지만 한 번쯤 생각을 멈추고 눈여겨 봤으면 하는 글이 있었다.

미국 어느 여객기 기장의 너무도 정중한 나라 사랑의 말과 행동이 그 내용이다. 간혹 애국심은 오만함을 드러내기에 나는 그 기장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한 미군 병사의 장례식(사진: Luke Air Base).

긴 운행 중에 있는 한 여객기의 여사무장이 기장실로 찾아와 기장에게 "우리 비행기엔 한 군인의 시신도 함께하고 있습니다"고 보고하자, 기장은 에스코트(escort), 즉 호송군인이 있느냐고 묻는다. 한 병사가 에스코트한다고 하자, 그 병사를 더 편안한 자리로 옮겨드리고 기장실로 모시고 오라고 지시한다. 여사무장은 좌석은 이미 적절히 처리했으며 모시고 오겠다고 대답하고 나간다.

젊은 병사가 들어오자 기장은 부조종사에게 조종간을 맡기고 그 병사에게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면서 "수고가 많다. 전사한 군인은 어디까지 가시느냐"고 묻는다. 병사는 "그의 고향인 뉴저지로 가며 그 아내와 딸 그리고 부모님도 이 비행기에 타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시신을 봤으면 하고 간청하지만 자기로서는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고 대답한다. 기장에게 거수경례로 인사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기장은 곧 관제탑에 그 상황을 얘기하고 비행기가 게이트에 들어갈 때 5분간만 멈춰 전사한 군인과 가족에게 예의를 표할 수 있게 해주고, 환승 비행기로 시신을 에스코트할 때 부모님과 아내가 잠시 시신을 볼 수 있도록 조처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연락한다. 관제탑은 즉시 관계자와 협의하고 허락을 받아 기장에게 회신해주면서 비행기에서 내리면 또 다른 환승 담당팀이 대기하고 있으며, 그들이 환승할 비행기까지 에스코트할 것이고, 그때 가족들이 시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6시간 긴 운행 끝에 비행기가 착륙하고, 게이트에 대이기 직전 기장은 안내 방송을 통해 "이 비행기에는 우리가 존경해야 할 전사한 병사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 가족분들이 먼저 내릴 수 있도록 그분들이 내릴 때까지 손님 여러분께서는 잠시 자리에 앉아 계셔주시기 바랍니다"고 안내한다. 전사군인의 가족들이 일어서자 사방에서 경의의 박수가 서서히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전사자를 대하는 일반 국민들의 예의와 품격이 얼마나 정중하고 또 아름답기까지 한가. 국민소득이 올라간다고 선진국이 되는 건 아니다. 로마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선진국도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문득 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당시의 우리 지도자들과 그 후의 일부 언론 보도, 그리고 최근의 '국방'을 대하는 우리 지도자들의 자세가 떠오른다.

2018년 10월 28일, 묵혜(默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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