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늦가을 빛>
산사를 둘러싼 청산 너머로
늦 가을 해가 기울자
청산이 갑짜기
검푸른 옷으로
매무새를 다시 가다듬는다
그 선원 건너편
오두막집에 가득하게 담긴 햇살이
끝없이 곱고 맑다
집주인은 한 동안
눈을 감은 채
서산으로 지는 해를 따라
한두 발자욱
먼 길을 가늠해본다
그 발길가는 곳에
선(禪) 세상에서
언제 깰지도 모르는
때아닌
가을 꿈을 찾는다
가을은 정말 여러 얼굴로 우리 곁에 다가오는 거 같다. 산사-선원의 용마루와 그 건너편 오두막집, 그리고 한적한 골짜기 개울물 소리가 그런 가을 얼굴들이다. 할 수만 있다면 도시에 사는 친구에게 이 맑은 공기와 푸르디 푸른 하늘을 한웅큼 때다가 이 저물어가는 찬란한 가을의 선물로 보내고 싶다. 아니 이미 오늘 아침 우편 배달 온 우체부 선생 편으로 보냈으니 잘 확인해보았으면 좋겠다. 이웃집 감나무에 매달린 노란 감이 탐스러운 오후 한 때이다. 적요에 잠긴 이 산골의 아침 또한 조용히 함께 열고 싶은 '오늘'이다. '마음이 모든 것'이라 하니 나는 친구와 더불어 그 마음에서 세상을 얻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2018년 10월 23일, 묵혜(默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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