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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핥기 관광 "NO", 속핥기 여행 "YES"... 외국 도시 한 곳서 '한 달 살기' 붐

기사승인 2018.10.30  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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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30대 식상한 해외여행 탈피 경향...현지인처럼 산책하고 슈퍼에서 장도 보고 / 하세준 기자

취업을 준비 중인 최모 씨는 올해 9월과 10월 약 한 달에 걸쳐 동생과 함께 해외여행을 했다. 최 씨가 다녀온 이번 해외여행은 매우 특별한 것이었다. 한 달간 많은 곳을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단 한 도시에서 한 달 동안 한 곳에 머무는 형태의 여행이었다. 그가 한 달 간 머문 곳은 동유럽의 체코 프라하. 그곳에서 최 씨는 언어장벽도 있었고, 취업에 대한 압박 등 고민도 많았지만, 프라하의 한 달 생활을 블로그에 연재하면서 동생과 도시 곳곳을 다녔고, 사진도 찍었고, 맛있는 음식과 맥주도 마셨다. 그는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경험이라는 생각으로 한 도시를 속속들이 돌아 다녔다”며 “그 누구도 해외여행을 통해서 가질 수 없는 값진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최 씨가 한 달 살기를 기록해서 네티즌들과 공유하고 있는 블로그(사진: 네이버 블로그 ‘최 씨의 생존 일지’ 캡쳐).

최근 새로운 방식의 해외여행이 유행하고 있다. 바로 ‘한 달 살기’다. 짧은 기간 동안 관광지를 중심으로 여행하거나 여러 나라 혹은 도시를 돌아다니는 수박 겉핥기 식 투어 대신, 의미 있는 해외여행을 추구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 달 동안 현지 집을 구해서 현지에서 길게 살아보는 '속핥기' 해외여행이 번지고 있다.

일반적인 해외 여행은 1-2주라는 짧은 기간이든 한 달 이상의 긴 기간이든 여러 도시와 나라를 바쁘게 구경하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방식이 유행했다. 이번 가을이 가기 전에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대학 휴학생 신현준(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이왕 유럽을 가는 김에 최대한 많은 곳을 돌아보자는 생각으로 약 한 달 동안 10개 국가, 19개 도시를 여행할 예정이다. 그의 계획에 따르면, 한 도시에 평균적으로 2박 3일 정도 머무른다. 신 씨는 ”일정이 빡빡하고 바쁘지만, 한 달 동안 최대한 많은 곳을 다니면서 최대한 많은 지식과 견문을 얻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다시 유럽에 장시간 갈 기회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신 씨의 여행 방식도 나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요새 젊은이들은 가급적 남이 가지 않은 지구 오지를 찾는 등 상투적 해외여행 방식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런 추세 속에서 등장한 것이 ‘한 달 살기’다. 이는 현지를 느긋하고 깊게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한 도시에서 보내다보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풍경을 즐기면서 산책도 할 수 있다. 현지 주민과 인간적으로 친해질 수도 있고, 현지 주민처럼 동네 슈퍼에서 쇼핑도 할 수 있다.

기자는 2015년 영국 런던으로 일주일간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빅벤, 웨스트민스터, 대영 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등 런던의 유명한 랜드 마크를 죽 둘러보았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고, 사진만 몇 장 남아 있을 뿐이었다. 런던이란 도시는 갔다 왔지만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 허무함과 안타까움에, 기자는 2017년 10월 휴학하고 런던에서 한 달 살기를 감행했다. 기자는 마치 현지인이 된 것처럼 한층 여유롭게 런던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었다. 한국 사람 치고 런던 교포말고 기자처럼 런던을 잘 배우고 느낀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자부심도 따랐다.

런던의 허름한 뒷골목 시장인 '포토밸리 마켓'에서 들러 가끔 옷을 사기도 했다(사진: 취재기자 하세준).
런던의 뒷골목 서민 시장인 포토 밸리 마켓에 들러 치즈를 사서 먹기도 했다(사진: 취재기자 하세준).
런던의 서민 시장 버로우 마켓에 자주 들러 식자료를 사서 음식을 해 먹기도 했다. 런던에서 짧게 체류하는 관광객은 이런 시장에서 런던 상인들을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다(사진: 취재기자 하세준).

원래 한 달 살기란 말은 국내여행에서 먼저 사용됐다. 이효리 씨의 TV프로그램이 반영된 이후, 효리 씨처럼 제주도에 집짓고 살지는 못해도 시간이 허락하면 한 달 간 길게 제주도에서 제주도민처럼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최근 제주도에는 한 달 살기를 목적으로 집을 빌려주는 업체도 생겼다. 펜션을 한 달간 싸게 장기 렌트해주는 상품도 생겼다.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있는 대학 휴학생 김예진(23, 부산 서구) 씨는 “같은 나라이지만 제주도는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곳이어서 한 달이 짧다고 생각될 정도로 날마다 흥미롭다”고 말했다.

제주도나 경주 등 국내에서 한 달 살기가 번지면서, 해외여행의 한 달 살기는 주로 20, 30대들 사이에서 퍼져 나갔다. 한 달 살기는 기본적으로 한 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20대는 대학을 휴학하면 가능하고, 직장을 구하기 전인 취준생들도 마음 전환을 원할 때, 30대 직장인들은 이직 중이거나 휴직계를 내면 역시 한 달이란 시간이 확보된다. 다니던 직장을 퇴직하고 이직을 준비 중인 김재현(28, 부산 해운대구) 씨도 해외 한 달 살기를 계획 중이다. 그는 “한 달이란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면서 인생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며 “외국에서 살 수 있는 용기와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건 젊었을 때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한 달이란 시간을 마련한 사람들이 해외 한 달 살기에 도전하는 시기는 바로 10월과 11월이다. 전 세계적으로 방학 등이 있어서 해외여행객이 넘치는 7, 8월에 비해 10월과 11월이 비수기이기 때문에 숙소 값이나 비행기 값이 싸다. 김재현 씨는 “한 달 동안 수입 없이 돈을 써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는 시기가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한 달 살기를 도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장소가 중요하다. 평소 흥미가 있던 곳이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고 유경험자들이 증언한다. 그러나 경제적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물가가 비싼 런던이나 파리 같은 대도시보다는 동유럽이나 동남아의 도시나 읍 단위 정도의 소도시가 적격이다. 체코의 프라하나 태국 치앙마이가 한 달 살기로 추천을 자주 받는 곳이다. 이유는 물가가 싸기 때문이다. 프라하 한 달 살기를 다녀온 최 씨는 프라하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물가가 싸 부담이 다른 곳보다 덜하고 아름다운 프라하 풍경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라와 도시를 정한 후에는 숙소를 구해야 된다. 한 달이란 장기간 숙박해야 하므로 비용이 저렴해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온라인 숙박 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엔비를 이용하는 것이다. 에어비앤비 숙소는 호텔에 비해 저렴하고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 비해 한 달 이상 장기 숙박 공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또한 에어비엔비는 가정집이 많기 때문에 주방을 이용할 수 있는 숙소를 구하기 쉬운 이유도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한달살기’를 검색하면 많은 정보들이 뜬다(사진: 네이버 캡쳐).

한 달 살기 해외여행에서 주의할 점은 여행객은 국가의 규정에 따라서 비자 없이 일정 기간 자유롭게 여행하고 체류할 수 있으나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은 불법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한 달 살기로 여행할 때 알바하면서 비용을 조달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래서 삼시세끼 식비까지 고려해서 예산을 짜야한다. 항공료와 숙소값을 제외했을 때, 영국 런던의 경우는 월 70만 원 정도, 체코 프라하는 월 25만 원 정도의 생활비가 가능하다고 경험자들이 말한다. 한 달 살기 경험자들은 직접 식재료를 사서 요리하면 한국보다 생활비가 더 쌀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물가가 동유럽이나 동남아보다는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한 달 살기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을 준비하며 종종 해외여행을 다니는 이승연(25, 부산시 서구) 씨는 요즘 인터넷에서 한 달 살기에 관한 정보를 많이 접했다. 그녀는 짧은 해외여행은 몇 번 해보았지만 한 달 살기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최근 그녀는 “색다른 관점의 여행 방법이 한 달 살기”라며 “다음 여행은 해외 한 달 살기를 하려고 계획 중이다”라고 말했다.

취재기자 하세준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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