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의 희망을 빼앗은 공기업 채용 비리, 고용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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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의 희망을 빼앗은 공기업 채용 비리, 고용세습
  • 부산시 북구 김예지
  • 승인 2018.10.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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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돈이나 자원은 유한하다. 한정돼있는 돈이나 자원이 한 집단에 몰리면서 ‘사회 불평등’이 시작된다. 사회 불평등은 누리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간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기회다. 사교육의 기회, 주거 선택의 기회 등 많은 기회가 있겠지만, 오늘 말하고자 하는 바는 취업의 기회다.

지난해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이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 줬다.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서울교통공사의 채용 비리가 논란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 1285명 중 108명이 기존 직원의 친인척이었다. 고용세습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강원랜드와 서울교통공사의 채용 비리 소식이 다른 기업의 채용 비리 소식보다 더 안타깝게 들리는 이유가 있다. 이 두 기관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공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다. 공적 이익을 추구하는 만큼 청렴결백해야 하는 공공기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우리 사회에 부정부패가 만연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 심히 안타깝다.

[더팩트ㅣ이새롬 기자] 18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는 가운데, 서울교통공사의 직원 친인척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규탄 시위를 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시청을 항의방문하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3월 정규직으로 전환한 무기계약직 1285명 중 직원 친인척 108명과 관련해 '권력형 채용비리 게이트'로 규정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사진: 더 팩트 이새롬 기자, 더 팩트 제공).

우리나라 청년들은 일자리 부족으로 고난을 겪고 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큰 문제다. 평범한 취업 준비생들은 영어공부, 자격증 취득 등의 자기 계발을 하며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스펙을 쌓고 있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 것도 결국 남부럽지 않은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함이다. 반면, 부유하고 인맥 좋은, 소위 잘 나가는 집안의 자녀들은 비교적 가벼운 노력으로 좋은 직장에 취업한다. 정말 부조리한 일이다. 열심히 자신을 갈고닦아온 취업준비생들에게 채용 비리가 주는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정부는 불공정한 채용 비리의 대안으로 지난해 7월 모든 공공기관에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의무화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선발 과정의 공정성을 위해 인재 채용에서 학벌, 외모 등을 배제하고 인성, 능력 등을 위주로 평가하여 채용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경제의 사설에 따르면, 블라인드 채용이 ‘고용세습’의 수단으로 악용됐다고 한다. 이번 서울교통공사의 채용 비리 사건 조사 과정에서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서울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블라인드 채용이라 채용 과정에서 가족 관계인 것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채용 비리의 대안으로 낸 블라인드 채용마저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혈연, 학연, 지연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폐단이다. 이를 없애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비리가 만연한 사회는 결국 부정부패에 휘둘려 망가지고 말 것이다. 우리 모두 평등한 세상에서 살길 원하지 않는가. 이번 채용 비리 문제를 제대로 조사하고, 처벌함으로써 우리가 꿈꾸는 평등한 세상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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