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우정: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 김민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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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우정: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 김민남
  • 김민남
  • 승인 2018.10.2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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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에 달이 호숫가에 
질 때에 
저 건너 산에 동이 트누나
친구 내 친구 어이 이별할 거냐
친구 내 친구 잊지 마세요

초등 4학년 때 학예회에 '우정'이란 제목의 동화극에 출연해서 부른 노래다. 동화극의 주제곡인 셈이다. 그때 담임선생님께서 써주신 대본에 따른 동극(童劇)이다. 교수형을 앞둔 친구가 죽기 전에 고향 부모님을 뵈러오려 했지만 대신 보증해줄 사람이 있어야 했다. 그때 한 친구가 그 친구를 믿고 나섰다. 부모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이 지체되자, 보증서준 친구가 교수대에 섰다. 왕(王)의 집행명령이 떨어지고 사형집행 형리(刑吏)가 밧줄을 내리기 바로 직전, 멀리서 그 사형수 친구가 숨차게 달려오면서 멈추라고 소리친다. 당겨오르던 밧줄은 내려지고 ㅡ. 두 사람의 너무도 극적인 참된 우정에 감동한 왕은 사형을 면제한다. 사방에서 관객 학부형과 학생들이 강당이 떠나갈 듯 박수를 쳤다.

그저께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 선생의 그 유명한 <세한도(歲寒圖)>에 얽힌 얘기를 읽으면서 70여 년 전 국민학교 시절의 동극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주고받은 많은 '우정'을 돌아보았다. 내가 준 우정이 그런 참된 우정이었는지 내 스스로에게 물으면서 나는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사진: 위키미디어 무료 이미지)

추사가 제주도에서 혹독한 유배생활을 할 때 그 숱한 친구들은 모두 어디 갔는지 한 사람도 볼 수 없었고 한줄 소식도 받을 수 없었다. 유일하게 함께 벼슬한 이상적이 중국에서 많은 책을 구입해서 보내줬다. 추사에게는 큰 위로와 감동과 용기였고, 그 서책이 바탕이 되어 추사는 엄청난 글과 그림 등 문학적 업적을 남겼다. <세한도>는 이상적의 용기있는, 진정한 우정을 담은 것이다. 추사체의 독특한 글씨도 그때 만들어진 것이다.

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也(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 즉 날씨가 추워지고 난 후에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안다. 힘들고 어려움을 당했을 때 진정한 친구가 보인다는 것이다. 바로 급난지붕(急難之朋)이다. 진정한 친구는 즐겁고 기쁠 때보다 위급한 어려움을 처했을 때 살며시 다가오는 사람이다. 한 평생을 살면서 이런 친구 한 사람을 가진다면 지금 생을 마친다해도 웃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정은 부(富), 지위(地位), 명예(名譽), 권력(權力) 등과는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가치라고 하겠다. 특히 권력의 경우 누군가 지적한 권럭 본질의 합법적 '폭력성'과 때때로 나타내는 오만함을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도 그 권력을 선출한 국민도 늘 살펴보길 잊지 않아야 한다. 새삼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눈을 감아보는 오늘 '여기 이 순간'이다.

2018년 10월 10일, 묵혜(默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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