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한가위 보름달의 추억 / 김민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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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한가위 보름달의 추억 / 김민남
  • 김민남
  • 승인 2018.10.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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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이 가을을 닮은 쟁반같은 음력 8월 보름달이 동산 위에 떠올라 명절과 따뜻한 정(情)을 선물한다. 온 천지에 골고루 밝고 맑은 빛을 함께 내려 준다.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병든 이나 건강한 이나 똑 같은 밝기와 부드러움으로 안아준다.

산 위에 걸친 보름달(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겨레의 큰 명절 추석은 고대 삼한(三韓) 시대로 그 기원이 거슬러 올라가는 민족의 명절이다. 농경사회가 1년 농사에 지친 사람들에게 준 휴식이기도 하다. 서양에도 비슷한 날이 있다. Thanksgiving Day, 추수감사절이다. 1620년 메이 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에 망명한 영국 청교도들은 미국을 개척해 나갔다. 그해 가을의 풍성한 추수에 감사하면서 이 날을 국경일로 정하고 가족과 친지들을 청해 칠면조 등을 즐겼다. 미국에선 11월 넷째 주 목요일, 캐나다에선 10월 둘째 주 월요일로 4일간 법정 공휴일이다.

지금 우리 들판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황금색으로 바뀌고 있다.

길가 코스모스 꽃은 살가운 바람에 하늘거리며 한껏 여유를 보인다. 비록 우리들 삶이 팍팍하고 시간에 쫓기며 허덕일지라도 이 가을 명절만은 들판의 풍성함과 보름달의 미소를 우리들 얼굴과 가슴에 담으라고 속삭인다. 러시아 국민 시인 푸시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프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고 일렀다. 그렇다. 민초(民草)들은 역사 이래 일에 고달프고 시간에 쫓기고 권력에 시달리고 전쟁에 할퀴지 않은 삶을 산 적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언제나 그때마다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가 그랬다. 영하 40도의 만주 벌판에서 맨손 맨발로 독립투쟁한 항일(抗日) 전사들도 민초들이다. 임진 병자난이나 을사늑약 때 왕을 비롯한 나라 지도자들은 무릎 꿇거나 도망갔다. 이 때도 끝내 나라를 지겨낸 건 백성들이다.

아무튼 가을의 한가운데 추석 중추절(仲秋節)엔 제대로 쉬고 알찬 힐링을 갖자. 내일 해가 뜨면 다시 삶의 터전으로 나가야 하지만 말이다.

2018년 9월 24일, 묵혜(默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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