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 라벨형 커닝페이퍼에, 허벅지에 답쓰기...진화하는 대학 시험 커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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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 라벨형 커닝페이퍼에, 허벅지에 답쓰기...진화하는 대학 시험 커닝
  • 취재기자 김강산
  • 승인 2018.10.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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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명 이상 시험치는 교양과정에서 기승...일부 대학은 '정직 서약' 등 부정행위 방지에 골머리 / 김강산 기자

올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김은지(20,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처음 치른 시험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바로 공공연히 행해지는 부정행위 때문. 김 씨가 교양 시험시간에 본 강의실 풍경은 가관이었다. 몰래 핸드폰을 보며 답을 쓰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공책을 바닥에 두고 슬쩍 훔쳐 보는 학생도 있었다. 김 씨는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들을 보니 내가 공부에 들인 노력이 억울하다고 느껴졌다. 나도 다음에는 부정행위를 해 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학에 재학 중인 김보미(20, 부산시 남구)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교양 시험을 치르기 전 한 친구가 당당하게 자신의 커닝 페이퍼를 자랑하며 이걸 준비한다고 밤을 샜다며 자랑하는 것을 본 김 씨는 어이가 없었다. 김 씨는 “대학생의 교양시험 부정 행위는 너무 공공연하게 퍼져서 부끄럽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안 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기분이다”고 혀를 찼다.

취업포탈 잡링크에서 대학생 10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험 중 커닝해 본 경험이 있나?”라는 설문에 전체 응답자 중 79.2%의 학생이 시험 중 부정행위를 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5명 중 4명 꼴로 부정행위를 하는 셈이다. 이처럼 대학생들의 시험 부정행위가 심각하다.

시험 중 커닝하는 학생(사진:구글 무료 이미지)

고등학교에서는 엄두도 못 내던 부정행위가 오히려 대학교에서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양과목은 전공과목과 달리 조교가 존재하지 않는 특성상 50명이 넘는 학생들을 교수 한명이 감독하게 되는데, 한 명의 시험 감독관으로는 수많은 학생들을 감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경성대학교에서 교양 강의를 하고 있는 이모 교수는 “학기말 강의 평가결과를 받아보면 부정행위 단속이 안된다고 항의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60명의 학생을 나 혼자 감독하기는 불가능하다. 단속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묘한 방법으로 발전한 커닝페이퍼(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발전한 커닝 방법 또한 부정행위 단속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예전의 부정행위가 조그만 커닝 페이퍼를 준비해 와 슬쩍 본다거나, 몰래 책상에 적어 두는 정도였다면 요즘의 커닝 방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진화(?)했다. 음료수의 겉 라벨을 떼어 낸 후에 똑같은 디자인의 라벨에 커닝 내용을 적어 붙이는가 하면, 허벅지에 글을 써 치마로 가린 후에 필요할 때 치마를 걷어 훔쳐 보기도 한다.

학생들이 이런 수단까지 동원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심리는 무엇일까? 동아대학교에서 교양 수업을 맡고 있는 김모 교수는 “취업이 나날이 어려워짐에 따라, 성적 관리의 중요성이 점점 커져만 간다. 전공과목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부족한 공부 시간 때문에 교양은 부정행위로 해결하려는 학생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2학기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오는 만큼 대학가는 다시 한 번 커닝과의 전쟁(?)을 치를 분위기다. 경성대학교는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수강인원이 일정 수 이상을 넘어갈 경우 이를 반으로 나눠 각기 다른 담당자가 시험을 감독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광운대학교는 2014년부터 모든 시험의 답안지에 “나는 나의 명예를 걸고 부끄럼없이 정직하게 시험에 임할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문구의 '정직 서약'에 서명하는 규정을 만들어 실천 중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 플로리다 주에 위치한 센트럴 플로리다대는 시험실 천장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원천 봉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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