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차별혐오”, “우리는 강하다.”
이들은 제2회 부산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들이 해운대 퍼레이드를 진행하며 함께 외쳤던 말이다.
지난 13일,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 문화광장에서 성소수자들의 문화축제인 ‘제2회 부산퀴어문화축제’와 이를 반대하는 종교단체의 ‘제2회 레알러브시민축제’가 동시에 진행됐다.
구남로 문화광장 중앙에서 해운대 해수욕장 방향으로 올해 2회를 맞이하는 '부산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의 인권과 성적 다양성을 알리고자 작년부터 시작됐다. 행사는 문화축제, 거리행진 등으로 진행됐다.
100m 떨어진 곳에서는 종교단체들의 동성애반대집회인 '레알러브시민축제'도 역시 2회째를 맞으며 진행됐다. 기성세대들이 가장 많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찬양 및 공연을 펼치고 구남로 광장 주변을 걷는 거리행진을 펼쳤다. 더불어 이들은 동성애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걸거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세 자녀를 둔 김주혁(40, 부산) 씨는 가정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레알러브시민축제에 참여했다. 그는 “건전하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잘 진행되고 있다. 각자의 주제에 맞게 잘하고 있으며 이번 행사가 최근, 인구감소로 문제가 생기는 것을 알리고 더 나아가 국가에도 기여할 수 있는 행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퀴어문화축제 방향으로 “너희 어머님이 불쌍하다”, “너를 낳고 불쌍하다”, “니들이 사람이냐” 등의 구호를 내건 종교단체 사람들이 집회를 가졌다.
친구와 함께 잠시 축제를 구경 왔다는 김민재(23, 부산 해운대구) 씨는 종교단체의 항의가 과격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명한 퀴어 유튜버분들도 만나는 등 퀴어축제는 말 그대로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오히려 거기에 대고 너네는 다 지옥간다고, 너네가 얼마나 성욕에 미친 성도착증 환자인지 아냐 외치는 바로 옆의 반대집회 때문에 불편했다”고 말했다.
한차례 작은 충돌도 있었다. 레알러브시민축제의 참가자였던 70대 노인이 퀴어문화축제 행사에 들어와 난동을 피운 것이다. 그는 화를 내고 거칠게 욕을 하며 축제를 반대했다. 심지어 퀴어문화축제 참가자의 옷을 찢기도 했다. 결국 다툼이 발생했고, 의경이 개입해 상황은 마무리됐다.
다소 과격했던 종교단체의 축제에 비해 부산퀴어문화축제에는 10대, 20대 젊은 층이 모여 그들만의 문화를 즐기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과 장대 깃발을 흔들며 들리는 음악에 따라 춤을 췄다. 애인과 함께 참가했다는 성소수자 성모(19, 부산) 씨는 긴 막대위에 "무지개 무무"라고 적힌 깃발을 흔들며 축제를 즐겼다. 그는 “일상 속에서 차별을 받다가 여기 와서 비슷한 사람들과 같이 연대하면서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 사회 속에서 차별이 없어지고 인식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날 행사를 위해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코스프레하고 참가한 사람도 있었다. 할리퀸으로 분장한 양모(25, 부산) 씨는 친구들에게 커밍아웃하고 다녔다고 밝혔다. 그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부산에서 열리는 큰 축제다. 사람들과 유대감이 느껴지고 벅차오른다. 사람들 사이에서 인식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밝히고 나와 힘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퀴어문화축제 부스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했다. 주한미국대사관을 비롯해, 프로 게이 유튜버 이열, 성소수자 부모 모임, 연세대, 대구대, 충남대, 카이스트 등 대학생들의 성소수자 모임 등이 연대했다. 각 지역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 관계자들도 참가했다. 전주퀴어문화축제 김난(21) 기획단장은 “깃발 하나하나가 모여 연대가 되고 우리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안전한 공간이 만들어져 행사를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퍼레이드였다. 3대의 차량 위에서 공연이 펼쳐졌으며,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외국인들, 일반인들 등이 구남로를 출발해 해운대그랜드로텔, 오션타워, 기계공고 사거리, 하버타운 등을 거치는 2.5km 구간을 걸었다.
특히, 도로로 성소수자들이 걸으면서 행진하자, 충돌을 막기 위해 차단막을 세운 경찰들 너머로 종교단체 사람들이 찬송을 부르거나 성경구절을 외쳤다. 더불어 과격한 언행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