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아홉산 숲, 호젓한 바람 스치는 대숲에 400년 적요가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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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아홉산 숲, 호젓한 바람 스치는 대숲에 400년 적요가 내려앉는다
  • 취재기자 원영준
  • 승인 2018.10.0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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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동 문씨 문중이 400년 가꾼 숲...400여 종 나무가 군락, 둥치 굵은 금강송에 맹종죽 숲 일품 / 원영준 기자
아홉산숲의 굿터에 있는 맹종죽숲. 숲 가운에 있는 조그만 공간이 포토존이다(사진: 취재기자 원영준).

부산시 기장군 철마면의 아홉산 자락에는 한 문중이 400년 가까이 가꾸고 지켜온 참한 숲이 있다. 바로 ‘아홉산숲’이다. 남평 문씨 일파인 미동 문씨 가문이 지켜온 아홉산숲은 최근 대중 개방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산책코스로 자리 잡았다.

아홉산숲에는 400여 종이 넘는 나무가 조화를 이루며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나무의 종류로는 가장 유명한 맹종죽을 비롯해 금강송, 편백나무, 대나무, 은행나무, 참나무 등이 있다. 금강송은 여느 소나무들과는 다르게 확연히 붉고 둥치는 성인이 끌어 안아도 넉넉히 남을 만큼 굵다.

아홉산숲 금강소나무 군락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원영준).

수령 400년 짜리들이 잘 보존된 금강소나무 군락은 영남일원에서 보기 드문 군락이다. 이곳의 금강소나무들은 모두 기장군청에서 지정한 보호수들. 아홉산숲에는 이를 비롯해 116그루의 나무가 보호수 지정을 받았다. 아홉산숲의 금강소나무들은 수탈이 극에 달하던 일제강점기에도 문중이 놋그릇들을 내어주는 대신 지켜온 나무들이라고. 그래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소나무들과 달리 송진 채취를 당한 상흔이 보이지 않는다.

굿터 맹종죽숲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원영준).

아홉산숲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맹종죽숲은 굿터와 평지대밭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다.  굿터 맹종죽숲은 200여 년 전 가장 먼저 조성된 맹종죽숲이다. 마을 사람들은 가운데 나무가 자라지 않는 가운데 부분을 아홉산 산신령의 영험이 있다고 믿어 궂은 일이 있을 때 굿을 하거나 마을주민 모임을 갖는 광장으로 삼았다고 한다. 또한 굿터 맹종죽숲에서 <군도>, <협녀>, <대호> 등이 촬영됐다. <대호> 촬영 중에는 서낭당을 지었는데 아직 보존되고 있다. 서낭당은 굿터 맹종죽숲에서 50m 정도 걸으면 만날 수 있다.

평지대밭에 가지런히 솟아있는 맹종죽들(사진: 취재기자 원영준).

두 번째 맹종죽숲은 평지대밭에 있다. 약 1만 평에 이르는 넓이를 자랑하는 평지대밭은 이곳 문중이 60~70년대 동래 지역의 식당 잔반을 얻어 오고 분뇨차를 불러들여 이를 비료삼아 나무를 키우고 숲을 가꾸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달의 연인 보보경심>이 촬영됐다. 워낙 넓다보니 아홉산숲 코스 중 가장 많이 걸어야하는 곳이지만 거대하고 울창한 대나무들 사이를 걸으니 자연과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숲을 걷는 동안 ‘대나무에 낙서 금지’라는 문구가 여기저기 쓰여 있다. 관리소 측은 사람들이 대나무 줄기에 글씨를 새기면 나무를 베어 버린다고. 숲을 걷다보면 이미 다 베어버린 나무들이 많이 쌓인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맹종죽에 낙서를 남긴 모습(사진: 취재기자 원영준).

평지대밭을 지나고 출구로 되돌아 나가면 입구 앞쪽에 '관미헌'이 있다. 관미헌은 고사리조차 귀하게 본다는 뜻의 한옥으로 문씨 가문 사람들이 아직까지 생활하는 공간이다. 못을 전혀 쓰지 않고 순전히 나무로만 지어서 고풍스러움을 만끽할 수 있다. 관미헌의 마당에는 구갑죽이 자리잡고 있다. 구갑죽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드문 품종이라고 한다.

관미헌 마당에 있는 구갑죽(사진: 취재기자 원영준).

아홉산숲은 어떠한 인공물의 방해 없이 자연물과 직접 만나는 숲으로 인근 주민들은 물론이고 많은 여행객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일반 숲 체험 프로그램을 참여해 안내자의 설명과 함께 더욱 풍성하게 숲을 즐길 수 있고 높은 언덕 없이 평탄한 길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노인분들도 편안히 걸으며 산책할 수 있다. 입장은 월요일은 휴무이기에 월요일을 제외한 요일에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가능하고, 머무르는 것은 오후 6시까지다. 단, 단체 입장은 예약해야 한다. 입장료는 나이 상관없이 5000원이고 생태 체험 프로그램의 요금은 1만 원이다.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할 수칙들도 있다. 숲에 들어갈 때에는 술, 담배 등 화기용품을 포함해 음식물, 운동기구, 유모차, 채집도구 등을 반입할 수 없다. 반려동물 또한 반입금지이며, 전자기기를 통해 큰 소리의 음악을 틀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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