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촬영했다“, 한국에서 여성 감독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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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촬영했다“, 한국에서 여성 감독이 사는 법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8.10.0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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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현장중계] 아주담담토크서 여성 다큐감독 5인, 남성 중심 영화계에서 살아남기의 어려움 토로 / 류효훈 기자
사진 왼쪽부터 버블패밀리>의 마민지 감독, <내가 모른 척 한 것>의 한혜성 감독, <디어 마이 지니어스>의 구윤주 감독, <기억의 전쟁> 이길보라 감독, <방문> 명소희 감독, 안보영 모더레이터(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8일 오후 2시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아주담담라운지에서 ‘새로운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의 등장’ 아주담담토크가 열렸다. 토크에는 5명의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모여 여성으로서 다큐 감독 일을 하는데 대한 고충과 보람을 나눴다.

토크의 패널로는 <버블패밀리>의 마민지 감독, <내가 모른 척 한 것>의 한혜성 감독, <디어 마이 지니어스>의 구윤주 감독, <기억의 전쟁> 이길보라 감독, <방문> 명소희 감독이 참석했고 진행은 안보영 모더레이터가 맡았다.

6년간의 촬영기간 동안 결혼과 임신, 그리고 출산으로 벌써 아이가 다섯 살이나 됐다고 명소희 감독은 말했다. 명 감독은 “매 순간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유모차를 끌고 다니면서까지 촬영했다. 여기서 포기하면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 여성 감독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아이를 키우고 작업을 할 수 있겠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회가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은 딱딱한 사회 같다”고 지적했다.

한혜성 감독 역시 여성과 남성의 틀로서만 바라보는 다큐의 피드백으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한 감독은 “주인공이 남성이고 감독은 여성이다. 그래서 여성과 남성으로 틀을 잡고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앞으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야하는 것인가 혹은 여성으로서만 비쳐지는 일들에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가에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길보라 감독과 마민주 감독은 여성 제작자에 대한 롤 모델이 없으며 기관, 심사위원 등의 구성원이 대부분 남성 감독이라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입을 모아 얘기했다. 이 감독은 “학교의 관련 전공을 다니는 학생들의 성비율을 보면 여성 비율이 높지만, 후에 남는 사람들은 결국, 남성 비율이 더 높다”고 말했다.

마민주 감독은 “초중반 여성제작자들이 남성제작자들보다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주변에 남아 있는 동료들이 줄어든다. 특히, 90년대 활동했던 여성제작자들은 현재까지 없다. 남자감독에게 근황을 물어보면 내 아내라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구조적으로 지원을 받지 못해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외에도 많은 어려움이 겪었지만, 이에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 완주해 다큐를 완성했다. 한혜성 감독은 다큐의 완성을 위해 스스로 패턴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한 감독은 ”나를 가장 압박하는 것은 피했다. 스스로 천천히 돌아보며 동료와 대화하고 차근차근 한 단계씩 하다보니 끝났다“고 말했다.

구윤주 감독은 자신이 게으르고 뒷심과 집중력이 부족한 걸 알기에 스스로 데드라인을 맞췄다. 그는 ”시작할 때 나를 너무 잘 알았다. 스스로의 의지보다는 나를 어딘가에 묶어놓고 완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원사업이나 워크숍을 통해 지원금 등을 받고 데드라인을 맞춰서 작업하며 마무리했다. 다만, 후련한 마음보다는 찝찝함이 남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마민주 감독은 ‘두 번째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라는 포럼을 동료 감독과 열기도 했다. 그는 ”첫 장편을 찍고 두 번째 영화의 두려움이 있었다. 감독들과 공유하며 어떻게 돌파할지 얘기를 나누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 말고도 끝나고 아이스크림을 먹자라며 몇 시까지 다하자는 격려 등을 통해로 견뎠다. 현재는 여러 작가분들과 협업해 스펙트럼을 넓혀 차기작을 구상중이다“고 말했다.

자신이 운이 좋아 살아남고 영화가 완성됐다고 명소희 감독은 얘기했다. 명 감독은 “스스로 자신이 없어지기도 했다. 나라도 해야지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고 힘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은 못해도 힘들게 작업하는 여성감독들이 힘을 내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아주담담토크에 참여한 한예성 감독은 또 다시 여성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한 감독은 “여성으로서 고민을 하게 됐다”며 “이것은 여성 남성의 문제가 아닌 약자, 소수에 대한 태도가 나로서 활동을 하는데 소수의 카테고리에 가둬버리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보영 모더레이터도 이에 동감했다. 그는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을 소개하는 포럼도 좋지만, 여성이라든지 소수의 카테고리로 묶거나 가둬버리는 문제를 다루는 포럼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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