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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이 자랑거리이던 자연친화 아파트, 주민투표 거쳐 사육 포기

기사승인 2018.10.09  23: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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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연제구 유림아시아드, "관리 힘들고 냄새 심해"... 여타 아파트도 특화 시설 두고 찬반 논란 중 / 하세준 기자

“우리 아파트에는 사슴이 산다!”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유림아시아드 아파트에 10여 년 동안 살아온 이재성(26) 씨는 어렸을 적 친구들에게 자주 이런 말을 하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꼭 단지 내에 있는 사슴 우리로 가서 친구들에게 사슴을 보여주곤 했다. 마치 아파트에 동물원이 있는 것처럼. 그렇게 아파트 사슴은 어릴 적 이 씨에게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이 씨는 더 이상 사슴을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없게 됐다. 아파트 입주자회의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더 이상 사슴을 키우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우리 아파트만의 자랑인 사슴이 없어졌으니 이제는 친구들에게 과거에 사슴 키웠었다고밖에 말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실은 지난 8월 원래 키우던 사슴이 죽자, ‘사슴을 다시 키울 것인가’에 대한 주민투표를 진행했다. 관리사무실은 더 이상 사슴을 키우지 말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사슴 키우기 폐지를 결정했다.

부산시 연제구 유림아파트는 사슴을 실제 키우는 친환경 아파트라는 자랑거리가 있었으나 관리가 힘들어 사슴우리를 없앴다. 현재 사슴우리 자리는 다른 시설이 들어서기 위해 공터가 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세준).

원래 유림아파트는 2001년 분양 당시 자연친화적 아파트를 지향한다면서 사슴을 키울 예정이라고 홍보했다.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사슴을 아파트 산책길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매입에 참여한 것도 사실이다. 분양 당시의 한 입주민은 "사슴이 사는 친환경적인 아파트라고 건설회사가 홍보했고 사슴이 아파트의 마스코트가 돼서 인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유림아파트는 2001년 입주 이후 많게는 세 마리 이상 적게는 2-3마리를 항상 키웠다. 주민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전국적으로도 사슴을 키우는 아파트는 서울에 한 곳 정도 있다가 곧 없어졌기 때문에 유림아파트는 전국적인 명성과 자부심도 가졌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그러나 관리사무소와 주민들이 사슴 폐지에 찬성한 이유는 관리 비용이었다. 사슴은 예민한 초식동물이어서 관리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  먼저 키우던 사슴도 원인 모를 이유로 죽었다고. 이 씨도 어린 시절 사슴과 함꼐 보낸 추억이 아쉽기는 하지만 사슴 재구입에는 반대한다. 이 씨는 “사슴을 구입하는 것도 비싼데 환경 조성이나 관리하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악취 문제도 사슴이 사라지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사슴 우리 근처에 가면 사슴의 배변 등에서 고약한 악취가 심하게 났다. 우리를 관리하고 청소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24시간 사슴의 배변을 냄새 안나게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한다. 아파트의 한 주민은 “악취가 나고 벌레 떼들이 사슴 우리에 몰려 있으면 전염병 등이 걱정됐다”며 “사슴을 없애는 일이 잘 된 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에서 사슴 키우기를 포기한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주민들도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아파트의 상징 같은 사슴이 사라진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아파트 주민 김경률(26) 씨는 “아파트 산책로를 걸으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사슴을 기르는 친환경적인 아파트에 산다는 자부심이 사라졌다”며 “항상 있던 사슴이 사라지고 우리가 공터가 되니 허전하다”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들은 단순히 집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특별한 공간을 주는 경우가 많다. 헬스장, 골프 연습장, 연못, 분수, 독서실 등을 공동 공간에 배치하여 특색 있는 아파트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림아파트가 사슴을 키운 것도 이런 아파트 특색화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결국 이 아파트가 사슴을 없애기로 한 것처럼 아파트 특색화는 찬반 논란이 있다. 울산 중구에 위치한 유곡 푸르지오 아파트는 입주민 자녀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독서실을 제공한다. 시험기간에 돈을 주고 외부 독서실을 찾던 입주민 자녀들에게 무상으로 독서실을 제공하는 것이다. 학창시절 아파트 단지 내 무료 독서실을 이용한 백종희(27) 씨는 “독서실은 우리 주민만의 특권 같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서실도 말이 많았다. 1000세대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인데 자리는 50개 정도만 제공되니 자리 다툼이 심했다. 독서실 주변의 소음도 심각했다고 한다. 백 씨는 “자리를 어렵게 잡았는데 소음 때문에 공부가 잘 되지 않아 화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채소 등을 주말농장처럼 가꿀 수 있는 텃밭을 주는 아파트도 있다. 해운대에 거주하고 있는 박모(28) 씨는 최근 집을 알아보다가 텃밭을 제공하는 아파트나 빌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 씨는 “요새 전원주택이나 주말 농장이 인기인데 아파트에 텃밭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런 아파트를 알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강동진 교수는 수영장이나 헬스장 설치 등으로 아파트를 특색 있게 꾸미는 것은 좋으나 주민들이 두루 혜택을 보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자연친화적 사슴 아파트 아이디어는 좋으나 주민들의 이해 관계가 같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아파트가 공간 내에 무엇을 만들든지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또 지속성 있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취재기자 하세준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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