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병역브로커’ 논란으로 본 병역 혜택, 시대의 변화에 동떨어진 것은 아닐까… / 윤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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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병역브로커’ 논란으로 본 병역 혜택, 시대의 변화에 동떨어진 것은 아닐까… / 윤민영
  • 충남 천안시 윤민영
  • 승인 2018.09.2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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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진행된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많은 이슈가 있었다. 최초로 e-sports 종목이 시범 종목으로 채택돼, 경기가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화두가 뜨거웠던 것은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병역브로커’ 논란이었다.

논란의 주인공이 된 선수는 내야수 오지환(LG)과 외야수 박해민(삼성)이다. 두 선수는 모두 1990년생으로 국군체육부대(상무)나 경찰야구단(경찰청)에 지원할 수 있는 나이를 넘겼다. 야구팬들은 지난해 두 선수 모두 선수생활에 가장 큰 벽이 될 수 있는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을 때부터 두 선수 모두 아시안게임에서 군 면제 혜택을 노리는 것 아니냐며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두 선수는 객관적인 지표로 보면 국가대표에 발탁될 만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 대다수 야구팬들의 반응이다.

선동열 감독은 “오지환을 백업 유격수, 박해민을 대주자 및 대수비 요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오지환은 실책과 삼진이 많을 뿐 아니라 3할 타율로 시즌을 마감한 경험이 없어 백업 유격수로 부적절했다. 오히려 네티즌들은 포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에서 뛰어난 수비 센스를 유지하고 있고 대주자 및 대타로도 활용 가능한 오재원이나 류지혁, 신본기 등이 발탁됐어야 했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박해민 역시 최종 엔트리 발표 당시 KBO 중견수 중 10위의 성적을 보였던 만큼, 대주자 요원을 내야수에서 발탁하고, 외야에서는 타격 주루 수비 모두 준수한 선수들이 즐비한 만큼 보다 나은 선수를 대표팀에 승선시켜야 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결국 야구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들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 속에서 13일, 사단법인 ‘한국청렴운동본부’는 선동열 감독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두 선수가 지난해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것이 아시안게임 발탁과 관련한 청탁 등이 있었을 것이란 의혹에 따른 것이었다.

이렇다보니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의 “K팝 최초 빌보드 200에서 두 차례 1위를 거머쥔 그룹 방탄소년단 역시 국위선양에 기여한 만큼 병역특례 대상자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45년 전 도입돼 현재까지 유지된 병역법 제33조에 따르면, 올림픽 동메달 이상 및 아시안게임 금메달, 예술계의 국제경연대회 입상자들에게 병역혜택을 부여한다. 운동선수나 예술인이 국제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통해 국위를 선양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기대하며 격려하기 위함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반대하는 이들은 “빌보드 차트는 다른 예술인, 체육인처럼 경제활동을 잠시 멈추고 국가를 대표해 출전한 대회가 아닌, 경제활동의 보상”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찬성하는 이들은 “대중가수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회가 있는 것이 아니며, 빌보드 차트는 전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음악 차트인 만큼 올림픽 메달과 견주어 손색없이 국위를 선양했으니 이들에게도 병역 혜택을 수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병역 특혜 문제의 핵심은, 방탄소년단에게 군 면제 혜택을 주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45년 전의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병역법이 2018년인 지금에도 적합한지가 핵심이 아닐까. 문제됐던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의 경우 대다수 국가가 야구 볼모지다. 프로 리그가 있는 일본, 중국, 대만 모두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했다. 대만의 경우 프로선수가 발탁되긴 했지만 아마추어 선수와 같은 비율을 유지한다. 즉,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은 국위선양으로 보기 어렵다. 마치 대학생이 초등학생과 싸워 이겼으니 상을 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또 과거의 대중가요 시장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오히려 국제경연대회 콩쿠르의 인지도가 더 높았다. 하지만 45년이 지난 현재 K팝은 전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다. K팝 가수들의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가 이를 증명한다. 더 나아가 K팝 가수들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들도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고 봐야 옳다. 실제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아이돌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한국까지 찾는 외국 팬들은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e-sports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시대가 변화한 만큼 그에 맞춰 제도가 따라가야 한다. 시대는 변화하는데 제도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구시대적 유물에 불과할 뿐이다.

e-sports가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이 되는 등 당당한 스포츠로 부상하고 있다(사진: Lyncconf Games, Creative Commons).

하지만 과거부터 시작된 출산율 감소와 군 복무 단축 등으로 병역 자원이 줄고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다른 국민들이 병역 부담을 모두 감수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또, 체육인들은 이미 국군체육부대나 경찰체육부대 등으로 병역 특혜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하지만, 스포츠와 문화 예술계 등에서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인재들이 있다면, 역량을 지속해서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형평성과 시대의 변화에 맞게 병역법에 따른 병역 특혜는 개편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국회가 일목요연하게 시대에 맞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제도 개선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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