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2년... 이지문 박사 "법 몰라 위반하는 일은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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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2년... 이지문 박사 "법 몰라 위반하는 일은 없어야"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9.2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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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 부정투표 양심선언 당사자, 최근 청탁금지법 해설서 '알기 쉬운 청탁금지법 강의' 발간 / 신예진 기자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28일로 시행된 지 2년을 맞았다.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자는 것이 이 법의 취지다. 청탁 금지법은 시행 당시 소비 경기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며 그 필요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거셌지만 이제 어느 정도 사회에 스며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권익위가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10일까지 일반국민, 공직자 등 총 3016명을 대상으로 청탁금지법에 대한 각계의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중 8~9명은 청탁금지법 시행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97.0%), 공무원(95.6%), 국민(89.9%) 순으로 청탁금지법 시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청탁금지법이 ‘부패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한 이들은 공무원의 91.1%, 국민의 74.9%에 달한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청탁금지법 위반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아 지난 1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처음 시행된 2016년 9월 28일부터 지난 7월 말까지 총 260명이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지난 2017년에는 90명이 적발됐지만, 올해 7월 말까지 총 169명이 적발됐다. 다만, 청탁금지법 위반 검거는 신고나 인지 수사 등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경찰청의 통계가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여 년 동안 청렴한 사회 만들기에 힘쓰고 있는 이지문 박사(사진: 이지문 박사 제공).

김영란법 시행 2년을 맞아 사단법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이자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전문강사로 활동 중인 이지문 박사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이 박사는 1992년 현역 중위 신분으로 군 내에 부정투표가 만연하다는 사실을 폭로해 한때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청탁금지법 위반 건수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일반 국민’과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 국민들이 잘 모르거나 잘못 이해해서 의도치 않게 법을 위반한다는 것이다.

이 박사에 따르면, 부산 모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담당 교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과 학생들이 3만 원씩 각출해 선물로 상품권과 케이크를 줬던 것. 교수는 학생들의 성적을 매기기 때문에 학생들과 10원짜리 동전 한 닢 주고받을 수 없는 관계다.

이 박사는 이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청탁금지법을 충분히,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최근 펴냈다. <알기 쉬운 청탁금지법 강의>가 그것. 부제는 ‘위반사례 중심으로 보는 김영란법 가이드북’이다. 기본적인 법 내용을 전달하며 지난 2년 동안 실제로 발생한 다양한 위반사례들을 소개한다. 법의 취지와 성과, 개선점도 함께 담았다. 청탁금지법 교과서라고 볼 수 있다.

이 박사는 “공직자들은 의무적으로 1년에 한 번 청탁금지법과 관련한 법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면서 “일반인들이 법을 몰라서 위반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 집필을) 시작했다”고  이 책을 집필한 계기를  설명했다.

이지문 박사가 발간한 <알기 쉬운 청탁금지법 강의 - 위반사례 중심으로 보는 '김영란법' 가이드북>(사진: 이지문 박사 제공).

이 박사는 청탁금지법을 어떻게 정의할까. 그는 청탁금지법을 “공직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고 답했다. 청탁금지법은 예기치 않게 들어오는 청탁에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준다는 것이다. 상급자가 청탁을 한다면 담당자 입장에서 거부하기 힘들다. 그러나 지금은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만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청탁을 정중하게 거절할 수 있다.

이 박사는 “청탁금지법의 취지는 공직자 등이 부정청탁을 받거나 금품 등을 수수했을 때 처벌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면서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거부할 명분을 주고 수수 금지 금품 등으로부터도 자유롭게 함으로써 선의의 공직자 등이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문 박사는 ‘반부패의 상징’, ‘내부고발자의 수호자’, ‘군 양심선언 주인공’ 등으로 불린다. 그는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영화 <변호인>에서 양심선언하는 군의관 윤 중위의 실제 모델이다. 웹툰 <송곳>에서 선거 관련 부당한 정신교육에 반대하는 주인공도 이 박사의 젊은 시절을 그린 것이다.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당시, 이 박사는 현역 중위 신분이었다. 그때 군에서는 군인들을 상대로 여당을 지지하라는 정신교육, 중대장이 보는 앞에서 공개투표 등을 저질렀다. 이 박사는 이를 부끄럽게 여겨 군대 내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양심선언으로 세상에 알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군 부재자투표가 부대 내에서가 아닌 선거관리위원회 관리 하에 학교나 체육관 등에서 하는 영외 투표로 바뀌게 됐다. 그는 이 일로 구속돼 이등병으로 파면됐지만 3년 재판 끝에 중위 신분을 되찾았다.

이후 이 박사는 20여 년 동안 ‘반부패 운동’을 벌이며 전국을 누볐다. 그는 20대 후반에 제4대 서울시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했고, 국가청렴위원회 전문위원, 서울시 교육청 시민감사관, 국민권익위원회 부패시책 평가위원 등으로 청렴한 사회 만들기에 앞장섰다. 현재 (사)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 정부 청렴사회민관협의회 의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다.

동분서주하는 이 박사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낀다. 이 박사는 현재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에 미비점이 있다고 보고 법 정비에 힘쓰고 있다. 이 박사는 “청탁금지법만 놓고 보면 불합리한 부분,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정리를 확실하게 해 국민들이 억울하게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법 정비에 대해 시민단체와 의견을 주고 받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마지막으로 청탁금지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이 박사는 “나하고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국민들은 부정청탁이나 금품 등을 받을 수 있는 위치인 공직자는 아니지만 제공하는 입장에서 청탁금지법 대상이다. 기본적인 지식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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