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 안쓰고 머리감기 '노푸(no poo) 바람'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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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 안쓰고 머리감기 '노푸(no poo) 바람' 뜨겁다
  • 취재기자 류세은
  • 승인 2015.03.22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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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킹 파우더와 식초 사용....탈모방지, 모발강화 소문, SNS 확산

대학생 정모(25,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샴푸를 사지 않은 지 3개월이 지났다. 그 이유는 알뜰한 자취생인 그가 생필품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는 소위 샴푸를 쓰지 않고 머리를 감는다는 노 샴푸, 즉 노푸(no poo)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탈모로 고생하던 정 씨는 SNS에서 노푸가 탈모에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그는 “속는 셈 치고 해보자는 생각으로 노푸를 시작했다"며 “효과가 좋아,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 했다.

최근 인터넷에서 노푸가 유행이다. 노푸는 머리 감을 때 샴푸나 린스 같은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물로만 헹구거나, 베이킹파우더와 식초만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노푸를 하면, 탈모방지와 모발 강화에 효과를 보았다는 이야기가 SNS로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노푸를 하고 있다.

노푸는 샴푸에 들어 있는 계면활성제(거품을 발생시켜 두피에 붙은 오염물질 제거를 돕는 성분)와 실리콘, 향료와 같은 화학성분이 두피를 상하게 한다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기네스 펠트로와 로버트 패티슨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노푸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 후 SNS나 블로그에서 노푸의 긍정적인 후기들이 올라오면서, 노푸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노푸족’이라고 불리며, 여러 모발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그들의 성공담과 노푸 방법 등이 공유되고 있다.

▲ 인터넷 개인블로그에 노푸를 하는사람들이 후기를 포스팅 해서 올리고 있다. (사진: 네이버 블로그 캡쳐)

노푸를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머리를 감을 때 물로만 헹구는 것이다. 샴푸에 익숙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물로만 헹구지 않고, 베이킹파우더를 푼 물에 모발과 두피를 적셔주고, 사과 식초를 다시 모발에 뿌린 후 헹궈 주는 게 좋다. 결국, 머리 감을 때 베이킹파우더와 식초를 사용하다가 노푸로 가든지, 처음부터 노푸로 가면 된다는 게 노푸의 방법이다.

노푸를 3개월 넘게 해오고 있는 회사원 박모(28, 북구 금곡동) 씨는 두 가지 노푸 방법을 지속적으로 섞어서 사용하고 있다. 박 씨는 일주일 중 출근하는 5일 동안은 베이킹파우더와 사과 식초를 이용하여 머리를 감고, 주말 이틀에는 물로만 헹군다. 박 씨는 “가끔 기름이 제거되지 않은 모습이 남에게 불쾌감을 줄까 봐 출근하는 5일은 꼭 베이킹파우더로 머리를 감는다”고 말했다.

▲ 부산 북구 화명3동 롯데마트에 많은 샴푸와 린스가 진열돼있다(사진: 취재기자 류세은).

노푸를 하는 사람들은 노푸가 두피를 건강하게 해주고 모발을 강화시켜주어 탈모방지와 모발 굵기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주부 김미려(48, 북구 화명3동) 씨는 노푸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너무 많이 빠져 여러 민간요법이나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별 차도가 없었다. 지인이 노푸로 탈모방지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에 노푸를 하게 됐다. 노푸를 시작한 후에 머리 빠지는 게 많이 줄었다. 김 씨는 “탈모에 효과적인 것 같아서 요즘 주위 사람에게 많이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푸가 오히려 가려움증이나 지루성 피부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대학생 김보경(23, 화명3동) 씨는 평소에 염색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얇은 모발 때문에 노푸를 시작했다. 그런데 노푸를 시작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두피가 빨갛게 되면서 따가워졌다. 김 씨는 병원에서 지루성 피부염이란 진단을 받았다. 피지가 많이 쌓여 일종의 습진 상태가 됐다는 것이었다. 그 후 김 씨는 두피가 예민해져서 샴푸를 바꾸기만 해도 머리가 많이 빠진다. 김 씨는 자신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다음부터 노푸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푸를 할 때 머리에 남아있는 비듬도 문제이다. 비듬은 두피에 있는 정상세균이 과다 번식하여 생기는 것인데, 피지가 많을수록 잘 번식한다. 노푸를 할 때 피지가 깨끗이 제거되지 않아 비듬이 생길 수 있다. 화명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는 가끔 노푸를 하는 손님들이 비듬을 많이 가지고 있고 그 비듬 때문에 냄새도 나는 경우를 만난다. 김 씨는 “노푸를 하는 그들의 두피에서 비듬이 제거되지 않아서 그 비듬이 냄새를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푸가 모든 이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평소에 건성이거나 아토피가 있는 사람들이 노푸를 하면, 대개 비듬이 생기고, 두피에 따끔거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두피 모발 전문가 이모(38, 부산시 북구 덕천2동) 씨는 우리의 피부는 중성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베이킹파우더나 식초는 산성으로 두피에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러한 자극은 건성과 아토피가 있는 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더 많이 끼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화명2동의 피부과 전문의 문모 원장은 탈모방지 등을 이유로 노푸를 하겠다면 전문의와 상담한 후 자신의 두피 상태를 고려해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문 원장은 샴푸나 린스의 화학제품이 걱정이라면 계면활성제나 향료가 적게 들어간 샴푸나 린스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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