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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가짜뉴스만 싣는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 세계적 인기 사이트로 부상

기사승인 2018.10.12  01: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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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뉴스로 세상 풍자한다고 공공연히 게시..."최악 뉴스사이트" 비판 불구; 캐나다선 표현의 자유로 인정 / 하세준 기자

한 인터넷 사이트에 미국 뉴욕시 차이나타운에서 유명 레스토랑의 주인이 현지 경찰과 연방요원에 의해 체포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뉴스는 미국 동식물검역소의 발표를 인용해 체포된 중국 레스토랑 주인이 정기적으로 이웃 주민의 개나 버려진 개를 죽여 요리해 손님들에게 제공해 왔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 뉴스는 주인이 47가지의 죄목으로 최대 95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여름철 복날만 되면 개고기, 일명 ‘보신탕’ 식용문화가 화제가 되는 한국인에게는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만하다. 하지만 이 기사는 웹 사이트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URL주소: https://worldnewsdailyreport.com)에서 쓴 가짜뉴스였다.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에 실린 중국 레스토랑 주인 구속사건 가짜뉴스 기사(사진: worldnewsdailyreport 캡쳐)
중국 레스토랑 주인 구속 사건의 가짜 뉴스의 일부와 첨부된 사진(사진: worldnewsdailyreport 캡쳐)

이 가짜뉴스는 겉보기에 매우 사실적이다. 기사 속 캡처된 사진처럼 이 기사는 사진, 제목, 본문은 물론, 사건의 구체적인 지명과 장소를 언급하고 있고, 식품안전검사청이나 미국동식물검역소 등의 기관도 그럴 듯하게 나와 있다. 또한, 사건 관련자의 이름, 진술 내용, 재판일, 그리고 첨부된 사진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누가 봐도 가짜뉴스라고 보기가 힘들 정도다. 실제로 이 기사를 사실로 믿은 많은 네티즌들이 비난 댓글을 달았다. ‘ERNIE’란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이 기사에 비속어를 섞어가며 “그(체포된 기사 속의 차이나 레스토랑 주인)를 중국으로 돌려보내라”고 댓글을 달아 화를 분출했다.

중국 레스토랑 주인 고소 사건 가짜 기사에 달린 댓글들(사진: worldnewsdailyreport 캡쳐)

이 기사를 보도한 인터넷 뉴스 미디어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는 캐나다 퀘벡에 본사를 두고 오로지 가짜뉴스만을 전문적으로 만들어내는 웹 사이트다. 이 사이트의 회사 소개에 따르면,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는 2013년 11월에 캐나다인 머레이 홀(Janick Murray-Hall) 씨와 올리비에 리글로(Olivier Legault) 씨가 설립했으며, 종교, 과학적 이론, 정치적 음모, 스포츠 뉴스까지 다양한 분야의 가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가 쏟아낸 가짜뉴스는 수를 셀 수 없이 많다. 로또 1등에 당첨된 한 미국인 남성이 평소에 자신을 푸대접한 고용주에게 분뇨를 부었다는 뉴스, 일본인들이 고래잡이를 나갔다가 식인고래를 만나 고래에 잡아먹혔다는 뉴스. 한 미국인 노부부가 동성애자인 손자를 이성애자로 바꾸려고 최면술사를 고용했다가 실패하자 그 최면술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는 뉴스. 시체안치소에서 근무하던 남성이 시체 안치대에서 낮잠을 자다가 다른 잡부의 실수로 화장됐다는 뉴스 등 독자의 흥미를 끈 기사들은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가 보도한 가짜뉴스들이었다.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의 슬로건은 아이러니하게도 '당신이 신뢰할 수 있는 뉴스!(News You Can Trust!)'여서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그들은 가짜기사를 공급하는 이유로 단순한 정보나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며, 가짜뉴스는 풍자와 거짓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특히, 기사 속 모든 인물은 역시 허구라고 공지하고 있다. 그들은 자기들의 기사에 묘사된 인물과 유사한 실제 인물이 있다면 그것은 “우연한 기적(purely a miracle)”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의 소개 글에서 볼 수 있는 그들의 슬로건(그림: worldnewsdailyreport 캡쳐)

편집자 중 한 명인 리글로 씨는 캐나다 공영방송인 ‘Radio Canada'에 출연해서 “사람들이 자신들의 뉴스를 진실로 믿을까봐 항상 걱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만약 사람들이 우리의 가짜뉴스를 믿는다면 그것을 그들의 잘못이지 우리 잘못이 아니다(it was people's fault if they wanted to believe fake stories)”라고 주장했다.

사이트 여기 저기에 광고 링크가 걸려 있는 것으로 봐서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의 주된 수입원은 광고료다. 실제로 리글로 씨는 캐나다 언론매체 'Buzzfeed'와 'Radio Canada'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 구글이 가짜뉴스에 붙은 광고를 막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광고 수익이 크게 감소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는 한 때 “세계에서 가장 나쁜 정보원 중 하나”, “최악의 뉴스 사이트 중 하나”라는 오명을 들었다. 2015년 1월에는 페이스북으로부터 단속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실 확인 사이트 중 하나인 ‘PolitFact’와 뉴스일간지 ‘빌링턴 카운티 타임즈’ 등으로부터 “뉴스 형태를 취하는 풍자 사이트”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의 가짜뉴스는 단순히 독자를 속이는 게 목적이 아니고 뉴스 형태를 이용해서 세상을 풍자하는 콘텐츠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의 이런 특징에 대해, 부경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이상기 교수는 “가짜라고 밝히고 쓰는 뉴스는 사회 풍자일 뿐  법적인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짜뉴스 사이트는 30만이 넘게 공유된 기사가 다수일 정도로 인기가 있다. 사람들이 사이트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자극적인 소재와 비판에 흥미를 느껴 오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적인 기사라면 쓰지 않을 법한 자극적인 소재들이 독자들의 흥미를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풍자된 소재로부터 사회 문제를 파악할 수 있으며 사회의 이슈에 대해 생각해 보는 사람들도 많다. 이는 원래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가 의도한 가짜뉴스를 이용한 사회풍자와 유사하다. 일부 독자들은 전에 생각해보지 못했거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문제를 다시 반추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이 사이트가 제공한다는 것이다. 사이트 애독자인 부산의 권새움(29) 씨는 “이 사이트가 다루는 뉴스는 가짜이지만 중요한 사회 문제를 진짜처럼 다뤄서 사람들에게 생각할 이슈를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이 가짜뉴스들이 공유되는 과정에서 거짓인 것이 들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 자극적인 사건을 진실로 믿게 만드는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블로거들은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의 기사를 해석해서 진짜 외신 뉴스라고 올렸지만 이후 거짓을 정정한다는 글을 올린 경우도 있다. 권세움(29, 부산 영도구) 씨는 네이버 카페에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에 실린 가짜뉴스 '탄광에서 고립됐다가 17년만에 살아돌아온 중국 광부 이야기'를 가짜뉴스인줄 모르고 올렸다가 나중에 정정한다고 애를 먹었다고 한다. 또한 ‘유니쓰’라는 닉네임을 쓰는 누리꾼은 “기가 막힌 중국 탄광 광부 이야기를 진짜라 믿고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친구들에게 망신을 당했다”고 댓글을 달아 놓았다. 

부산에 사는 이도경(27) 씨는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가 페이스북에 팔로우가 되어 있어서 한 번씩 자극적인 제목이 올라오면 그냥 재미삼아 읽어 본다. 이 씨는 ”로또에 당첨되어 상사에게 복수했다는 가짜뉴스를 보고 통쾌하게 웃고 넘긴 게 기억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표현의 자유가 비판받을 때가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일간베스트’ 사이트에 대한 폐쇄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23만 5167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이는 보수 사이트가 주는 특유의 이미지 때문도 있지만 사람을 비하하거나 사실 혹은 거짓 정보를 이용해 조롱하고 비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정가에서는 SNS의 1인방송에서 가짜뉴스가 성행한다며 법으로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가짜뉴스는 시장에서 독자들의 판단에 의해 자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는 거짓뉴스를 내보내면서도 거짓임을 명확히 하여 혼란을 막고 있으며 사회 풍자가 목적이라는 의도도 명확하게 제시하면서 건재하고 있다. 이상기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중시되어야 한다. 다만, 독자를 교묘히 속이려는 의도로 만든 가짜뉴스는 독자들이 외면함으로써 근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기자 하세준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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