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백두산에 오른 남북 정상 ‘만세’...한라산 물 합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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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백두산에 오른 남북 정상 ‘만세’...한라산 물 합수도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9.2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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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내외, 준비한 통에 백두산 물 담기도...문재인 대통령 "백두산 관광이 가능한 시대가 곧 올 것" / 신예진 기자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 동포들이 와서 백두산을 봐야지요. 분단 이후에는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으니까(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습니다(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백두산 정상 장군봉에 함께 올랐다. 분단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 양 정상 부부는 이날 오전 9시 33분께 백두산에 도착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 등 북측 주요인사는 먼저 장군봉에 도착해 있었다. 백두산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양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양 정상은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이동하며 담소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도 다하고, 이번에 제가 (평양을) 오면서 새로운 역사를 좀 썼다”고 답했다.

리설주 여사는 백두산과 관련된 전설을 언급했다. 리 여사는 “백두산에 전설이 많다”면서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하늘의 선녀가, 아흔아홉 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은 또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며 웃었다.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사진: 청와대 제공).

김 위원장은 천지로 내려가기 전 천지가 잘 보이는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것을 권했다. 문 대통령은 사진 촬영 도중 “여기선 아무래도 김 위원장과 함께 손을 들어야겠다”고 말하며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양 정상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를 지켜보는 김정숙 여사와 리 여사 역시 웃으며 박수를 쳤다.

양 정상의 사진 촬영이 끝나고 문 대통령과 관계자들의 기념 촬영이 시작됐다. 문 대통령이 방북한 정당 대표를 찾자 김 위원장은 사진 기사를 자처하며 파격 제안을 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님 모시고 온 남측 대표단들도 대통령 모시고 사진 찍으시죠? 제가 찍어드리면 어떻습니까”라고 말해 수행원이 “아이고 무슨 말씀을...”이라며 크게 웃었다.

양 정상 부부는 장군봉 아래 천지로 자리를 옮겼다. 김 위원장이 먼저 이를 제안했고 문 대통령은 “천지가 나무라지만 않는다면 손이라도 담가보고 싶다”고 응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한라산 방문을 하자는 제안도 불쑥 나왔다. 문 대통령은 “어제,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서울로 오면 답해야겠다”라고 환대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를 만들겠다. 우리 해병대 1개 연대를 시켜서 만들도록 하겠다"고 농담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던 중 천지 물을 물병에 담고 있다(사진: 청와대 제공).

리 여사 역시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김 여사는 물이 반쯤 담긴 500ml 생수병을 들어보였다. 김 여사는 “한라산 물을 갖고 왔다”며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여사가 제주도 물을 병에 채워왔고, 천지로 내려가 일부를 뿌리고 천지물을 담아 합수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천지를 산책하던 중 물가에 페트병을 들고 다가갔다. 쪼그려 앉은 문 대통령은 손을 담가 페트병에 물을 담았다. 김 여사 역시 천지 물을 물병에 담았다. 그러자 옆의 리 여사가 이를 거들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카메라를 들어 이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두 정상 부부는 50분간 백두산 서 머물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이후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해 오찬 장소인 삼지연초대소로 이동했다.

이날 백두산 등반에는 우리측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안보원장, 강경화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 최태원 SK회장, LG 구광모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기업인이 동반했다. 이들 역시 이날 양 정상 내외와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백두산에 등산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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