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 축구단 '아산 무궁화'의 선수 미충원 문제 싸고 축구연맹, 경찰청 티격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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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 축구단 '아산 무궁화'의 선수 미충원 문제 싸고 축구연맹, 경찰청 티격태격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8.09.1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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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수차례 의사 전달”, 연맹 “절차상 문제 있다”...애꿎은 선수들만 발동동 / 류효훈 기자
아산 무궁화 프로 축구단은 올해부터 인원이 충원이 되지 않으면 내년 3월 전역자들이 나가고 14명만 팀에 남아 리그 참가가 힘들어진다. 사실상 폐지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사진: 아산 무궁화 프로 축구단 홈페이지).

최근, 프로축구 K리그2(2부 리그)에 참가 중인 아산무궁화 프로축구단(아산 무궁화)의 선수 미충원 결정을 놓고 프로축구연맹과 경찰청이 옥신각신하며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아산 무궁화는 경찰대학 부설기관인 무궁화 체육단 산하의 ‘경찰축구단’으로 대한축구협회에 소속된 축구 선수들이 선수생활을 이어가면서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선수들은 의무경찰로 군 입대하고 4주간의 기초군사교육과 3주간의 실무교육 후에 경찰축구단으로 배치되어 21개월 동안 복무한다.

프로축구 선수들이 선수경력을 이어가며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2개 구단 중 하나인 아산무궁화는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의경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시민구단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기획에 선수충원의 권한을 가진 경찰청이 찬물을 뿌렸다. 축구단 운영을 위한 선수충원을 올해부터 중단한다고 아산 무궁화에 갑작스런 공문을 보낸 것이다.

이 때문에 프로축구연맹은 1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간담회를 열어 갑작스런 선수충원 중단 통보를 내린 경찰청을 비판했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연맹은 “아무런 사전협의나 후속 대책 없이 이뤄진 결정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 심각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하며 곧바로 선수 모집 중단에 항의하는 공문을 아산 무궁화에 보냈다.

이어 연맹은 경찰청의 일방적인 통보에 대해 절차상 문제도 제기했다. 김진형 프로연맹 홍보팀장은 “2017년 1월 연맹과 경찰대학, 아산시 등 3자가 체결한 운영협약서에는 협약을 계속 이행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전에 3자 협의를 통해 설명해야한다고 돼 있다”면서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세현 아산 시장은 SNS를 통해 사전협의 없이 선수 충원 중단 통보를 한 경찰청의 결정에 대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긴급정책현안 토론회를 통해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경찰대학 면담을 통해 무궁화프로축구단의 2020년까지의 존속과 지역여론 등을 강력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오세현 아산시장은 지난 18일 SNS를 통해 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은 존속해야한다며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사진: 페이스북 캡처).

경찰청은 수차례 충원 중단 뜻을 구단에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19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임종하 경찰청 경비과장은 “지난해부터 실무자를 통해 체육단과 같이 특기 의경 모집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이를 감안해 미리 충분한 숫자의 선수를 선발하라고 제안했지만 구단 사정상 어렵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청과 연맹의 엇갈리는 주장 속에 올해부터 선수 충원이 중단되면 아산 무궁화는 당장 내년부터 K리그2에 참가할 수 없게 된다. 내년 3월 전역자가 발생해 14명의 선수만 구단에 남아 K리그2 참가 최소 요건인 20명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K리그 파행도 예상된다. 아산 무궁화는 현재 K리그2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정규시즌이 끝난 후 K리그2 2위, 3위, 4위와 K리그1 11위 팀 간의 플레이오프를 통해 K리그1로 승격할 수도 있지만, 선수충원이 되지 않아 참가자격의 발목이 잡혀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

선수들의 입장도 난처하게 됐다. 당장 올해부터 선수충원이 되지 않으면 14명의 선수는 발이 묶이며 남아있는 군 생활로 인해 일반 의경으로 끝을 마칠 수도 있다. 축구선수로서 경력을 이어가기 위해 왔다가 오히려 멈춰버리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아산 무궁화의 선수 미충원 문제로 인해 축구팬들은 화가 났다. 축구팬 조모(25, 부산 동래구) 씨는 큰 틀에서의 폐지는 동의하지만, 이 같은 일방적인 결정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수 보호도 필요하고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선수, 아산시, 경찰청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단계적으로 진행했어야한다. 너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아산 무궁화의 일방적 폐지가 아닌 단계적 감축을 원하는 청원이 올라오며 2100명이 이에 동의했다. 청원자는 경찰청이 대책 준비 없이 아산 팬과 선수들을 기만하려 했다며 팬들은 갑작스러운 폐지가 아닌 단계적 감축을 원한다고 청원했다. 그는 “아산무궁화 프로축구단은 경찰청만의 팀이 아니다. 우리의 팀이고, 우리의 문화고, 우리의 추억 함께 키우고 있는 팀이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병역문제와 선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팀이다. 적어도 2020년까지 갑작스러운 폐지절차가 아닌 단계적 감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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