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그들만의 왕국' 파문....대한축구협회 vs KBS 날선 진실공방
상태바
추적 60분 '그들만의 왕국' 파문....대한축구협회 vs KBS 날선 진실공방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8.09.06 2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가 축구협 장악 의혹 제기, 축구협 전면반박으로...10월 국정감사 이어질듯 / 류효훈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2017년 10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대표팀의 경기력 부진에서 촉발된 한국 축구 위기 상황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 더 팩트 남용희 기자 제공).

지난 5일 KBS의 <추적 60분>은 대한축구협회가 현대그룹의 사적 용도로 활용된다는 방송을 내보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반박보도문을 내며 소송을 준비한다는 등 서로 대립하고 있다.

<추적 60분>은 ‘그들만의 왕국, 정가네 축구협회’라는 이름으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자 현재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있는 정몽규 회장이 현대그룹의 이익을 위해 대한축구협회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난 5일 방송했다.

전 축구 국가대표팀 김호 감독이 <추적60분>과의 인터뷰에서 “감독을 뽑아놓고 자꾸 바꾼다는 것은 자기들이 일을 잘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라며 “협회는 그것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사진: KBS <추적60분> 캡처).

먼저, 감독 선임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다며 무엇보다 대한축구협회가 성적부진의 책임 회피를 대표팀 감독 경질만으로 되풀이하고 있다고 방송이 지적했다. <추적 60분>은 조광래 감독이 월드컵 예선 경기 레바논 전에서 패배한 뒤 곧바로 경질된 것과 김호 감독의 인터뷰를 근거로 대한축구협회가 감독 선임의 책임을 지지 않고 감독경질만 되풀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실과 다르다는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몇 년 전부터 국가대표팀 감독을 철저히 신뢰하고 최대한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 감독 선임 기구도 새로 정비하고 선임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최상의 지원을 하고 있다”는 보도문을 통해 반박했다.

이것 외에도 <추적 60분>은 2013년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 된 정몽규 회장이 축구회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면서 일감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인테리어 공사를 정몽규 회장 동생인 정유경 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인테리어 회사에 맡겼다는 것이다. 또, 현대계열회사의 특정 마케팅대행사와 대한축구협회가 서로 유착됐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자리를 제47대부터 50대, 52대, 53대까지 현대중공업 정몽준이사장과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이 맡으면서 현대가의 막대한 이익을 위해 대한축구협회를 장기 집권하고 있다고 방송했다.

<추적 60분>의 주장에 대한축구협회는 “인테리어 공사는 입찰을 통해 정상적으로 시공사를 선정했으며, 현대산업개발 관련 회사가 아니다. 정몽규 회장의 여동생이 지분을 가진 회사는 시공사에 납품하는 여러 회사 중의 하나일 뿐이다”고 반박했다.

또, 2015년까지 대한축구협회 마케팅 대행사는 독점이 아닌 여러 회사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었다는 대한축구협회는 “방송에서 의혹이 제기된 회사는 오랜 경험과 실적으로 협회와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았을 뿐이며, 현대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며 “2015년말 실시한 통합 마케팅 대행사 선정 역시 공정한 절차에 따라 능력과 실적을 겸비한 회사를 선정한 것이므로 유착이라 할 수 없다”고 유착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특히, ‘현대가’가 막대한 이익을 누리는 것이 아닌 한국축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대한축구협회는 주장하고 있다. 협회는 “현재 현대 관련 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로 성인팀만 4개(울산현대, 전북현대, 부산아이파크, 인천현대제철)이며, 초등부터 대학까지 합치면 총 18개의 남녀축구팀이 있다. 최근 5년간 18개팀의 운영비로만 3900억원이 투입됐다”며 “지난 2010년부터 7년 동안 K리그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낸 후원금이 200억이 넘는다. 또, 현대자동차가 FIFA, 현대중공업이 AFC의 후원사로 참여해 한국 축구의 국제적 위상도 높인 바 있다”고 말했다.

<추적 60분>은 ‘현대가’ 관련뿐만 아니라 대한축구협회는 유소년 지원보다는 대표팀 성적에만 치중하며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임직원을 징계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학원 축구 리그제 정착, 8대8 도입, 골든 에이지 훈련 도입 등 2018년 한 해 유소년 축구에 투입되는 비용만 144억원이다. 유소년과 아마추어 축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추적60분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축구협회는 KFA오피셜 '그건 이렇습니다'를 통해 반박문 올렸다(사진: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처).

<추적 60분>과 대한축구협회의 진실공방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축구협회가 여론을 의식해서 조금씩이나마 바뀌려하고 하는 시점에서 꼭 필요한 보도였는지 모르겠다고 네티즌 A 씨가 주장했다. 그는 “<추적 60분>에서 좀 더 사실에 대한 확실한 근거나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었고, 고발 프로그램의 경우 시청률만 의식하지 말고 그로 인한 책임이나 파장도 고려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처럼 한 기업이 독점하듯 축구협회나 리그를 관리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도 있다. 네티즌 B 씨는 “돈을 현대가가 대주기 때문에 여러 부패나 비리 등으로 한국 축구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현대의 만행을 감싸는 건 개혁할 의지가 없는 것이며 유럽에서 축구협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참고하면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가 국민들에게 신뢰가 있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다고 지적하는 축구팬도 있었다. 대학생 심모(25) 씨는 “축구협회의 행정이 신뢰가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며 “니 탓 내 탓하며 시시비비 가리기보다는 환골탈태하겠다는 정신으로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추적 60분>에 따르면,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장은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방송에서 제기된 의혹을 밝힐 것”이라며 “정몽규 회장 및 핵심 관계자들을 출석시키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