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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낙태죄는 여성과 의사만 처벌받아야 하나?...‘그녀’의 몸은 자유여야 한다

기사승인 2018.09.02  21: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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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리스트 강석진

칼럼리스트 강석진

‘뜬금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일이 벌어졌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7일 ‘비도적적 진료행위 개정안’이라는 이름의 행정규칙을 발표한 것이 그 일이고, 복지부는 행위의 주인공이었다.

개정안은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고 시술 의사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270조와 모자보건법 제14조를 위반해 낙태하게 한 의사에게 자격정지 1개월의 처벌을 가한다고 명시했다. 지금까지는 형사고발하면 처벌을 받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누군가 행정기관에 민원을 넣으면 사실확인이 되는 대로 1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자격 정지 1개월이면 해당 의원은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의사들에게는 치명적인 처벌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이라고 규정한 데 대해서도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산의회)는 즉각 반발했다. 낙태수술을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의사들이 반발해서 뜬금없는 일이라는 게 아니다. 행정 목표의 내용인 낙태의 존폐 여부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그 목표를 이루는 강압적 수단인 처벌도 행정 편의적이고 목표 달성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낙태죄의 위헌 여부는 헌법재판소 6기 재판부가 구성되는 대로 곧 다뤄지게 된다. 그런데도 바로 직전에 행정부가 아무런 계기성이나 필요성 시급성이 없는데도 행정규칙으로 ‘돌주먹’급에 해당하는 처벌규정을 들이민 것이다. 낙태죄 규정은 이미 거의 사문화된 상태였다.

산의회가 반발하자, 복지부는 헌재 결정 때까지 처벌을 유예하겠다고 물러섰다. 헌재 결정 후 국민 여론을 수렴해 신중하게 일을 추진해도 모자란 판에 헌재 결정도 나지 않았는데 행정부처가 비도덕적 행위라고 규정하고 처벌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이 무리였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무슨 정부가 이 모양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됐다.

그렇다고 갈등이 가라앉은 것도 아니다. 산의회는 여전히 의사가 ‘비도덕적’이라고 낙인을 찍었다는 점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처분 유예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낙태(임신중절) 수술은 불가능하니 법 조항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고 그 과도기 동안 낙태 수술을 해도 되는지 아닌지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평지풍파도 이런 황당한 경우가 없을 듯하지만 문제의 근원은 더 복잡하다. ‘낙태를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문제는 민감한 사회 문제다. 대학에서 토론 수업을 진행할 때 낙태를 주제로 하면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토론을 진행하고 나서 다시 개인 입장을 글로 써 내게 해 보면, 성별보다는 신념 등을 바탕으로 ‘허용 다수, 불허 소수’로 의견이 나뉘어 나온다.

불허를 주장하는 경우, 그 신념에는 생명 존중과 종교적 교리가 강하게 드러난다. 허용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여성 신체의 자유’를 앞세우는 편이다.

현실적으로 복지부가 인공임신중절수술 실태조사를 발표한 2005년과 2010년에는 각각 34만 2000건, 16만 8000건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산의회는 하루 평균 낙태 수술 건수를 약 3000건으로 추정했다. 이는 연평균 100만 건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정부 조사와 차이가 크다. 수치가 적은 복지부 결과를 취하더라도 수십 만 건의 낙태 수술을 법이나 행정 조치로 막을 수 있는지. 막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낙원>의 작가인 존 밀턴의 표현을 빌자면 "공원 문을 닫음으로써 까마귀를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려는 무모한 시도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낙태죄는 어찌 해야 하는가? 존치해야 하는가? 폐지해야 하는가? 그 사이 어디에 절충점이 있기는 하는가?

나는 일단 이 문제에 관해 종교적 신념이나 교리가 기준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동체의 정치와 법의 제정과 적용에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정교분리의 헌법적 원칙이 있다. 만일 낙태가 법적으로 더 넓게 허용된다고 하면 이는 ‘할 수 있다’는 것이지 ‘해야 한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적 신념은 ‘할 수 있다’는 범위 안에서 각 개인이 신념에 따라 ‘아니 한다’를 선택하면 되는 것일 뿐이다. 신념이 다른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낙태 불가라는 종교적 신념을 법으로 강요해서는 안된다.

형법과 모자보건법은 낙태를 ‘총론 불가, 일부 허용’의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허용하는 폭도 너무 좁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허용하는 경우가 법적으로는 열거되어 있을 뿐이다, 산의회는 질병 낙태는 허용하면서도 무뇌아 낙태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대표적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나는 낙태를 폭넓게 허용하되, 해서는 안될 경우를 열거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여성들이 무분별한 성행위를 하고 걸핏하면 낙태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낙태를 허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여성 모독이고 성차별이다. 성행위의 무분별함에는 남자도 공범인 만큼 낙태가 처벌되어야 한다면 남녀 공동처벌이어야 한다. 왜 낙태죄는 여성과 의사만 처벌받아야 하나? 낙태 건수가 많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무분별한 성행위를 한다고 보는 것은 여성모독이다. 이 점에서 현행 형법 낙태죄 규정은 확실하게 위헌이다.

대부분의 낙태를 불법화함으로써 낙태 수술은 음습하게 이뤄지고 여성들이 충분하고 위생적인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게다가 불법화되면 당연히 비용도 올라가게 되는데, 이는 어려운 처지의 여성을 두 번 울리는 일이다.

태아의 생명은 귀중하다. 귀중한 생명이 자라나는 데는 사랑이 긴요하다. 출산을 원치 않고, 출산 후 제대로 양육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무조건 출산하라고 하는 것은 귀중한 생명에게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사랑이 결핍된 육아를 강요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출산과 낙태를 선택할 수 있을 때 출산을 선택하게 된다면, 그 선택은 태어나는 생명에게 더 큰 축복과 사랑의 선택일 수 있다.

그녀의 몸은 그녀의 자유에 맡기자. 그리고 성교육을 통해 무분별한 임신을 최소화하도록 도와주고, 출산 후에는 큰 어려움 없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들어가야 한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지워 나가야 한다. 미혼모를 비뚤어진 눈으로 보고, 낙태도 비뚤어진 눈으로 보고, 그러면서 저출산 사회이니 낙태를 가급적 하기 어렵게 하는 현행법과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 모순이고, 여성을 인간 공장으로 보는 혐오스런 태도다.

마지막으로 언제부터 정부가 도덕을 관장했는지 모르겠다. 복지부 개정안의 제목에 도덕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도 생뚱맞아 보인다. 불법, 탈법, 위법적 진료행위에 대해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말해 비도덕적 행위는 사회적 비난 대상이 되거나 민사상의 책임을 지는 일이 될 수는 있어도 국가가 개입할 일은 아니다.

복지부는 왜 이런 뜬금없는 일을 벌였을까? 그 이유와 배경이 궁금하다. 

칼럼리스트 강석진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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