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료 범벅 새우 수프 ‘똠얌꿍’ 한입에 정신 잃을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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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범벅 새우 수프 ‘똠얌꿍’ 한입에 정신 잃을 뻔
  • 김승수 시빅뉴스 태국 특파원
  • 승인 2015.02.0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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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탐방> 뒤뚱뒤뚱 태국 음식 기행...'칠리크랩' 맛 기대했다간 큰 오산

기자는 부산 서면에 있는 동남아 음식전문점 ‘팬아시아’에서 태국 대게 요리 ‘칠리크랩’을 먹어본 적이 있다. 삶은 게 살을 녹말가루와 계란을 풀어 끓인 육수에 버무린 뒤 매콤한 칠리 소스에 찍어 먹는 것으로 우리 입맛에 딱 맞았다. 그 때 먹었던 칠리크랩은 정말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태국 음식의 그 이국적 맛을 못 잊어 하던 차에, 기자는 감동적인 광고로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태국의 광고 현황 취재차 태국으로 갈 기회를 잡게 됐다. 겸사겸사 한국에서 맛있게 먹었던 태국 음식을 현지에서도 맛보아야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기자는 지난 1월 21일 설레는 마음으로 일행과 함께 김해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경유 시간을 포함해서 10여 시간의 비행 끝에 당일 저녁 늦게 태국에 도착한 기자는 배가 너무 고파 숙소 앞에 있는 음식점을 찾았다. 그곳에서는 부산 대연동의 쌍둥이 국밥집처럼 태국인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에 도는 침을 삼키며 순서를 기다렸던 우리 일행은 게살 볶음밥과 새우 오믈렛을 주문했다.

▲ 기자가 태국에 도착해서 처음 먹어본 게살 볶음밥(왼쪽)과 새우 오믈렛(오른쪽)의 가격은 각각 40바트(한화 약 1,300원)였다(사진: 취재기자 김승수).

이 두 음식은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우리 일행들은 한국에서 경험한 태국 음식 맛처럼 태국 음식은 먹음직하다고 이때까지는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이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다음 날인 1월 22일, 우리 일행은 세계 3대 수프에 들어간다는 ‘똠얌꿍’을 먹으러 갔다. 똠얌꿍은 새우, 야채, 향신료, 해산물 등을 넣어 만든 음식이다. 여기서 ‘똠’은 수프를, ‘얌’은 새콤함을, ‘꿍’은 새우를 말한다. 똠얌꿍을 맛있게 하는 집을 수소문한 끝에, 우리 일행은 방콕의 엠포리움(Emporium) 백화점 5층에 있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곳에서 똠얌꿍을 시켰다.

▲ 똠얌꿍의 사진. 사진만으로 보면 대단히 맛있게 보인다. 가격은 230바트(한화 7,700원) 정도다(사진: 취재기자 김승수).

그런데 첫 숟갈을 뜨자마자 기자는 정신을 잃을 뻔했다. 분명히 입으로 음식을 넣었는데, 눈, 코, 입에서 똠얌꿍 향신료의 향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혼자서 몸을 의자에서 들썩거리면서 난리를 치고 있으니까 가게 점원이 황급히 다가와 "괜찮으냐"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정말 이상한 맛이었다. 시큼한 식초에 고춧가루와 초장을 섞은 것 같았다. 더이상 도저히 입을 댈 수 없었다. 우리 일행 중에는 그냥 나가자는 사람도 있었으나, 주위 사람 눈길도 있고 해서 꾹 눌러낮아 수프는 그냥 놔두고 옆에 있는 맨밥만 몇 숟가락 떠먹고 도망치듯 그 식당을 빠져 나왔다. 우리는 한 숟가락을 떠먹은 뒤로 똠얌꿍 수프는 쳐다보지도 못했다. 일행 중 한 명인 임동균(24) 씨는 “이건 진짜 먹을 게 못된다. 도저히 못 먹겠다. 이게 음식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때부터 우리들의 태국 여행은 고생길이었다. 태국 음식들은 모조리 향이 너무 강하고 시큼한 맛이 도를 넘었다. 심지어 크랩커리(crab curry: 게에 카레와 같이 버무린 음식)라는 음식을 먹어 봤는데, 이 음식을 손으로 먹은 뒤, 우리 일행은 3일 동안 손에서 가시지 않은 냄새 때문에 두통이 날 지경이었다.

▲ 태국 음식 중 크랩 커리의 모습. 가격은 250바트(한화 8,300원) 정도인데, 그 냄새가 역거웠다(사진: 취재기자 김승수).

우리 일행은 여행 3일째 되는 날,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한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태국 도시철도인 BTS(The Bangkok Mass Transit System) 수락 역 근처에 있는 블루 엘리펀트(Blue Elephant)라는 고급 레스토랑을 찾았다. 이곳은 고급 요리점답게 음식이 코스로 나왔다.

▲ 방콕의 도시철도 수락 역 옆에 있는 블루 엘리펀트 레스토랑 전경(사진: 취재기자 김승수).
▲ 블루 엘리펀트에서 나온 주말 코스 요리. 1인당 980바트로 한화 약 3만 3,000원 정도 한다(사진: 취재기자 김승수).

코스로 나온 요리에도 우리가 먹기에는 편치 않은 향신료가 대부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그 향신료 냄새에 지쳐 요리를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직원에게 도대체 이 시큼한 맛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직원은 ‘레몬그라스’라고 대답했다. 그 직원은 태국 요리 대부분에는 필히 레몬그라스가 들어간다고 말해주었다.

네이버 음식백과에 따르면, 레몬그라스는 음식뿐만 아니라 비누, 향수 등 향이 필요한 곳에 자주 쓰이는 향신료로, 빈혈을 예방하고, 살균작용도 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는 레몬향이 강하게 나며 향신료 재료로 동남아 지방에서 많이 쓰인다고 돼있다. 레몬그라스 이외에도 태국에서는 고수라는 향신료도 많이 쓰이는데, 이것은 화장품의 스킨로션을 먹는 것과 비슷한 맛을 낸다.

우리는 여행 말미에 한국의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나 너무도 그리웠다. 그동안 여행 중 허기에 지친 우리들 속은 대강 아무 음식이라도 채워 달랬지만, 우리의 혀와 머리는 태국 음식을 거부했다. 우리는 태국 BTS 살라댕 역 근처 쇼핑몰에서 한국음식점을 발견했다. 그 곳에서 우리는 가뭄의 단비 같은 맛을 느끼며 순두부찌개를 꿀처럼 달게 먹었다.

▲ 태국의 본촌치킨이란 곳에서 파는 순두부찌개, 가격은 150바트(한화 약 5,000원) (사진: 취재기자 김승수).

한국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던 태국인 카오부리 씨는 태국 음식을 한국인이 쉽게 먹기엔 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태국음식을 못 먹어 고생할 수도 있으니,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 두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 생망고, 망고 빙수, 방콕 길거리나 카페에서 흔히 파는 땡모반이라고 불리는 수박주스다. 각각 120바트(한화 4,000원), 85바트(한화 2,800원), 150바트(한화 5,000원)다(사진 : 취재기자 김승수).

우리 일행은 태국 음식에 지쳤지만, 태국 과일은 먹을 만했다. 태국 과일은 정말 일품이었다. 과일의 신선도는 한국에서 먹어본 적 없는 것이었고 시럽을 첨가하는 한국과 달리 태국 현지 과일은 말 그대로 생(生)과일이었다. 주스 역시 시럽이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 생과일 주스였다. 태국 과일은 태국 음식에 지친 우리 속을 아주 달콤하게 달래주었다.

태국 여행에 필수품은 고추장이다. 한국 음식점이 간간히 있기는 하지만 가이드가 없는 여행이라면 고추장으로 밥만이라도 비벼 먹으며 며칠을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길거리 음식도 향이 강하기 때문에 먹기 쉬운 음식은 아니다. 우리 일행은 향신료가 강하지 않은 태국 음식을 애써 찾아 먹으면서 7일간의 태국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지난 28일 한국으로 귀국했다.

프라이빗라벨 여행사의 태국 담당 김태인(32) 실장은 한국인들을 이끌고 태국 여행을 주선할 때마다 현지 식당들에게 한국인들 입맛에 맞지 않는 향신료를 빼고 요리해달라고 하거나 한국인 입맛에 맞춰 요리하는 음식점을 찾아 간다고 한다.

타국 음식 경험은 일종의 이국적 체험이었다. 한 나라의 음식 맛은 오랜 문화와 전통의 산물이기도 하다. 우리 일행은 우리 한국인과 다른 태국의 음식 문화를 비싼 수업료를 내고 온몸으로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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