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누가 돌보나요”...태풍 상륙에 맞벌이 부모들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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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누가 돌보나요”...태풍 상륙에 맞벌이 부모들 발동동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8.24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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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교육청 어린이집, 초등학교 등 휴업 결정으로 영유아 맡길 데 없어 / 신예진 기자

제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에 상륙할 것이 확실시되자, 정부는 영유아 ‘어린이집 등원 자제’를 권고했고, 일부 지자체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휴업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일부 맞벌이 가정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속을 태우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7개 지방자치단체에 “어린이집에서 영유아 안전을 최우선으로 부모들에게 가급적 등원을 자제하도록 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23일 밝혔다. 복지부는 휴업이 아닌 등원 자제 조치에 대해 “학교와 달리 어린이집이 쉬면 부모도 하루를 쉬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의 이같은 결정에 각 지자체의 대처는 빨랐다. 솔릭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인 서울, 경기, 충청, 전남 지역 대다수 어린이집들은 23일 저녁 늦게 학부모들에게 원아의 등원을 자제해달라는 당부의 문자를 보냈다. 일부 어린이집들은 영유아의 안전을 위해 휴업 또는 차량 운행이 없는 ‘자율 등원’을 결정했다. 이날 온라인 맘 카페에는 어린이집의 공지를 받은 학부모들의 인증 사진이 게시되기도 했다.

각 시도 교육청 역시 23일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에 휴업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부교육감 주재로 회의를 열어 24일 유·초·중·특수학교 휴업을 명령하고, 고등학교는 휴업을 권고하기로 했다. 인천시교육청도 유·초·중학교 휴업 결정을 내렸다. 태풍의 영향권에 먼저 속한 전남도교육청은 23일 이미 모든 학교를 휴업했다. 다른 교육청들도 수업 단축이나 휴업을 일선 학교에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24일 전국적으로 휴업하는 학교는 1500곳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제19호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일부 어린이집에 '등원 자제', 유·초·중학교에 휴업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난처한 맞벌이 부부의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문제는 갑작스럽게 아이를 맡길 곳이 사라진 맞벌이 가정이 울상이라는 점이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는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5세과 6세 아이를 둔 워킹맘 A 씨는 “직업 특성상 출근이 이른데 어린이집에서 ‘자율 등원’, ‘조기 하원’ 소식에 난처했다”며 “급하게 맡길 곳이 없어 회사 눈치 보며 오전 반차를 내고 아이를 등원시키기로 했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많은 아이들이 등원하지 않을 것 같은데 우리 아이만 보내려니 속이 상한다”고 씁쓸해 했다.

맞벌이 부부인 김모(32) 씨도 “6세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도 태풍 때문에 휴업한다”며 “어쩔 수 없이 유치원보다 더 먼 친정에 아들 데려다주고 출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태풍 때문에 휴업할 수 있다고 진작 알려줬으면 나도 하루 쉬었을 것”이라며 “지자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맞벌이 부부가 죄인지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복지부와 지자체의 결정이 다소 늦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솔릭의 위력과 한반도 상륙 시점은 지난 20일부터 화제가 됐다. 즉, 태풍으로 인한 휴업 가능성 등을 미리 공지를 했더라면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이 시간을 가지고 연차를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차를 쉽게 사용할 수 없는 사내 분위기가 맞벌이 가정을 초조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B 씨는 “초등학생 1학년 아이를 혼자 집에 둘 수 없어 아이 반 친한 엄마가 봐주기로 했다”며 “사내 분위기가 보수적이고 연차 사용에 인색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B 씨는 “저출산 대책도 좋지만, 사회적 분위기나 사내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아이를 낳으려는 젊은 맞벌이 부부는 더 사라질 것 같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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