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직원 분쟁 수습 나서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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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직원 분쟁 수습 나서기로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7.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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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황유미 씨 급성 백혈병 사망 사건 관련 조정위 제안 수용, 피해보상 10월 완료 / 신예진 기자

삼성전자가 10년 이상 이어진 ‘반도체 백혈병’ 문제 봉합에 나섰다. 두 달 뒤 나올 예정인 조정위원회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키로 했다. 피해자 측 시민단체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도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22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가 최근 발송한 공개 제안서를 무조건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올림 역시 조정위의 제안서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지난 21일 전달했다.

앞서 조정위는 지난 18일 삼성전자와 반올림 측에 ‘2차 조정을 위한 공개 제안서’를 각각 발송했다. 제안서에는 양측 의견을 바탕으로 '중재 결정'을 내리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동시에 조정위는 누구든 이를 거부하면 활동의 공식 종료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중재 결정은 양측의 주장을 참고한 중재안이 나오면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일종의 강제 조정 방식이다. 이전까지는 조정위가 조정안을 제시하면 양측이 이를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는 ‘조정 방식’을 취했다.

우선 조정위는 오는 24일 삼성전자와 반올림과 제3자 대표 간 합의 서명을 갖는다. 이후 오는 8~9월 중재안을 마련해, 이르면 9월 말 최종 중재안을 발표한다. 피해자 보상은 10월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오는 10월에는 2007년부터 시작된 양측의 기 싸움은 끝을 맺게 된다.

중재안에는 ▲질병 지원 보상 방안 ▲반올림 피해자 보상안 ▲삼성전자 측의 사과 ▲반올림 농성 해제 ▲재발 방지 및 사회공헌 등의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시민단체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와 인권 지킴이)이 지난 21일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의 공개 제안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사진: 더 팩트 이새롬 기자, 더 팩트 제공).

삼성전자의 백혈병 문제는 지난 2007년 3월 불거졌다.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던 것. 2008년 반올림이 발족돼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반올림은 삼성 측에 직원의 백혈병 투병 문제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삼성 측은 반도체 제조와 백혈병은 인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지루한 난항을 겪던 중, 지난 2014년 8월에는 반올림 소속 피해자 8명 중 6명이 ‘가족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가족대책위 제안으로 조정위도 만들어졌다. 당시 1차 조정안을 도출해냈지만 조정 과정에서 세부 항목에 대한 이견이 발생했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자체 보상안에 반올림이 즉각 반발했기 때문. 그러나 최근 조정위는 양측이 합의 의사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양측에 공개 제안서를 보내며 ‘10년 분쟁’의 실마리를 찾았다.

반도체 백혈병 분쟁의 막이 내린다는 소식에 여론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유모(32) 씨는 “조정위원회에서 내놓을 중재안도 한쪽에 무리한 중재안이 아닌 서로가 상생하고, 사회에 모범이 될 수 있길 바란다”며 “그동안 아픔을 겪었을 분들께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삼성전자의 직접 잘못의 여부를 떠나 중재안에 합의하는 것이 기업 이미지 측면에서 낫다”며 “퇴직 라인 근무자 중에 직업병과 연관돼 병을 앓고 있으면 이들에게도 지원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합의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네티즌은 “돈보다는 생명이 중시돼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정부에서 감시·감독해 직장 내 근무 환경을 살펴봐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무조건 수용’ 결정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초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이번 합의를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는 협력사 직원의 정규직 전환, 일자리 창출 등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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