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꿀꺽” 자석완구 60%가 어린이 ‘삼킴’사고 위험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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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하면 꿀꺽” 자석완구 60%가 어린이 ‘삼킴’사고 위험 노출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7.0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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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5년간 222건 신고...개복 수술 사례 있는데도 단속 소홀 / 신예진 기자

어린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석 삼킴 사고가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해 영유아를 둔 가정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판매되고 있는 완구의 안정성 및 표시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 자석 완구 10개 중 6개 제품이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5일 밝혔다. 조사 대상이 된 제품은 시중에 유통·판매되고 있는 자석 소재 제품 58종이다.

이번 조사는 한국 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매년 접수된 자석 관련 어린이 사고에 따랐다. 한국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8년 3월까지 총 5년 3개월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자석 관련 어린이 사고가 총 222건이다. 이중 만 5세 이하 사고는 181건으로 81.5%에 달했고, 특히 삼킴사고가 188건으로 84.7%를 차지했다.

실제로 7세 A 군은 자석 완구를 가지고 놀다 2.5cm 길이의 자석 블록 4개를 삼켰다. 4개의 길이는 11cm. 자석은 A 군의 십이지장에서 서로 붙어 있었다. 결국 A 군은 병원에서 위내시경을 통해 자석을 제거했다.

2세 B 양은 자석을 가지고 놀다 수술까지 받았다. B 양은 자석 37개를 삼켰고 이는 강한 인장력으로 소장 3곳을 관통해 붙었다. 결국 B 양은 개복 수술을 통해 자석을 제거하고 장기를 봉합했다.

이처럼 자석 삼킴 사고는 장 천공·폐색 등이 유발하고 심할 경우 사망까지 부른다. 자력이 센 자석 2개 이상을 삼키거나 자성이 있는 금속과 자석을 함께 삼켰을 경우, 장기를 사이에 두고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

EU에서 리콜 대상이 됐지만 한국에서는 어린이 완구로 판매 중인 '소형 강력 자석'이 아직도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현재 완구는 ‘어린이 제품 안전 특별법’에 따라 크기 및 자석 세기(자속지수)가 규제되고 있다. 어린이 제품은 만 13세 이하 어린이의 놀이에 사용할 용도로 고안되거나, 놀이 용도로 명백히 사용되는 제품을 말한다. 법에 따라, 어린이 제품의 자석과 자석 부품은 어린이가 삼킬 수 없는 크기로 제작돼야 한다. 측정 시 만 36개월 어린이 목구멍을 모형화한 ‘작은 부품 실린더’에 완구를 넣어 완전히 잠기지 않는지 확인받아야 한다. 만약 완구의 크기가 작다면, 자석의 세기인 자속지수를 50kG²mm² 미만으로 제한한다.

그러나 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자석 소재 제품 58종 중 37종(63.8%)가 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자석 완구 및 자석 귀걸이 36종 중 25종은 어린이가 삼킬 수 있는 크기였다. 또, 이 가운데 15종은 자석 세기가 안전 기준을 최소 3배에서 최대 45배 초과했다. 어린이가 완구처럼 가지고 노는 소형 강력 자석 세트 및 자석 메모홀더 22종은 어린이가 쉽게 삼킬 수 있는 크기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어린이들이 완구처럼 가지고 노는 ‘소형 강력 자석 세트’ 및 ‘자석메모 홀더’ 22개 전 제품이 완구 안전기준에 부적합했다. 해당 제품은 어린이들이 사용하기에 자력이 세고 크기가 매우 작아 삼킴 사고 위험이 높다. 심지어 해당 제품 11개 중 8개는 온라인 상에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 등의 용어를 사용해 완구로 광고하고 있었다.

현재 유럽 연합 등은 해당 제품들에 대해 연령과 관계없이 완구 안전기준을 적용해 적극적인 리콜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 문제는 완구가 아닌 제품을 완구로 광고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규제 없이 유통이 된다는 점이다.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영유아를 양육하는 부모들은 “가능하면 작은 완구 구매는 꺼린다”고 입을 모았다. 네티즌 A 씨는 “아이들이 갖고 노는 원목 케이크나 낚시놀이 같은 제품에 작은 자석이 많이 있다”며 “부품에서 떨어질 수 있어 구석으로 치워 놓았다”고 말했다. A 씨는 “혹시 내가 한눈을 판 사이에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 항상 주의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네티즌 B 씨도 “장난감을 사줄 때 부모가 당연히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며 “나는 아이가 다치거나 아픈 건 무조건 부모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라고 단언했다. B 씨는 “일부 외국 완구에는 인체에 무해한 쓴 맛을 제품에 입혀 아이들이 입에 넣지 못하도록 제조하더라”라며 “한국에도 그런 제품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원은 앞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완구에 대해서 꾸준히 감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기술표준원에 자석완구 등의 관리·감독 강화, 미인증 제품에 대한 시장 모니터링 강화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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