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폭행 빈발...주먹 휘두르는 환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맞는 의사들
상태바
응급실 폭행 빈발...주먹 휘두르는 환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맞는 의사들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7.05 0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익산서 만취환자 주먹질에 의사 코뼈 부러져...대한의협 "솜방망이 처벌 말고 단호히 대처하라" 성명 / 신예진 기자

환자의 생명이 오가는 병원에서 의료진에 대한 폭행이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분노한 의료계는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의료인 폭행방지법이 유명무실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사건은 지난 1일 전북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만취한 환자 A 씨가 의사를 폭행한 것. 공개된 CCTV에선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A 씨가 갑자기 의사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 장면이 나온다. 그는 이어 의사의 머리채를 잡았다. 의사는 당시 폭행으로 정신을 잃었으며, 코뼈가 골절되고 뇌진탕 증세를 보여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A 씨는 현행범으로 경찰에 연행됐다. 그러나 A 씨는 경찰에 끌려가는 와중에도 의사를 향해 욕설과 살해 협박을 했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지난 2일 A 씨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경남 창원시내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의사가 환자의 아버지로부터 뺨을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버지인 B 씨는 의사가 “딸이 장염 증상이 있으니 과일을 먹이지 말라”고 조언하자 “그럼 무엇을 먹이느냐”며 의사와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다 의사가 B 씨에게 음주 여부를 묻자, B 씨가 의사의 뺨을 때린 것으로 파악됐다. 창원지법은 지난 5월 B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인을 향한 폭행이 빈발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의료인 폭행을 처벌하는 법률은 지금도 존재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르면, 응급진료 중 협박·폭행으로 진료를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또, 의료인 폭행 방지법에 따라,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의료기사 또는 의료 행위를 받는 사람을 폭행·협박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이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의료인 폭행에 일각에서는 대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방안은 경찰의 적절한 대처다. 익산 응급실 사건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 흥분한 A 씨가 의자를 발로 찼지만, 영상 속 경찰은 취객을 그저 말리고만 있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이 공개되자, 대다수 네티즌들은 “경찰관이 취객을 제압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A 씨에 대한 불구속도 문제가 됐다. 익산 응급실 폭행 피해 의사 B 씨는 '의협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A 씨가 ‘감빵에 가더라도 나와서 죽여버린다고’ 말했는데 경찰은 취객의 대수롭지 않은 말로 넘긴 것 같다”며 “담당 형사에게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했지만 ‘그럴 일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A 씨가 풀려난 만큼 경찰이 나를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사자인 나는 너무나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의료인 이모(28) 씨 역시 “문제 환자가 의사를 죽이겠다고 살해 협박을 했는데 불구속 입건이라니”라며 “경찰이 피해자 보호에 무신경한 것 같다”고 혀를 찼다. 한 네티즌도 “밤에 응급실 지키는 의료인들은 무슨 죄냐”며 “응급실 의사가 죽어야 구속하려나?”라며 경찰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4일 ‘응급의료센터 폭력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의료인 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 지침 등의 개정을 요구했다. 의협은 “의료인 폭행과 관련해 충분히 중벌에 처할 수 있는 법령이 존재한다”며 “문제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 기소 의지와 관행 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의 의료인 등 폭행에 관한 수사 지침, 매뉴얼 등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와 함께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과 의료법의 의료인 폭행 관련 처벌 조항에 벌금형과 반의사 불벌죄 조항 등을 삭제하도록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의협은 또 지난 1일 발생한 익산 사건에 대해 “해당 폭행 및 살해 협박범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중한 형사 처벌을 요구하고 민사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끝까지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폭행 피해 의사 B 씨 역시 “응급실 의료진은 항상 폭행의 위험 속에 노출돼 있다”며 “그러나 솜방망이 처벌과 경찰의 안일한 대처로 이런 폭행 사건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B 씨는 “응급실 의료진 폭력을 무겁게 처벌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