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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노래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기쁘고 고마워요"

기사승인 2014.11.20  10: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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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안리 밤 바다의 낭만 드높이는 여성 버스커 김민영 씨 이야기

낮보다도 밤이 더 아름다운 광안리. 그곳 백사장에서 광안대교를 등지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친구 삼아 노래하는 한 여성이 있다. 피아노의 선율을 타고 그녀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퍼지면, 철지난 해수욕장의 낭만적 분위기가 더욱 고조된다. 서로 팔짱을 끼고 해변을 거닐던 아베크족, 어린 아이를 데리고 늦가을 바다 정취를 만끽하던 가족 등 지나가는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삼삼오오 모여든다. 발라드 풍의 노래 한 곡이  끝나자 십수 명의 청중들이 큰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낸다.

버스커(busker, 길거리 공연자)  김민영(31) 씨는 광안리에서 유명인사다. 이곳에서  버스킹 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째. 그리 긴 기간이 아니지만 고정 팬들을 몰고 다닌다. 김 씨의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 날을 기다려 일부러 광안리를 방문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많을 때는 스무 명, 적을 때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지만, 그녀는 “청중수에 상관없이 그분들이 와서 내 노래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또 고맙다”고 말한다.

그녀가 고정 팬을 가지게 된 것은 버스킹의 즉흥성, 현장성이 한몫했다. 민영 씨는 “버스킹은 일방적으로 기획되고 준비된 공연이 아니라 현장에서 손님들의 신청곡을 받고, 가수와 손님들이 소소한 말장난까지 하면서 즉각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광안리에서 광안대교 야경을 배경으로 버스킹하는 김민영 씨(사진: 취재기자 홍윤대).

그녀의 활발한 SNS 활동도 고정 팬을 확보하는 요인 중 하나다. 버스킹을 할 때마다 그날의 소회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또 다음 공연 계획을 공지한다. 그녀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좋아요’가 1000개를 넘는다.

김 씨의 고향은 강원도 원주다. 그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왔고 대학은 대전에서 다녔다. 그덕에 직장을 대전에서 잡았다. 또 모태 기독교도였던 그녀는 주일마다 교회에 꼬박꼬박 다니면서 성가대 활동을 했다.  그녀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 곧 신앙심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동시에 노래로써 신앙적 위안을 얻고 있었다.

그런데 5년 전 어느날, 같은 교회의 한 교우로부터 자신의 내면에 깊은 상채기를 가져다 준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네가 그렇게 노래한다고 하느님이 받아 주실 것 같으냐?”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 말이 노래 부르는 것이 신앙심의 전부가 아니라는 뜻으로 이해됐다. 그 교우도 그리 악의를 가지고 한 말은 아닌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말이 신앙심을 제대로 담을 수 있을 만큼 자신이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는 지적으로 생각됐다. 그 순간부터 민영 씨는 성가대 활동도 할 수 없었고 노래에 자신을 잃고 말았다.

김 씨는 “이 당시가 ‘내가 음악을 포기해야 하나’ 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사건은 그 후의 그녀 일상생활에 커다란 지장을 주게 됐고, 그녀는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게 정신적인 방황을 겪었다. 당시 그녀는 대전에서 대학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했던 보컬 트레이너 일을 대학 졸업 후에도 직업으로 계속하고 있었다. 보컬 트레이너는 실용음악을 전공할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노래 부르기, 악기 연주 등의 입시 지도를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성가대 사건이 있은 다음, 민영 씨는 “과연 내가 남을 지도할 만한 노래 실력이 되느냐는 회의에 빠지게 됐다”고 말한다. 

당시의 민영 씨를 다시 일으켜 세운 사람은 그녀의 중학교 은사님이었다. 그 은사님은 민영 씨에게 “너는 뭔가 될 거야. 너는 뭔가 달라”라고 격려를 해주었으며, 그 말이 당시에 그녀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마음을 다스리는 과정에서 일을 그만 둔 민영 씨는 2012년 기분 전환 차 부산에 왔다. 그리고 광안리에서 바닷바람을 쐬던 민영 씨는 버스킹 활동을 하고 있는 팀을 봤다. 그녀는 평소에 거리음악은 아마추어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버스킹을 본 느낌이 달랐다. 그녀는 “음악을 하는 데 아마추어와 프로와의 구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즉시 원주에서 짐을 모두 챙겨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것이 버스킹을 시작하게 된 동기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부산에서 버스킹을 하면서 다시 보컬 지도도 겸하고 있다. 민영 씨는 현재 경성대 정문 쪽에 있는 한 음악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녀는 지도 학생들에게 즐겁게 음악을 할 것을 가장 강조한다. 이것은 자신이 대전에 있을 때부터 간직한 음악철학이며 음악을 하는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그녀는 “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음악을 하는 것보다 자신이 먼저 즐겁기 위해 음악을 해야 듣는 사람도 즐거운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보컬 트레이너 활동을 하고 있는 김민영 씨(사진: 취재기자 홍윤대).

그녀는 거리음악가 못지않게 음악을 가르치는 데 정성을 쏟고 있다. 그녀는 학생들이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는 편안한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어 한다. 그녀는 “사람 대 사람이라는 인간적인 관계로 선생이 학생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동등한 눈높이를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영 씨는 근본적으로 음악(音樂)은 악(樂), 즉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는 점을 항상 간직하고 있다. 그녀는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음악을 통해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대단한 것"이라며 웃었다.

민영 씨는 공연하는 시간과 장소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공지한다. 그녀는 주로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오후 8시에 광안리 파크호텔 앞에서 버스킹 활동을 한다. 민영 씨는 날씨가 추워져서 11월 7일부로 올해 공식적인 버스킹 일정을 접었다. 시즌 오프인 셈이다. 그러나 내년 따뜻한 봄이 오면 민영 씨는 즐거운 마음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다시 광안리에 나설 것이다.

취재기자 홍윤대 reporter@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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