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갑질이 빚은 ‘기내식 대란’...김수천 사장 뒤늦은 사과
상태바
아시아나 갑질이 빚은 ‘기내식 대란’...김수천 사장 뒤늦은 사과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7.04 0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내식 공급사 협력업체 대표 자살로 비난 여론 봇물...3일에도 '노밀' 비행 26편 / 신예진 기자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문제가 아시아나의 갑질에서 비롯됐고, 새로 기내식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아시아나는 3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아시아나의 기내식 공급 차질과 지연 운항은 3일까지 이어졌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기준, 기내식 문제로 출발이 지연된 항공편은 아시아나 국제선 2편이다. 기내식이 없는 ‘노밀(no meal)’ 상태로 이륙한 항공편은 26편에 달했다. 대개 일본 오키나와 행, 중국 다롄 행 등 단거리 노선이었다. 아시아나는 기내식을 받지 못하는 승객에게 공항에서 사용할 수 있는 30~50달러 상당의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이날 온라인에서는 아시아나 승객의 항의와 비난이 쇄도했다. 특히 아시아나를 이용해 출국할 계획인 네티즌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김모 씨는 오는 5일 아시아나 항공기를 타고 인천공항서 출국 예정이다. 김 씨는 “당장 밥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비행기는 타고 싶지가 않다”며 “미리 알았더라면 예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화를 냈다. 김 씨는 “이런 사태가 벌어질 줄 알았더라면 외국항공을 탈 걸 그랬다”고 덧붙였다.

네티즌들은 “승객들의 시간은 뒷전인 항공사”, “공항에서 무작정 대기하란 말인가?”, “기내식이 복불복이라니 어이가 없다”, “차라리 기내식을 줄 수 없다면 사전고지를 해서 햄버거라도 줘야 한다”는 등 다양한 불만을 쏟아냈다.

아시아나는 이날 뒤늦게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올렸다. 김수천 사장은 “이번 기내식 공급업체 변경 과정에서 기내식 서비스에 차질이 생겨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빠른 시일 내에 정상적인 기내식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내식 서비스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나에 기내식을 납품하는 샤프도앤코는 소규모 업체로 대량 공급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 이 회사는 기존 하루 3000식 정도를 공급했다. 그러나 아시아나는 하루 2만 식 이상을 주문했다. 심지어 계약서에는 기내식이 늦게 공급되면 지연된 시간만큼 아시아나가 납품 단가를 깎는 조항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던 중 샤프도앤코의 한 협력업체 대표 윤모 씨는 지난 2일 저녁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윤 씨는 기내식 납품을 위해 직원들과 야근을 강행했다고 한다. 강한 심리적 압박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윤 씨의 아들은 3일 JTBC <뉴스룸>을 통해 “아버지는 직원들과 밤새워가면서 납품을 준비했다”며 "요구하는 수량을 공급하기에는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아시아나 항공이 지난 1일부터 승객들의 기내식 준비에 차질을 빚어 논란이 되고 있다(사진: 아시아나 홈페이지).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모든 문제는 아시아나가 지난 15년간 안정적으로 기내식을 공급해오던 LSG 스카이셰프 코리아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발생했다. 아시아나는 지난 2003년부터 LSG 스카이셰프 코리아로부터 기내식을 납품 받았다. 이 회사는 아시아나가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의 LSG 스카이셰프와 합작해 설립했다. 이들의 계약은 2018년까지였다.

아시아나는 계약 연장을 대가로 LSG 코리아에 무리한 요구를 했다. 금호아시아나 지주회사인 금호 홀딩스에 2000억 원가량을 투자해달라고 요구한 것. 해당 요구는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LSG 코리아는 끝내 이를 거절했다. LSG 코리아는 이 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현재 공정위는 해당 사안에 대해 조사 중이다.

한편, 아시아나는 기내식 공급사를 바꾸기로 결정하고 중국의 HNA 그룹(하이난 항공 그룹)과 연을 맺었다. 이어 HNA 그룹 계열사인 ‘게이트 고메’와 함께 게이트코메코리아를 설립했다. 게이트고메의 기내식 공급은 2018년 7월 1일부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동시에 아시아나는 HNA 그룹으로부터 1600억 원을 투자받기로 했다.

문제는 게이트고메코리아의 공장에 지난 3월 화재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게이트고메코리아는 인천공항에 공장을 짓고 있었다. 아시아나는 어쩔 수 없이 게이트고메코리아 대신 임시로 기내식을 공급할 업체를 찾았다. 아시아나는 이에 7월 1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3개월간 소규모 업체인 샤프도엔코와 계약을 맺었고 이번 사태가 빚어졌다.

아시아나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은 회사의 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입하여 시행 초기의 오류를 현저히 줄여나가고 있다”며 “샤프도앤코에서 첫날 생산된 기내식을 포장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혼선이 발생했고, 그 결과 일부 편은 지연되고 일부 편은 기내식 없이 운항하게 돼 고객 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쳐드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