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발 빗나간 애국심...외국인 향한 악성 댓글 활개
상태바
월드컵 발 빗나간 애국심...외국인 향한 악성 댓글 활개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6.28 2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일 출신 방송인 닉 "한국 욕하지 않았다...내가 왜 욕먹어야 하나" 고통 호소 / 신예진 기자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은 강호 독일을 꺾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국민들은 한마음으로 축배를 들며 승리를 축하했다. 하지만 국내서 활동하는 멕시코, 독일 등의 국가 출신 방송인들은 SNS 악플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은 지난 27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F조 독일과의 경기에서 당당히 승리를 따냈다. 후반전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과 손흥민의 골로 이날 경기는 2 대 0으로 마무리됐다. 스웨덴 전과 멕시코 전에서 모두 패배해 16강 진출에는 좌절했지만, 국민들은 세계 FIFA 랭킹 1위 국을 이겼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그러나 일부 국민들의 기쁨은 엉뚱한 곳을 향했다. 국내서 활동하는 독일, 멕시코 방송인들을 향해 조롱의 악플을 쏟아낸 것.

특히 가장 고초를 겪은 인물은 독일 출신 모델 겸 방송인 닉(니클라스 클라분데)이다. 닉은 지난 11일 KBS <볼쇼 이영표>에 출연해 “한국에 미안하다”며 독일의 승리를 점쳤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반대로 한국이 승리를 거뒀고, 일부 네티즌들은 그가 “한국을 무시했다”며 그의 SNS에 악플을 퍼부었다. 현재 그의 SNS는 닫힌 상태다.

악플 공격을 받은 닉은 28일 본인의 SNS에 본인의 심경을 밝혔다. 자국인 독일을 응원했을 뿐 한국을 비하한 적은 없었다는 것. 닉은 “(한국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그런데 제 인스타까지 와서 굳이 욕설할 필요가 있냐”고 씁쓸함을 보였다. 그는 “방송에서 독일인이 독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 뭐가 그렇게 아니 꼬았나. 내가 축구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 욕한 것도 아닌데 왜 욕먹어야 하는 건지. 운동은 다 같이 즐기면서 행복해하고, 슬퍼하면서 평화로운 마음으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인 닉이 지난 5월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CJ E&M 센터에서 열린 tvN <식량일기 닭볶음탕 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 더 팩트 이동률 인턴기자, 더 팩트 제공).

멕시코 출신 방송인 크리스티안 브루고스도 표적이 됐다. 그는 한국이 독일전에서 승리를 거두자 자신의 SNS에 축하의 글을 게시했다. 크리스티안은 “멕시코는 창피하게 진출했지만, 한국은 영광스럽게 탈락했다”며 한국 대표팀을 칭찬했다.

앞서 멕시코는 27일 스웨덴에 3점을 내주며 경기는 끝났고, 한국과 독일 전 막판 결과를 지켜보며 16강 진출이 무산될 위기감에 싸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한국이 독일을 이겨 멕시코의 16강 진출을 도왔다. 멕시코인들은 크리스티안처럼 SNS를 통해 "땡큐, 코리아"라며 한국에 감사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일부 멕시코인들이 눈 찢기 동작을 취한 것이 문제가 됐다. 손가락으로 눈의 양 끝을 늘려 찢는 동작은 아시아인에 대한 비하를 뜻한다. 일종의 인종차별 동작이다. 해당 동작은 유행처럼 SNS에서 퍼졌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이날 멕시코 공영방송에 출연하는 한 방송인도 멕시코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눈 찢기 동작을 했다.

이들의 인종차별 행태에 국내 네티즌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네티즌들이 크리스티안을 공격했다. 단지 멕시코 출신이라는 이유에서다. 크리스티안은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결국 크리스티안의 SNS는 그를 공격하는 네티즌과 이를 말리는 네티즌의 설전으로 도배가 됐다.

이처럼 엇나간 애국심이 양산한 부끄러운 설전에 국민들의 자성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모 아니면 도'는 버리고 국민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것. 유학생이라고 밝힌 A(33, 미국 뉴욕) 씨는 “미국에서 공부한다고 월드컵서 미국을 응원하지 않는다”며 “자국 응원이 당연한 것 아닌가? 악플러들 때문에 한국 이미지만 추락한다”고 혀를 찼다.

직장인 유모(28) 씨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마녀사냥식의 악플은 지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닉과 크리스티안은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저런 사람들에게 굳이 악플을 달아서 나라 망신시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