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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 노머니족, 소확행...취준생들은 꿈을 접고 있다

기사승인 2018.06.26  20: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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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다큐에서 아이와 청년을 대상 그룹으로 한 실험이 있었다. 각 그룹은 본인이 미래에 살고 싶어 하는 집을 그렸다.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아이들 그룹이 그린 집은 컸다. 아이들은 수영장이 딸렸으며 2층, 3층으로 된 높은 집을 그리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청년들 그룹은 달랐다. 그들은 부엌과 방이 겨우 분리된 공간, 1개에서 2개로 늘어난 방 등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원룸보다 조금 더 나아진 환경의 집을 그릴 뿐이었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아이들의 상상력이 더 풍부해서일까? 아니면 아이들보다는 철이 든 청년들이 현실을 마주해서일까? 아니면, 청년들은 가끔은 무모하고 더 큰 꿈을 꿀 수 없는 현실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까?

청년 실업률이 해마다 갱신되는 요즘, 그들은 아이 때 가졌던 보물 같은 꿈을 뒤로하고 본인의 생계를 책임져 줄 수 있는 ‘직업’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80, 90년 대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던 공무원이란 직업이 어느 샌가 청년들이 가장 취업하기 원하는 직업이 됐다. 언제부터 그들의 꿈은 공무원이란 한 방향을 바라보게 되었을까.

우리나라에 공무원 열풍이 분 건 그렇게 오래 된 일이 아니다. 하나 둘 현실의 삭막함에 지친 청년들은 흔히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되기 위해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면서까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곤 한다. 대학 졸업장 없이도 취직이 가능한 공무원은 아직 미성년자인 고등학생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간 모양이다. 일부 고등학생들은 수능을 치지 않으면서까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공무원이란 직업에 대해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이의 꿈이 한 직업에 모여지는 획일화가 일어난다는 걸 문제 삼고 싶은 것이다.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변변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사회 분위기 속에 어린 학생들은 본인이 뭘 원하는 지도 모르는 채 대학 진학만을 위해 달려왔다. 그렇게 대학에 진학해 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은 더 좋고 더 나은 직업을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넘쳐나는 대학 졸업인구에 ‘학력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그들이 가진 학위의 가치는 점점 떨어져만 간다. 이 때문에 그들이 바라는 직업과 현실적으로 가질 수 있는 직업의 차이는 점점 커지고, 청년들은 박탈감과 괴리감에 시달린다.

바로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는 청년들은 당장의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눈을 낮춰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더 나은 직업과 생활을 위한 준비단계라고 생각하지만, 낮은 임금에 생활고가 쉽게 해결될 리 없다. 그렇게 그들은 생활에 여유가 없어 본인의 꿈을 제쳐두고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요즘은 낮은 임금을 주는 그런 직업도 자리가 없어 청년들은 물밀 듯이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내기 바쁘다. 그렇게 기업은 박봉의 일자리도 수요가 있기 때문에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없이 젊고 똑똑한 인재들을 무리 없이 고용한다. 그렇게 청년들은 겨우 얻은 일자리에 노동력을 제공하느라 꿈을 꿀 시간을 잃어버린다.

또 다른 문제는 일부 직업군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업은 진입장벽이 높고 그 과정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인기 직종은 도달 경로가 다양하고, 청년들이 원하니 국가에서도 해당 직종에 대한 지원을 해준다. 하지만 비인기 직종은 다르다. 해당 직종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고, 전문 학위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등 접근성이 낮다. 예술·스포츠 직종, 제조업, 농업, 어업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비인기 직종을 택하는 사람들은 그만큼의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를 결정하는데도 과정은 순탄치 않다. 주위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 청년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기 위해 1년 간 휴학한다고 치자. 그때 부모님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공무원이나 번듯한 회사에 들어가면 되지 뭐 때문에 1년을 낭비하니"라고 하는 등 대부분 이런 반응이 아닐까? 자신의 고집대로 휴학했다고 한 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긴 쉽지 않을 거다.

'Dream'이라고 쓸 수는 있지만 그 꿈은 이루기 어렵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그렇다면 사회의 시선을 적당히 신경 쓰며 고른 직업을 가진 청년들은 행복할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은 당장은 그 어려운 취업난을 뚫고 취직했다는 성취감에 만족을 느끼지만 곧 허무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자기 내면에 대한 설계를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정말로 원하는 건 무엇인지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고 그저 취업만을 위해 살아온 청년들은 그 목표를 이루고 나면 허탈감에 뒤늦게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이를 반증하는 예로 20대 근로자 절반이 1년 내 이직한다는 통계청의 조사결과가 있다. 당장 좋은 조건, 그나마 나은 직업에 들어간 그들은 일을 하면서 느낀다. 이게 정말 나와 맞는 일일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이런 것일까. 생각보다 일이 주는 보람과 기쁨은 적었고, 거기에서 오는 무기력감은 곧 퇴사로 이어진다. 10대 때부터 경쟁 체제에 발을 들인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인간상과 전반적인 삶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점차 불투명해지자 현재의 행복에 충실하자는 ‘욜로’가 등장했다. 욜로족은 취미생활, 자기계발 등 자신의 행복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것도 잠시, 욜로가 가고 ‘노머니족’이 등장했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현재의 지출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당장의 행복을 추구하는 욜로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다.

욜로와 노머니족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현 사회에서 등장한 대안이 바로 ‘소확행’이 아닐까. 행복은 해야겠고, 하지만 돈과 시간은 없고. 그렇게 행복에도 효율성을 따져야하는 현재의 트렌드가 썩 달갑지만은 않은 건 청년들이 직업을 고르는 기준과도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꿈을 꾸기 위한 청년들 개개인의 노력은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남은 건 사회적 구조와 정책의 문제인데, 정부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 관한 여러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눈에 띄게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전 정권의 일자리 정책을 그대로 구사하기 때문이다. 또한 양질의, 다양한 직종의 개발보다는 현재 청년들이 원하는 직업의 수를 늘리기만 하고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정부는 당장의 실적에 초점을 맞춰 일자리 늘리기, 일자리 쪼개기 등 편협한 정책을 구사할 게 아니라 정말 청년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좀 더 실효성 있는 방책을 내야 한다. 4차 산업에 맞춰 등장한 새로운 직종을 활성화하거나 기존에 존재했으나,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청년들이 찾지 않았던 직종을 새롭게 재편성해 직업 선택의 폭을 늘리는 게 최선이 아닐까.

"사실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은"이란 말을 하는 청년들이 적었으면 좋겠다.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꿈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주어지고, 이를 실현할 만한 현실적 조건이 까다롭지 않으면 좋겠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꿈을 펼칠 수 있는 건설적인 시대를 바라는 건 너무 동화 속 이야기일까?

부산시 동래구 배상윤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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