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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을 근로시간서 뺀다니" 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노동자 불만

기사승인 2018.06.20  0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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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발적으로 참여한 접대'도 근무시간서 제외... 경총은 ”주 52시간 근무제 6개월 계도기간 필요“주장 / 조윤화 기자

문재인 정부가 저녁 있는 삶을 강조하며 추진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두고 시행 직전까지 기대보단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근로시간 단축 가이드라인’마저 모호하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놓고 경총이 ”6개월의 계도기간이 필요하다“고 고용노동부에 건의했다(사진: 더팩트 임세준 기자, 더팩트 제공).

국회는 지난 2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 미만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당장 내달 1일부터 상시 근로자가 300인 이상인 기업체를 대상으로 우선 적용된다. 개정안을 어기면, 사업주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 처벌을 받는다. 특히 대표이사에 대한 형사고발까지 할 수 있는 만큼 기업 측은 범법자로 내몰리지 않기 위해 주 52시간 근무제 논의 단계부터 근로시간 판단 기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회식, 흡연·커피 타임, 접대 등 근로와 휴식시간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명확한 근무시간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약 3개월 만인 지난 11일 ‘근로시간 단축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 가이드라인 공개 직후 재계와 노동자 사이에서는 궁금증이 해소됐다는 반응보다는 가이드라인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특히 회식과 접대를 근무시간으로 포함하는 것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컸다.

고용노동부는 회식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용노동부가 회식을 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무 제공과는 관련 없이 팀원의 사기 진작, 조직의 결속 및 친목 등을 강화하기 위한 행위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직장 상사가 회식 참석을 강제했다 하더라도 근로시간으로 인정 안 된다는 점이다. 근로시간 판단기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사용자가 참석을 강제하는 언행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요소만으로는 회식을 근로계약상의 노무 제공의 일환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의 해석과는 달리 대다수 직장인은 회식을 업무의 연장으로 해석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재작년 456명의 직장인을 상대로 ‘직장 내 회식 문화’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해당 설문에서 ‘회식을 업무의 연장이라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42.5%)’는 답변과 ‘매우 그렇다(36.6%)’는 답변이 1, 2위를 차지했다.

서울고등법원도 2006나109669 사건 판결문에서 “직장 내 회식 자리에서 음주 강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무시간 이후에 회식 자리를 마련하여 일찍 귀가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는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300인 이상의 기업에 재직 중인 2년 차 직장인 조모(35, 부산시 금정구) 씨는 “회식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 하지 않았지만, 회식 참석을 강제하더라도 별수 없다는 정부 입장이 허탈하다”면서 “노동부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상사가 회식을 강제하는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업무 수행과 관련이 있는 제3자를 접대할 경우, “사용자의 지시 또는 최소한 승인이 있는 경우에 한 해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대법원의 판례를 예시로 들며 “직장인 본인이 자신의 직무를 원활히 수행하고 좋은 대내외 평가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접대에 참여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다수 직장인은 ”회사 눈치 보여서 어떤 직장인이 접대를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냐“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기업 측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계속해서 고수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연맹은 19일 "단속과 처벌보다는 6개월의 충분한 계도 기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근로시간 단축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관련 경영계 건의문'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용자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관리를 잘못하면 범법자가 될 우려가 있는 만큼 준비 기간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경총이 고용노동부에 주 52시간 근무제의 계도기간을 요구한 19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현 정부의 핵심 근로 정책이라 할 수 있는 최저임금 정책과 노동시간 단축 모두 노동계와 재계의 만족스럽지 못한 반응을 얻고 있는 만큼 향후 정부의 대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취재기자 조윤화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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