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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학은 구두 신고 오는 곳이 아니네?

기사승인 2014.11.03  11: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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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본래 맨몸을 가리고 추위와 더위를 막으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런데 21세기 사람들은 위와 같은 단순한 기능만을 위해 옷을 입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옷을 통해 자신의 인품, 예의, 개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옷을 어떻게 잘 입을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언스타일>, <트렌드 리포트 필>, <스타일 매거진>, <패션왕 코리아>, <탑 디자이너> 등 패션에 관련된 TV 프로그램들이 국내에서 넘쳐나고 있다. 한국 방송국들이 이렇게 패션 프로그램에 공을 들인다는 것은 그만큼 패션에 관심이 많은 시청자들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에는 230여 개국이 있고, 70억여 명이 살아가는 만큼, 옷을 입는 수많은 방법과 의견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문화권이나 나라든, 결혼식에는 결혼식에 맞는 옷이 있고 장례식에는 그곳에 맞는 옷이 있는 것처럼,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을 입는 것은 옷을 잘 입는 방법 중 기본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학생들은 때와 장소에 맞게 옷을 입고 있을까? 공부하고 연구하는 국내 대학 캠퍼스에 하이힐과 비싼 명품 핸드백으로 무장한 여대생들, 값 비싼 구두와 재킷을 걸친 남학생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하이힐과 명품 핸드백보다는 시장에서 싼값에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에 핸드백 대신 전공 서적과 신문 한 부를 들고 다니는 여대생이 더욱 어울리는 곳이 대학이다. 값비싼 명품 재킷에 '등골 브레이커' 상표 가방을 맨 남학생보다 반소매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친구들과 목에 핏대 세우며 사회 문제를 논하는 모습이 더 아름다운 곳이 대학이다.

이곳 스페인에 교환학생으로 온 건국대 학생 박휘원(21) 씨도 한국에서 학교 갈 때마다 옷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많았다고 한다. 그녀는 "우리는 남을 신경 쓰는 문화 속에 놓여있다. 그래서 그저 공부하기에 편하기만 한 차림으로 학교에 가기가 힘들다"고 했다.

역시 경성대에서 스페인 교환학생으로 온 박소현(23) 씨도 한국 대학에서 여대생이 예쁘게 입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녀는 "공부하러 가는 학교이지만, 여대생들은 옷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은 어떨까? 이곳 스페인 에떼야 대학에는 스페인 학생들은 물론 이곳으로 온 유럽 학생들로 바글거린다. 그런데 그들은 똑같은 허름한 옷으로 며칠 씩 등교하는 게 보통이다. 이곳 스페인 대학 강의실에서는 비싼 구두와 재킷으로 무장한 학생들을 보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 학교 운동장 축구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현지 교환학생들의 모습(이세호 시빅뉴스 스페인 특파원)

그들이 패션에 대한 이해와 감각이 부족하거나 관심이 없기 때문일까? 파티나 행사 때 그들이 얼마나 멋을 내고 오는지를 본다면, 그들의 패션 감각은 놀래 자빠질 정도다. 정열의 나라답게, 스페인 대학생들은 멋쟁이들이다. 그들도 역시 옷을 잘 입는 것에 관심이 많다. 다만, 그들은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을 입는다. 그래서 그들은 학교에 올 때는 운동화에 편한 차림의 싸구려 캐주얼 옷을 자연스럽게 입는다.

독일 레겐스베르크(Regensburg) 대학 출신 교환학생 제이콥(22) 씨는 멋진 옷을 통해 자신을 뽐내는 곳은 클럽이지 학교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는 공부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한 곳에 오는 데 복장에 왜 신경을 써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 유적지 행사 때 옷으로 멋을 내고 온 현지 교환학생들의 모습(사진: 이세호 시빅뉴스 스페인 특파원)

한국에는 남에게 지나치게 신경 쓰고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다. 우리 한국인들은 그런 문화 속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유럽인들은 남보다는 개인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문화 속에서 태어나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한국 학생들과 유럽 학생들 사이에 학교 갈 때의 복장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유럽 학생들 패션이 무조건 옳고 한국 학생들 패션이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학교 강의실에 정장 구두보다 운동화가 더 어울려 보이는 것은 문화적 차이와 무관해 보인다. 외국의 패션과 음악을 받아들이는데 이골이 난 우리 한국 대학생들이 왜 캠퍼스에서 패션만큼은 다른 사람들 신경 쓰지 않고 허름하게 다니는 유럽 패션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왜 우리 한국 대학생들은 캠퍼스에서 싸구려 옷일지라도 개의치 않아 하는 유럽 대학생들의 '마음가짐'을 모방하지 않는 것일까?

스페인에 와서 날마다 유럽 학생들이 구두를 절대로 신지 않고 정장을 절대로 입지 않으면서 편하게 캠퍼스를 활보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자는 멋쟁이가 그득한 가을의 한국 캠퍼스를 떠올리며 한국 대학생의 맨얼굴이 오늘따라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세호 시빅뉴스 스페인 특파원 reporter@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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