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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교실에 부는 공무원 바람, 수능 대신 '공시' 도전하는 '공딩족' 등장

기사승인 2018.06.19  0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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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세 이상 응시 가능, 일부 과목선 고3이 유리...전문가 "안이하게 도전했다간 취직도, 대학도 다 놓칠 수도" / 김강산 기자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김지인(19, 부산시 남구) 양의 야자시간은 친구들과 조금 다르다. 김 양은 행정학개론, 행정법총론 등 수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책들을 펴놓고 공부에 열중한다. 김 양이 준비하는 시험은 수능이 아닌 ‘공무원 시험’이다.

부산진구의 한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태관(19, 부산시 진구) 군 역시 마찬가지다. 이 군은 “3학년 기준으로 보통 한 반에 2~3명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요. 2학년까지 합치면 더 많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수능 대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고교생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한 수능 고시장 입구 모습(사진: Creative Commons)

최근 들어 김 양과 이 군처럼 고교 때부터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지칭하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일명 ‘공딩족.’ 이는 공무원과 고딩의 합성어로 공무원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을 의미한다.

대학생부터 취업시장에서 공무원이라는 직업 선호도가 높아진 지 오래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12월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대학 진로교육 현황조사’ 설문에 따르면, 공무원의 선호도가 조사대상 대학생의 23.6%로 가장 높았고, 2위는 공기업으로 20%였다. 반면 대기업 희망자는 19.8%로 3위였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 취업을 바라는 대학생이 대기업 취업 희망자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았다.

하지만 대학생뿐만 아니라 고등학생들까지 공무원 시험에 매진하는 것은 최근의 일. 고등학생들이 학창시절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공무원 자격 조건은 나이 18세 이상이다. 여기에 고3이 해당되기 때문에 고3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것은 연령 문제가 없다.

김지인 양은 고등학생으로서 공무원 준비하는 이유로 ‘시간’과 ‘여건’을 꼽았다. 김 양은 주위에 대학교를 졸업한 선배들 중 대부분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양은 “그 모습을 보고 굳이 대학 4년을 다녀야 공무원을 더 잘 준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어요. 만약 고등학교 때 합격만 한다면 4년의 시간을 절약하는 셈이거든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무원 시험만을 본다면, 평범한 대졸자보다는 고등학생이 이점이 있다. 현재 9급 공무원 시험은 필수 3과목(국어, 영어, 한국사), 선택 2과목(사회, 과학, 수학, 행정학개론, 행정법총론 등에서 택2)으로 총 5과목을 치른다. 이중 세 가지 필수 과목인 국어, 영어, 한국사는 3년 고등학교 교과과정 중 배우는 것에서 심화과정만을 학습하면 공무원 시험 난이도에 준하는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이는 평범한 대학생이 졸업 후 국어, 영어, 한국사를 따로 준비하는 것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대학을 졸업한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노량진으로 가서 공시생이 된 황모(28, 부산시 수영구) 씨는 “영어는 대학에서도 꾸준히 공부해왔기에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한국사와 국어는 고등학생 때 분명 배웠던 내용임에도 기억이 나지 않아 처음부터 아예 새로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다음은 한 공무원저널에서 홍보용으로 제작한 그림이다. 대학교에 가서 대학교-알바-공무원을 거치는 시간은 약 6년이고, 고등학교 때 준비하면 2년이 걸려 대학생보다 2년이 절약된다고 표현되어 있다(사진: 공무원저널 제공).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의 영향도 크다. 특히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졸업생에게는 공무원시험 응시에 특별한 혜택이 주어진다. 2012년에 시작된 ‘국가직 지역인재’ 전형이 있는데, 이는 특성화, 마이스터고를 대상으로 학과성적 상위 30% 이내의 자격요건을 갖춘 우수한 졸업예정자를 학교별로 5명까지 추천받고, 필수과목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으로 합격자를 가리는 제도로, 고졸인재들의 공무원 등용문으로 불리고 있다. 제도가 시작된 해에는 전국에서 119명에 불과했던 선발인원이 매해 늘어서 2018년에는 18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공무원 선발을 담당하는 정부부서인 인사혁신처는 우수한 고교출신 인재가 공직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지역을 고려해서 선발인원을 매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이 무턱대고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다. 특히 고졸자를 따로 선발하는 지역인재 전형이 아닌 일반직 공채시험은 아직도 고등학생들에게는 불모지에 가깝다. 통계청이 2017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공무원 합격자 총 2866명 중 학력이 고졸인 사람은 5.6%(163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94.4%(2703명)의 합격자는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고등학생 합격자는 손에 꼽는다는 것. 이에 대해 한 공무원 학원 관계자는 “학원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러 오는 고등학생 중 최종합격자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이 시험에 실패하고 공무원시험 재수를 하거나 대학 입학도 포기하고 아예 이른 취직을 택한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 대신 공무원 시험을 택한 만큼 심리적인 압박감도 상당하다. 부모님과의 상담 끝에 고등학교 2학년부터 공딩족이 된 이진원(18, 부산시 동래구) 군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할 경우, 대학도 못가고 일반 소기업에도 취직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장 힘들어요. 안정적인 직장을 원해서 공무원을 꿈꾸는 건데 아예 실업자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교사들도 공무원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신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부산의 인문계 고등학교 장모(51) 교사는 공무원 시험 준비가 꿈을 항한 '최선'이 아니라 대학이 가기 싫어 선택한 '차선'이라면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장 씨도 “공딩족들을 위한 제도가 있다고 해도 합격하는 데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며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다가는 대학도, 공무원도 둘 다 놓치게 될 수도 있으니 신중을 기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취재기자 김강산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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