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라이브 기능 이용한 각종 'with me 브이로그' 동영상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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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라이브 기능 이용한 각종 'with me 브이로그' 동영상 봇물
  • 취재기자 박지현
  • 승인 2018.06.20 0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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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공부· 화장 장면만 올려도 조회수 수십만 건...소소한 일상 공유하는 느낌에 인기 폭발 / 박지현 기자

‘봇노잼’이란 닉네임을 쓰고 있는 한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은 유튜브에 정기적으로 동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다. 그는 최근 독특한 영상을 올려 인기를 끌고 있다. 그가 올린 동영상은 ‘같이 공부해요/Study With Me’라는 제목의 콘텐츠다. 

그의 ‘같이 공부해요’ 콘텐츠는 매우 간단하다. 유튜브의 ‘실시간 라이브’ 서비스를 이용해서 약 7시간 동안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전부다. 이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은 봇노잼 씨의 영상을 보고 그냥 자신도 공부한다. 그리고 가끔 실시간 채팅창에 참여해 다른 이용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실시간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봇노잼 씨는 말도 없고, 카메라를 바라보지도 않으며, 오로지 공부만 한다. 하지만 영상별 조회 수는 최고 48만 회. 정기구독자는 이번 달 2일 기준으로 30만 명에 육박한다.

유튜버 ‘봇노잼’ 씨가 실시간 라이브로 ‘Study With Me를 진행하고 있다. 옆의 채팅장에서 붓노잼 씨의 ’Study With Me’를 보고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지만, 정작 붓노잼 본인은 그저 공부만 한다(사진: 유튜버 홈페이지 캡쳐).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일반인 유튜버와 함께 어떤 일을 같이 하고 있는 듯한 영상이 인기다. 이를 일명 ‘With Me V-Log(브이로그)’라고 한다. ‘V-Log’는 '비디오(vedi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유튜버 ‘봇노잼’의 콘텐츠 ‘Study With Me’도 V-Log의 일종이다.

유튜버 ‘봇노잼’ 이외에도 ‘Study With Me’ 콘텐츠로는 치대생이 공부하는 모습을 올리는 ‘사랑’도 있다. 사랑은 약 14만 명이 정기 구독하고 있으며, 최고 조회 수는 42만 회에 달한다. 또한 유튜버 ‘공시생 동혐스쿨’이 올리는 ‘고독한 공부 방송’이란 With Me V-Log 콘텐츠를 1만 명의 정기 구독자가 시청하고 있다.

과거 유튜브 초창기에 등장했던 V-Log는 대부분 유튜버가 혼자서 무언가를 이미 했던 모습을 녹화해서 유튜브에 올리고 사람들에게 VOD 방식으로 보여주는 콘텐츠였다. 여기에는 ‘특별한 날 메이크업 하는 법’, ‘밀푀유나베 만드는 법’, ‘일본 지하철 쉽게 이용하는 법’ 등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유튜브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V-Log들은 이용자와 유튜버가 실시간 라이브로 무언가를 함께 하는 방식의 콘텐츠인 ‘~With Me’다. 유튜브 홈페이지에 ‘With Me V-Log’를 검색하면 무려 약 1000만 개 이상의 동영상이 뜬다.

유튜브에 “With Me V-Log”를 검색하면 약 1000만 개의 영상이 나온다(사진: 유튜브 홈페이지 캡쳐).

With Me V-Log의 유형은 다양하다. 단순히 시간을 함께 보내는 ‘Spend a Week With Me’부터 외출하기 전 준비를 함께하는 ‘Get Ready With Me’, 다시 집에 돌아와 스킨케어를 하고 잘 준비를 함께하는 ‘Get Unready With Me’, 그리고 앞서 소개한 공부를 함께하는 ‘Study With Me’ 등이 있다.

형식은 다 동일하다. 유튜버가 무슨 일을 하는 내용을 그저 라이브로 보여주면 다른 사람들은 그와 같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그 일이 공부이거나 화장 등이란 차이가 있을 뿐이다.

평소 With Me 콘텐츠를 자주 이용하는 유수빈(23, 부산 북구) 씨는 시험 기간에 Study With Me 콘텐츠를 아주 유용하게 쓴다. 유 씨는 “굳이 같이 공부할 사람을 찾지 않아도 동영상 하나만 틀어놓으면 같이 공부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With Me 콘텐츠 중 화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Get Ready With Me’를 자주 찾아보는 김민주(24, 부산 사상구) 씨는 평소 남이 화장하는 걸 생생하게 볼 기회가 많이 없다. 그래서 김 씨는 단순히 화장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보다 남이 화장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그것을 같이 보는 다른 사람에게 말도 걸고 친구처럼 팁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친근해서 Get Ready With Me를 자주 찾아본다. 김 씨는 “With Me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버에게 더 친근감도 생기고 유대감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소한 자신의 일상을 V-Log로 자주 올린다는 유튜버 우모 씨는 “확실히 다른 콘텐츠 조회 수보다 V-Log처럼 같이 뭔가를 함께하는 With Me 동영상 조회 수가 월등히 높다”며 “요즘 With Me를 보면 ‘누군가도 나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구나’ 하고 나를 위안하게 된다”고 말했다.

With Me V-Log 현상을 두고,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정일형 교수는 소위 '나 홀로 문화' 또는 '1인 문화'라고 하는 혼밥, 혼술, 혼영 등의 문화현상이 유튜브에서 연장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With Me V-Log와 같은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개인적인 일이지만 방해받지 않고 '함께' 할 수 있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며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이제는 각 개인의 특성을 중시하고 아울러 그것을 즐기는 사회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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