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지르고 뛰어다니고..." 극장가에도 ‘노키즈존’ 요구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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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지르고 뛰어다니고..." 극장가에도 ‘노키즈존’ 요구 빗발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6.09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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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관객 방해 탓에 집중 못한다" 원성..."극장측도 입장 연령 제한 준수하라" 요구도 / 정인혜 기자
어린이 관객들이 극장에서 다른 관객에게 폐를 끼치는 경우가 잦아 극장에서도 노키즈존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직장인 김유정(27) 씨는 얼마 전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워>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두 번 찾았다. 한 번은 주말 점심, 또 한 번은 평일 심야 시간이었다. 굳이 극장을 한 번 더 찾은 이유에 대해 김 씨는 ‘아이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말에 찾은 영화관에 아동 관람객이 너무 많았던 터라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

김 씨는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영화 내용 물어보고, 설명하는 아동 동반 관람객들 때문에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며 “애가 시끄럽게 하면 부모가 조용히 시켜야 하는데 다들 같이 떠들어 짜증이 났다”고 고개를 저었다.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을 최근 영화관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그간 노키즈존은 음식점이나 카페에 주로 적용돼 왔다.

이 같은 주장은 아동 관람객이 영화 관람을 방해한다는 데서 기인한다. 극장 내에서 아동들이 큰소리로 떠들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거나, 앞좌석을 발로 차는 등 민폐가 잦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영화가 개봉하면 노키즈존 요구는 더욱 거세진다. 아동 관객들이 늘어나기 때문. 지난 6일 개봉한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도 마찬가지였다. 3년 만에 개봉한 쥬라기월드 시리즈는 첫날 관객 1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 개봉 첫날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이 처음이다.

이 같은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개봉 첫날인 지난 6일이 현충일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정 공휴일이라 가족단위 관객들이 극장을 많이 찾은 것이다. 현재 이 영화는 평점 8.8 이상을 기록하며 흥행 돌풍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화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 평점란(사진: 네이버 캡처).

다만 영화의 평점란은 다소 의구심을 자아낸다. 영화에 대한 평가보다는 ‘노키즈존’을 요구하는 의견이 압도적인 공감 수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다 좋은데 초등학생들 꽥꽥 공룡소리 내는 거 참느라 정말 힘들었다”, “영화는 걸작 애들은 졸작”, “애XX들아 좀 닥치고 봐라”, “좀비보다 무서운 애들이 몰려온다” 등의 평점을 남겼다.

실제 이날 극장에서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을 관람했다는 대학생 박모(22) 씨는 “공룡이 나올 때마다 애들이 신나서 공룡 이름 외쳐대며 소리를 지르는데 솔직한 마음으로는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며 “애들은 애들이니까 그렇다 쳐도, 부모들은 왜 그걸 가만히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공휴일에는 절대 가족 영화를 관람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일각에서는 영화관의 관객 입장 제한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화별 연령 제한을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은 12세 관람가 영화다. 12세 미만의 관람객은 관람할 수 없다는 뜻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도 마찬가지로 12세 관람가 영화였지만,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대다수 극장에서는 청소년 상영 불가 등급을 제외한 12세, 15세 관람가에 대해서는 부모 동행 하에 관람을 제지하지 않는다.

극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어린이 동반 관객에게) 영화 내용이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무서운 장면이 많을 때는 다른 영화를 권하지만, 계속 보겠다고 할 때는 어쩔 방법이 없다”며 “관련 본사 규정도 없어 출입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대립 속 아예 어린이 동반 관객을 위한 극장도 나왔다. CGV는 어린이 전용 상영관 씨네 키즈(CINE KIDS)를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어린이 및 가족 영화가 상영된다.

롯데시네마에서도 가족 관람객들을 위한 씨네패밀리(cineFamily)를 운영 중이다. 극장 내 소파형 좌석이 따로 설치돼 있어 다른 고객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생후 48개월 미만의 아기를 동반한 부모들을 위한 ‘mom편한 엄마랑 아가랑’ 서비스도 롯데시네마의 주력 아이템 중 하나다. 부모들은 6000원으로 아이 자리까지 좌석 2개를 받을 수 있다. 매주 화요일 2회 운영되며 김포공항 외 전국 24개 영화관에서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공간이 마련되기 앞서 부모 관객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직장인 김소윤(41) 씨는 “노키즈존 요구가 나오는 것은 아이 때문이 아닌 아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부모 때문”이라며 “당신 자식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동이 ‘잘못’이라는 인식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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