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해로운 담배’는 착각, 궐련형 전자담배서 타르 등 다량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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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해로운 담배’는 착각, 궐련형 전자담배서 타르 등 다량 검출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6.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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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일반 담배보다 더 발생, 발암물질도 검출"...제조사 "분석 방법 잘못 됐다" 반론 / 신예진 기자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이 일반 담배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인 인식대로 ‘덜 해로운 담배’가 아니라는 것.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 제조사인 한국필립모리스는 식약처의 유해성 분석 방법이 잘못됐다고 정면 반박했다. 따라서 당분간 식약처와 제조사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일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BAT코리아의 글로, KT&G의 릴 등 궐련형 전자담배 3종류에 대한 유해성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분석한 유해성분은 니코틴, 타르,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각국 정부에 저감화를 권고하는 9개 성분 포함, 총 11개 성분이다.

식약처 분석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는 일반 담배와 다름없는 양의 니코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3개 제품의 니코틴 평균함유량은 각각 0.1mg, 0.3mg, 0.5mg였다. 일반담배의 판매량 상위 100개 제품 니코틴 함유량은 0.01~0.7mg이다. 일반 담배와 비슷한 수치다.

타르의 평균 함유량은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더 높게 나왔다. 각각 4.8mg, 9.1mg, 9.3mg 검출됐다. 시중에 많이 유통되는 일반담배의 타르 함유량은 0.1~8.0mg이다. 식약처는 “타르의 함유량이 일반담배보다 높게 검출됐다는 것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WHO 저감화권고 9개 성분 중 국제암연구소에서 인체발암물질(1군)로 분류한 6개 성분을 ISO법으로 분석한 결과, 평균함유량의 범위는 벤조피렌 불검출~0.2ng, 니트로소노르니코틴 0.6~6.5ng, 니트로소메틸아미노피리딜부타논 0.8~4.5ng, 포름알데히드 1.5~2.6μg, 벤젠 0.03~0.1μg이 검출되었으며, 부타디엔은 검출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이날 궐련형 전자담배의 ‘덜 해로운 담배’라는 슬로건을 조준 사격했다. 담배 업계는 출시 당시부터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와 비교해 유해물질이 적고, 몸에 덜 해롭다고 주장해 왔다. 식약처는 “WHO 등 외국 연구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인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사진: 독자 안정호 씨 제공).

아이코스 제조ㆍ판매사인 한국필립모리스는 이날 식약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를 정면 반박했다. 특히 타르 성분에 대한 식약처의 분석법이 잘못됐다고 맹공했다. 

현재 국제적으로 공인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분석법이 없다. 이 때문에 앞서 식약처는 일반담배의 국제공인분석법인 ISO와 HC(헬스캐나다) 방식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ISO법은 담배필터의 천공 부위를 개방하여 분석하는 방법으로 일반담배의 니코틴, 타르 함유량 표시에 적용되는 분석법이다. HC법은 실제 흡연자의 흡연 습관을 고려하여 천공 부위를 막고 분석한다. 일반적으로 ISO법보다 더 많은 담배 배출물이 체내에 들어간다고 가정하는 분석 방법이다. 결과적으로 두 방법 다 찌는 방식이 아닌, 태우는 방식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타르는 불을 붙여 사용하는 일반담배에 적용되는 것”이라며 “연소가 발생하지 않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타르는 담배연기에서 물과 니코틴을 뺀 나머지를 지칭한다. 회사 측은 찌는 방식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와 태우는 방식인 일반담배의 연기는 구성성분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이어 “이는 마치 디젤자동차의 배기가스와 수소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에 들어있는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오염물질의 양을 각각 비교하지 않고, 단순히 배기가스의 총량을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빗댔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식약처의 이같은 조사가 일반 담배의 소비를 지속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사 측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발암물질이 존재한다는 점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고 발암물질이 대폭 감소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유해물질의 감소는 질병의 위험 감소의 선결적인 조건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와 과학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흡연자들 역시 식약처의 결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흡연자들은 “직접 펴보면 일반 담배보다는 낫다”며 식약처의 주장에도 개의치 않는다. 직장인 안정호(26, 서울 영등포구) 씨는 “금연 목적으로 피는 게 아니라 냄새도 안 나고 들고 다니기도 편해 피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건강을 생각하면 금연이 답이지 않냐”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흡연자들은 안 씨와 비슷한 의견을 낸다. 네티즌 A 씨는 “그거 피나, 이거 피나 나쁜 건 매 한가지”라며 “연초에서 전자담배로 갈아타니까 몸이 훨씬 가벼워지고 가래도 안 낀다”고 말했다. A 씨는 “앞으로도 별일 없으면 쭉 전자담배를 피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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