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L 기내식 뚜껑에 웬 욱일기가?" 잇단 항의에도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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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L 기내식 뚜껑에 웬 욱일기가?" 잇단 항의에도 묵묵부답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6.0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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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식 '코셔밀'에 전범기 문양 사용...서경덕 교수 "계속 묵살하면 불매운동 나서겠다" / 신예진 기자

일본항공(JAL)이 일본 군국주의 심볼인 전범기(욱일기) 논란에 휩싸였다. 기내식 용기 뚜껑에 전범기 디자인을 사용한 것. 일각의 항의에 현재 일본항공은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6일 “일본항공 JAL이 서울 김포공항과 도쿄 하네다공항 노선에서 제공하는 기내식 중 유대교식인 ‘코셔밀’의 플라스틱 투명덮개에 욱일기 디자인을 새겨 사용해 왔다”고 밝혔다. 코셔밀은 유대교 율법에 따라 조리된 특별 기내식이다.

일본항공의 욱일기 사용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 교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을 많은 네티즌들이 제보해 줬다”며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이미 수년 전부터 김포-하네다 노선에서 욱일기 플라스틱 덮개를 사용해 온 것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욱일기는 일본 전범기의 정식 명칭이다.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일본 육해군이 군기로 사용했다. 물론 태평양 전쟁을 일으켜 아시아를 침공했을 때도 사용됐다. 즉, 욱일기는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대표 문양이다. 따라서 전범국인 일본이 욱일기를 사용하는 것은 과거 피식민지국에 대한 모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심지어 문제가 된 특별 기내식인 코셔밀은 주로 유대인이 먹는다. 유대인에게 일본의 욱일기가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문양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독일이 하켄크로이츠 문양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자국의 침략 역사를 부정하며 여전히 일본 극우파를 중심으로 욱일기가 사용돼 논란을 빚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본항공 하네다-김포 노선 기내식에서 욱일기 디자인을 봤다는 목격담이 속속 등장했다. 커뮤니티에 문제를 제기한 한 글쓴이는 “코셔밀을 신청했는데 다 먹고 케이스를 정리하려고 보니 누가 봐도 욱일기로 보이는 문양이 그려진 뚜껑이어서 순간 매우 당황했다”며 “저만 예민한 것이냐”라고 글을 올린 바 있다.

일본항공(JAL)에서 제공되는 기내식 중 유대교식인 '코셔밀'의 투명 플라스틱 덮개에 전범기 문양이 그려져 있는 모습(사진: 서경덕 교수팀 제공).

공개된 사진을 보면, 기내식 케이스의 투명한 플라스틱 뚜껑에 문양이 새겨져 있다. 왼쪽 상단에 둥근 원이 있고, 원을 중심으로 빛이 뻗어 나가는 형태의 무늬가 있다. 욱일기는 일본 국기인 일장기와 그 빨간 원 주변에 퍼져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했다. 색만 없을 뿐 형태는 꽤 욱일기와 유사하다.

욱일기(사진: Creative Commons)

서 교수는 우선 한국행 비행기 내 기내식에서는 전범기 용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서 교수는 ‘전 세계 전범기 퇴치 캠페인’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서 교수는 “전범국가인 일본을 대표하는 항공사인 일본항공(JAL)에서 전범기 디자인을 사용해 왔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라며 “한국행 비행기 내 기내식에서 사용한 전범기를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 다시는 일본항공에서 (전범기 디자인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일본항공은 현재 서 교수의 항의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 서 교수는 “일본항공 본사 측에 그 간의 전 세계 고객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을 요구하는 항의 메일을 두 번 보냈다”면서 “(일본항공 측은) 아직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는 일본항공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다. 네티즌 A 씨는 “독일 항공사가 나치 모양에 색을 뺀다고 해서 문제가 없을까”라며 “어떻게든 교묘하게 하늘을 가려본들 그게 가려질 것이라고 생각하나”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불매운동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직장인 권모(26) 씨는 “요즘 항공사가 얼마나 많은데 부끄러운 줄 모르고 전범기를 사용하는 일본항공은 타지 않을 것”이라며 “아시아인들이 일본항공에 대해 보이콧을 한다면 일본항공도 문제를 어느 정도 인식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 교수 역시 불매운동을 벌일 것을 고려하고 있다. 서 교수는 지난달 FIFA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사용된 욱일기 디자인을 항의해서 FIFA가 이를 수정하게 했다. 서 교수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수정되지 않는다면 네티즌들과 함께 일본항공(JAL)에 대한 '불매운동'까지도 고려해 볼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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