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진상 밝혀라” 법대 교수·변호사들도 규탄 대열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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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농단 진상 밝혀라” 법대 교수·변호사들도 규탄 대열 합류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6.0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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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조사단 98개 문건 추가 공개 후 논란 증폭...법원 노조 고발 이어 변호사·법학 교수 115명도 집회 / 조윤화 기자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를 밝히는 것이 주요 목적이던 특별조사단이 3차 조사에서 사법부가 지난 정권과 재판 거래를 시도했다는 정황을 새롭게 포착하면서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 본부(법원 노조)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사법 농단 '몸통'으로 지목하고 지난 30일 법원 공무원 3453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사법부 수장이 법원 내부로부터 고발당한 사례는 지금껏 없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외 법조계 안팎에서 특별조사단이 조사 대상으로 삼은 모든 문건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특별조사단은 지난 5일 98개 법원행정처 문건을 비실명 처리를 거친 뒤 추가로 공개했다. 법원행정처 문건 원문 전체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5일 '법원 구성원에 대한 안내 말씀 자료'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지난 25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 인용한 문서 90개와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5건, 과거 추가조사위원회에서 조사한 3건 등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 농단 의혹이 불거지는 가운데 법률가 115명은 지난 5일 사법부 규탄시위를 벌였다(사진: 와락치유단 페이스북 캡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지난달 25일 3차 조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단은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사법부가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해를 가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 포함된 문건이 대거 발견되면서 법조계 안팎의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사법 정책 현안에 관한 비판적 의견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근거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이판사판야단법석 다음(Daum) 카페 현황 보고’를 꼽을 수 있다. 이판사판야단법석(이하 이사야)은 판사들이 익명으로 글을 게재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이다.

▲ ‘이판사판야단법석 다음(Daum) 카페 현황 보고’ 문건 중 일부. 법원행정처는 사법 정책 현안에 관한 비판적 글이 많이 게재되는 이사야 카페 폐쇄 유도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했다(사진: 특별조사단 3차 결과 보고서).

법원행정처는 이사야에 게재된 게시글과 댓글 가운데 상고법원 설치, 원세훈 사건 선고, 쌍용차 해고노동자 판결 선고, 법원 인사 등에 관한 내용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사야의 폐쇄를 추진했다. 법원행정처는 카페 폐쇄를 유도하는 방안으로 ‘회원으로 가장하여 카페 내 활동 중단에 대한 글을 게시’하거나 ‘운영자의 자진 카페 폐쇄 유도’를 제시했다. 이러한 자발적 조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강제적 방안으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제5호, 제7호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최후의 설득 및 엄포용 카드로 활용”하라는 구체적 방안까지 마련했다.

특별조사단은 이사야 카페 폐쇄를 추진했던 법원행정처의 조치와 관련해 “이사야에 상고법원 설치 등 사법 정책 현안에 대하여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글이 많이 게시된다는 이유로 카페 자진 폐쇄의 유도 방안까지 검토한 것은 그 수단과 방법이 합리적이거나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별조사단이 법원행정처 컴퓨터에서 발견한 문건 중 하나인 ‘상고법원에 대한 법원 내부 이해도 심층화 방안’은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추진에 반대 뜻을 밝히는 법관들을 고립시키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려 했다는 정황을 담고 있다.

해당 문건은 돌출 행동 위험성이 높은 법관들을 상대로 상고법원에 관한 입장을 사전에 점검해 설득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만약 내부 설득에도 불구하고, 언론 등을 통해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 의견을 고수하는 법관의 경우, “위기 대응체제를 가동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위기대응체제로 “보수 언론을 통해 대응 논리를 유포해 반대 뜻을 폄하하고 고립화하는 전략을 세운다”며 “종래 진보 성향 판사들의 돌출성 언행 전력을 부각”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상고법원이 좌초될 시 “사법부로서도 더는 BH(청와대의 영문 약칭)와 원만한 유대관계를 유지할 명분과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고 적힌 문건 등 몇몇 재판 결과를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했다는 정황이 알려지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비판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변호사, 법학 교수 등 115명으로 구성된 ‘대법원 사법 농단 규탄 법률가 일동’은 지난 5일 오전 11시 30분 대법원 동문 앞에서 사법 행정권 남용에 대한 규탄 시위를 열었다.

이들 법률가는 특조단의 3차 조사결과는 ”법원이 재판이라는 명분으로 앞장서서 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면서 정치 권력과 거래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라며 ”노동자들, 사회적 약자들에게 칼끝을 겨누었던 판결들은 사법부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조차 지키지 못한 재판거래의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스스로 부정한 사법부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와 절망감을 느끼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지금까지의 진상을 낱낱이 제대로 밝힐 것, 그리고 사법 농단의 피해 구제책을 마련하고 법원 스스로 국민들의 통제를 받을 것을 요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연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1일 ‘양승태의 첫 번째 범죄부인 입장발표, 구속수사가 원칙이다’를 제목으로 하는 논평에서 이번 사태를 ‘박근혜-양승태 사법 농단 게이트’로 규정했다. 또한, 드러난 증거에도 불구하고 범죄혐의를 부인하는 자에 대해서는 구속수사가 원칙인 만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또한 구속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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