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서 4층짜리 건물이 순식간에 '와르르'..."안전관리 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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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서 4층짜리 건물이 순식간에 '와르르'..."안전관리 0점"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6.0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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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 된 건물 균열 심각" 주민 신고에도 구청은 안전점검도 않아…서울시장 후보들 "서울 재건축 정책이 원인" 공방전 / 정인혜 기자
서울 용산경찰서와 용산소방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기안전공사 등이 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건물 붕괴현장에서 합동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해당 건물은 3일 오후 순식간에 붕괴됐으며 당시 건물에 있었던 이모 씨는 경상을 입고 다른 사상자는 없었다(사진: 더 팩트 문병희 기자, 더 팩트 제공).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대부분 당시 현장에 없어 큰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때는 3일 오후 12시35분.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위치한 4층짜리 상가 건물이 갑자기 무너져 완파됐다. 사고로 4층에 거주하던 이모(68) 씨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건물 주변에 있던 자동차 4대도 붕괴 여파로 파손됐다. 소방당국은 구조대 등 132명과 장비 32대를 투입해 잔해 제거 작업을 벌였다.

무너진 건물은 1, 2층은 식당 등이 입점한 상가, 3, 4층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건물이다. 주말이라 식당들이 문을 닫았고, 3, 4층 주민들은 이 씨를 제외하곤 모두 외출 중이었던 터라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 식당들은 평소 많은 사람이 찾는 곳으로, 평일 점심시간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대형 참사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용산소방서 측은 주변 건물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용산구청은 전문가에게 긴급 안전점검을 의뢰, 국제빌딩 5구역 내 11개 건물에 대한 진단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 인근 3개 건물에서 육안상 균열이 발견돼 주민들의 입주를 보류시킨 상태다.

이 가운데 해당 건물의 붕괴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건물 노후화에 의한 사고라는 추측이 가장 힘을 얻고 있다. 해당 건물은 1966년에 건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예견된 사고라는 반응이 나왔다. 인근 주민 A 씨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2016년께 용산 센터럴파크 공사를 시작하면서 건물에 균열이 생기고 황토물이 흘러나오는 등 이상 징후가 있었다”며 “구청은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무너진 건물 주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주민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붕괴 조짐이 있어 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모(50) 씨는 같은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구청에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며 “구청에 이메일로 금이 간 건물 사진을 보냈지만 한 번의 육안 조사 후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구청 측은 해당 건물이 위험시설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52년 전에 지어졌으나 별도의 안전점검이 없었던 것이다.

용산구청 측은 “건물 안전 점검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며 “접수됐다는 민원에 대해서 파악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은 4일 붕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합동 현장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장 후보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야권 후보들은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가 주도한 서울 재건축 정책이 참사를 키웠다며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 측은 최단비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박 후보의 도시재생사업이다. 당장 무너질 위험이 있는 건축물 벽에 해바라기 벽화를 그려 넣는다고 낙후된 마을이 되살아나는 게 아니다. 정부와 서울시는 투기를 잡는다며 주민 안전을 무시하는 위험한 발상을 당장 거두라”라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도 박원순 시장의 재건축 정책을 비판했다. 김 후보는 이날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서울시가 투기지역이란 이유로 노후주택·재개발·재건축 지역에 대한 안전진단을 자꾸 지연시켜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지금 이 곳은 신속하게 재개발이 완료 돼야 하는데 절차가 늦어지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주민들은 사고 현장을 찾은 박 후보에게 “이게 말이 되나”, “평일이었으면 다 죽었을 뻔했다”고 항의했다. 이에 박 후보는 주민들 앞에서 “말씀을 종합해보면 주변 건물에 금이 가거나 지반이 침하하는 현상이 있어서 지난달부터 구청에 신고를 했는데, 구청은 보고가 제대로 안 된 상태였다. 주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건물 붕괴 원인을 빨리 조사해서 진상을 정확히 알려드리겠다. 이 곳 사고현장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재건축이 이뤄지고 있는 지역 특히 용산구에 대해서는 전면조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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