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도로가 아니다?...국민 10명 중 7명 “아파트 단지 내 도로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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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도로가 아니다?...국민 10명 중 7명 “아파트 단지 내 도로 위험”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6.01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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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공공도로 외 구역에 대한 교통안전제도 개선방안 마련 중" / 신예진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도로(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최근 도로교통법상 사각지대인 아파트 단지와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단지 내 교통사고'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한 국토교통부의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은 아파트 단지 내 교통안전이 취약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와 국민권익위원회는 아파트 단지 내 보행 안전 수준과 ‘도로교통법’ 적용 및 처벌 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3월 7일부터 21일까지 2주간 실시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9.3%가 아파트 단지 내 보행안전 수준이 ‘위험하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약 7명이 아파트 단지 내 보행에 문제를 느낀 셈이다. 이어 보통(23%), 안전(7.7%) 순서로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위험하다고 여기는 이유로 차량의 과속 주행(58.7%)을 가장 많이 꼽았고, 과속방지턱 등 교통안전시설 부족(28.1%)이 뒤를 이었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현행 도로교통법 상 도로로 인정되지 않는다. 도로교통법은 ▲도로법에 따른 도로, ▲유료 도로, ▲농어촌 도로, ▲불특정 다수 통행이 가능하도록 공개된 장소로 정의된다. 그러나 대부분 아파트 단지는 차량 차단기나 출입을 관리하는 경비원이 있다. 이 때문에 아파트 단지는 불특정 다수의 통행이 가능하지 않은 도로 외 구역에 속한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를 아파트 사유지로 보는 것이다.

문제는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도로 외 구역이어서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아파트 단지 내 도로보다 공공도로가 더 엄격하다. 심지어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경찰이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할 권한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국토부 조사에서 아파트 단지 내 도로를 도로교통법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게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7.5%는 찬성을, 31.3%가 일부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규제에 대한 적정 범위도 ‘모든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50.4%)’, ‘12대 중과실만 적용해야 한다(40.3%)’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해 1월 대전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국민청원에 따라, 정책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됐다. 당시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린이와 어머니를 승용차가 덮쳤다. 운전자는 과속방지턱을 지나면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으며, 6세 아이는 숨졌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 관련 청원이 등장했다. 사망한 아이의 아버지가 직접 게재한 청원은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도 ‘12대 중과실’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가 골자다. 해당 청원은 2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에 지난 3월 이철성 경찰청장이 직접 이와 관련한 제도 개선 계획을 밝혔다.

당시 이 청장은 “도로 외 구역에서 보행자를 우선 보호할 의무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하되, 보행자 우선도로 개념의 도입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운전자는 보행자 우선도로에서 보행자 발견 시, 의무적으로 서행이나 일시정지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와 경찰청 등이 관계기관 T/F를 구성해, 아파트 단지, 상업시설 주차장 등 ‘공공도로 외 구역’에 대한 교통안전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이번에 실시한 국민의견도 적극 반영해 국민청원과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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