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취소한다던 트럼프 하루 뒤엔 "내달 열릴 수도"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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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취소한다던 트럼프 하루 뒤엔 "내달 열릴 수도" 오락가락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5.2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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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계관 회담 촉구 성명에 "아주 좋은 뉴스" 화답...일부 외신은 "예정대로 개최 가능성 있다"보도 / 정인혜 기자
트럼프 대통령(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19일 앞둔 지난 24일 이를 전격 취소해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5일엔 북미회담이 정상적으로 열릴 수도 있다고 말해 그 진의에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6.12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CNN의 한 기자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트위터에서 북미대화 유지를 표명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제1부상의 담화에 대해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라며 "아주 좋은 뉴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앞선 24일(현지시각)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근거,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에서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며 “싱가포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은 북한의 발언은 북한 외무성 최선희 부장이 발표한 담화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선희 부상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한 공개 담화문에서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하는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게 제기할 것”이라며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 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6일 한미공군의 ‘맥스선더’ 훈련을 비난하면서도 이 같은 강성발언을 내놨다. 김계관 북한 외부성 제1부상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미국을 재차 위협했다.

다만 회담장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태도를 낮추면 언제든지 만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 나는 당신을 만나기를 고대한다. 석방해준 인질들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주저 말고 전화나 편지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미회담 개최 공을 북한에게 넘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합성 사진(사진: 청와대 제공)

북한은 유감을 표하면서도 문제 해결에 대한 용의를 내비쳤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서한 발표 이후 약 7시간여 만에 공식입장을 내고 상황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공개 담화에서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며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머잖아 북미가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북미정상회담이 연기된 것이지 전면 취소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브룩스 사령관은 이날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체제와 신한미동맹의 정립’ 세미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방침에 대해 “단지 지연되는 것이지 기회를 잃는 것이 아니므로 나는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이 직접 소통할 필요를 확인하고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위원들은 우리 정부가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남북 관계 개선 노력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노력이 북미 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계기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은 당혹스러운 모습을 내비치면서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야당에서는 완전히 무산됐다고 판단하고 날을 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김현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북미정상회담에 큰 난관이 조성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의 대화는 재개될 것으로 믿는다”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입장 변화가 있다면 북미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북미정상회담의 문은 아직 열려 있고 유효하다”고 했다.

반면 보수야당은 문재인 정권을 겨냥해 공세 수위를 올리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경기도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지난 6개월 동안 김정은의 한바탕 사기 쇼에 대한민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이 놀아났다”며 “2, 3시간 후에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될 것도 모르고 99.99% 된다고 한 국가안보실장, 이 사람 자격이 있는가”라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겨냥, 사실상 경질을 요청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워싱턴에서 만나서 미북정상회담을 조율하고 귀국하는 시점에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취소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운전대에 앉아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도대체 무엇을 조율했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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