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소파에, 엄마는 주방에” 아직도 성차별 광고 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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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소파에, 엄마는 주방에” 아직도 성차별 광고 범람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5.25 18: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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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원 심의 국내 광고 457편 중 36편이 '성차별'…전문가 "젠더 감수성 제고 노력 시급" / 정인혜 기자

#1. 뒤따라오던 차와 추돌 사고가 발생, 앞차의 남성은 화를 내며 차 안에서 내린다. 남성은 앞뒤로 차를 살펴본 뒤 뒤차 운전석 창문까지 내려치며 항의한다. 이때 차에 타 있던 가해자가 창문을 내린다. 운전석에 있던 사람은 미모의 여성. 여성이 두 손을 모으고 남성을 응시하자, 그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여성을 배웅하기까지 한다. 이때 등장하는 나레이션. “샤방샤방한 미모에 얼이 나갔네요.”

#2. 평범한 가정집. 남성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여보’를 찾는다.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한 그는 이내 소파에 누워 잠을 청한다. 이어 “자기 왔어?”라는 말이 들리고, 손에 한가득 장을 봐온 아내가 집에 들어온다. “배고프지”라는 말을 건넨 그는 곧바로 주방에 들어가 식사를 준비한다.

#3. 혼자 있는 여성 운전자의 차량 위에서 갑자기 한 남성이 등장한다. 두려움을 느낀 여성은 차 문을 열고 달아나지만, 남성은 개의치 않고 큰 소리로 자신이 준비한 말을 외친다.

사회적 편견을 조장하는 성차별적 광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시키거나,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식이다. 범죄를 희화화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젠더감수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약칭 양평원)은 25일 국내 광고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모니터링은 TV, 인터넷, 극장, 바이럴을 통해 방영된 국내 광고 457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사회적 편견을 조장하는 성차별적 광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광고업계에도 젠더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양평원은 이 가운데 총 36편의 광고가 성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평했다. 이는 성평등적 광고로 꼽힌 17편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광고 내용으로는 주로 성역할 고정관념이 반영된 것이었으며,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하거나 여성을 타자화하는 내용도 있었다. 예컨대 앞서 설명한 광고의 경우다. 양평원은 4월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적 광고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개선 요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젠더 감수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젠더 감수성이란 다른 성별의 입장이나 사상 등을 이해하기 위한 감수성을 말한다. 다만 말 그대로 ‘감수성’일 뿐, 어떠한 주장이나 의견의 옳고 그름과는 관계가 없다.

양평원 관계자는 “최근 성차별, 불법촬영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임에도 광고계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기존의 성차별적 아이디어를 답습하고 있다”며 “광고계 담당자들이 광고 속에 내재된 성차별을 제대로 인식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젠더감수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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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고구려 2018-05-31 10:59:07
옳은신 말씀입니다. 냉장고같은 가전 제품 광고또한 여성들이 주된 모델이되며 '여자라서 행복하다' 라는 나레이션이 나옵니다. 이는 남자는 능력 여자는 미모 다시말해 남자는 사회능력이 출중하며 돈을 많이 벌어와야 한다는 관념과 여자는 미모가 출중해야하며 집안일을 잘 해야한다 라는 관념이 깔린 광고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광고는 국민의 트랜드를 반영한 영상이므로.. 아직 양성평등의 때는 시간이 걸릴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