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문재인 케어' 논란 왜? "국민건강권 확대" vs "의사 죽이기"
상태바
[뉴스해설] '문재인 케어' 논란 왜? "국민건강권 확대" vs "의사 죽이기"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5.22 0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협 "적자 보전 않고 비급여 없애면 병원 줄도산" 주장에 환자단체는 "정부는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 / 정인혜 기자

국민 보장성 확대를 골자로 한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갈등이 가열되고 있다. 환자단체는 의사협회를 강력 비판하며 이 정책의 실시를 주장하는 가운데, 의사협회는 ‘의사 죽이기’라며 장외투장에까지 나섰다. 정부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를 극복하고 정책을 도입할 수 있을까.

문재인 케어는 문재인 정부에서 주도한 수가적용 대상 확대를 통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일컫는 말이다. 의료비 중에서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비율을 낮추고, 대신 건강보험이나 정부 지원금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 8월 9일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5년간 30조 6000억 원을 들여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식 논의가 시작됐다. 미용과 성형은 보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갈등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건강보험 보장강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 청와대 제공).

이는 극명한 찬반으로 나뉘었다. 의사 측으로부터는 결사반대를, 환자에게선 강력한 지지를 얻었다. 의사 측은 문재인 케어를 ‘현실성 없는 정책’이자 ‘의사 죽이기’라고 규정,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관련 종사자들은 집회를 열었고, 단식투쟁까지 벌였다. 지난해 12월 10일 촉발된 의사협회의 대규모 투쟁은 2018년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지난 20일 의사협회는 서울 중구 덕수궁에서 ‘문재인 케어 저지 및 중환자 생명권 보호를 위한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이에 반대했다. 이날 총궐기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전국 16개 도시 의사 5만 명(경찰 추산 7000명)이 몰렸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의사들은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 만들려다 병원 없는 나라 만든다”, “사람이 먼저인 시대, 국민건강이 기본이다”, “생색내기 의료정책, 국민건강 뭉개진다” 등의 피켓을 들고 문재인 정부에 항의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막대한 재정을 확보하려면 결국 국민 모두의 호주머니를 털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 측의 논리는 이렇다. 국내 병원은 환자 한 명을 진료할 때마다 적자를 보는 상황인데, 건강보험이 의료 행위의 원가도 보장해주지 않는 마당에 비급여까지 없애는 것은 병원 운영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병원의 평균수가는 75%선에서 책정돼 있다. 환자 한 명을 진료하면 25% 손해를 입는 구조라는 뜻이다. 이를 메꾸기 위해 비급여 항목에서 손해분을 충당했는데, 비급여 항목을 없애면 국내 병원이 줄도산할 것이라는 게 의사 측의 주장이다.

국민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아주대학교 병원 중증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도 이를 비판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지난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의료 보장성 확대를 얘기하는 걸 보고 대체 뭔 소린가 싶었다. 지금도 의료 현장 곳곳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건 전방 병사들이 온 몸을 던져 간신히 전선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며 “거기에 보급을 강화할 생각은 안 하고 ‘돌격 앞으로!’만 외치고 있다. 그게 되겠냐”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평소 가혹한 업무 환경으로 1년에 4번 귀가한다는 이야기를 꺼낸 바 있다.

반면 환자단체에서는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지지 이유는 이렇다. 문재인 케어는 ▲치료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고 ▲취약 계층에 대한 혜택 강화로 가계 파탄을 막으며 ▲긴급 위기상황 지원 강화와 재난적 의료비 지원으로 의료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국민에게 이롭다는 것이다. 세부 항목으로는 MRI, 초음파 검사, 환자 간병 등에 일괄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점이나 중증치매환자 본인 부담률을 10%로 인하, 소득 하위 50% 환자에게 최대 2000만 원의 의료비를 지원한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환자단체연합회는 21일 논평을 통해 이를 반대하는 의사협회 측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환자연합은 “환자에게 비급여는 없으면 가장 좋고, 여러 사정으로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최소화해야 할 대상이지 유지하거나 확대해야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전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로 전 국민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증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뿐만 아니라 일반 질환까지도 병원 마음대로인 비급여가 아닌 국가가 상한금액을 정해서 병원이 상한금액 이상 환자에게 받지 못하게 하고, 환자는 상한금액 이내인 수가의 일부만 부담하는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고자 희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시 한 번 문재인 케어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는 당황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우선은 국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협 측의 거센 반발에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의협 측의 총궐기가 진행된 지난 20일 의협에 ‘진정성 있는 대화’를 촉구했다. 복지부는 “문재인 케어 저지를 통해 중환자 생명권 보호가 가능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중환자 생명권 보호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훨씬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의료계의 비판을 의식한 듯 “보장성 강화에 따른 적정 수가 체제 마련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