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범이 여자라서 빨리 체포” 주장에, 일부 여론은 “지나친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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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범이 여자라서 빨리 체포” 주장에, 일부 여론은 “지나친 페미니즘”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5.22 03:03
  • 댓글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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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혜 기자
'홍대 몰카 사건'을 편파 수사라 규정한 여성들이 모인 지난 19일 서울 혜화역 시위 이후 '한국식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의견이 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바야흐로 성별 전쟁의 시대다. 한국사회에 ‘페미니즘’이 본격 유입되면서 남녀는 그 어느 때보다 서로 자주 대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페미니즘이 변질됐다"는 비판 의견이 나오고 있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운동과 이론을 칭하는 용어다. 페미니즘을 관통하는 핵심 요지는 ‘평등’이다.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적인 대우를 타파하고, 성 평등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별에 따른 차별이 없어져야한다는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최근 국내 페미니즘은 일부 비판에 봉착했다.

이는 지난 5월 19일 진행된 서울 혜화역 시위 이후 제기됐다. 일각에서 국내 페미니즘 운동의 양상에 마뜩찮아 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9일 붉은 옷을 입은 여성 1만여 명(주최 측 주장 1만 2000명)이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 모였다. 온라인 페미니즘 커뮤니티 회원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이번 시위는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유포한 이른바 ‘홍익대학교 몰카 사건’의 피해자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그간 발생한 몰카 사건의 ‘여성’ 피해자보다 편파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는 데 항의하는 목적에서 열렸다.

이들은 경찰이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피의자 여성을 사건 발생 12일 만에 붙잡은 것을 두고 피해자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어서 빠른 수사가 이뤄졌다며 경찰의 수사를 ‘편파수사’로 규정, 반발했다.

시위 주최 측은 이날 “수사 당국이 불법 촬영 사건을 다루면서 가해자와 피해자 성별에 따라 성차별 수사를 한다”며 “불평등한 편파수사를 중단하라”는 말로 서막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여성유죄 남성무죄”, “편파수사 부당하다, 남자들도 체포하라”, “동일수사 동일처벌” 등의 구호를 외쳤다.

남성의 성기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을 동원한 ‘유X무죄 무X유죄’, ‘남경들아 분위기 X창 내지 말고 웃어’ 등의 피켓도 등장했다. 경찰 캐릭터인 ‘포돌이’ 형상을 한 박을 깨뜨리는 등의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시위에 등장한 문구(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주최 측이 시위 참가 자격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못 박음에 따라 참가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은 “참가 여성의 안전을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3시에 집결한 이들은 오후 7시에 해산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시위에 높은 합격점을 매겼다. 자칭 페미니스트로 온라인에서 유명세가 높은 가수 연습생 한서희는 “오늘 다들 너무 수고 많았다. 현장의 감동이 아직 가시질 않는다”며 “연대를 넘어서 사랑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시위에 참가한 네티즌들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 “여성 평등 위해 앞으로 나아가자”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이처럼, 참가자들은 시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일부 국민들은 이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혜화동 시위의 비판론자들은 홍대 몰카범 수사가 성별에 따른 편파수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일 경찰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3일까지 경찰에 검거된 몰카 피의자 1288명 중 남성은 1231명이다. 이 가운데 34명이 구속됐다. 구속된 여성 피의자는 홍대 몰카 사건의 피의자가 유일하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3년을 통틀어 봐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전체 몰카 피의자 5437명 중 남성이 5271명이었으며 119명이 구속됐다. 지난 2016년에는 전체 피의자 4491명 중 남성이 4374명이었고 135명이 구속됐다. 이 기간 동안 여성 피의자 283명 중 구속된 사람은 없다.

경찰은 이번 홍대 사건의 피의자를 긴급 구속한 것은 피의자가 몰카 사진을 온라인에 유포했고, 이를 촬영한 휴대전화를 한강에 버리는 등 증거 인멸 시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수사 9일 만에 범인을 체포할 수 있었던 건 당시 누드 크로키 수업에 있던 사람이 20명뿐이라 범인을 특정하기 쉬웠기 때문이라는 점도 부연했다.

그러나 주최 측은 본지에 보내온 의견서를 통해서 “(혜화동 시위의 본질은) 이전까지는 남성의 여성에 대한 불법촬영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경찰이 제시한 수치에서 구속된 가해자 중 남자가 대부분이라는 통계는 가해자 대부분이 남성인 것을 고려했을 때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또한 주최 측은 “구속된 남자 피의자들의 죄질과 처벌의 강도 등 중요한 정보가 나타나지 않아 (제대로 수사됐는지의 여부 등) 진위를 판단하기엔 부족한 통계”라고 덧붙였다.

이날 시위를 지켜본 직장인 설모(29, 서울시 중구) 씨는 “평소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이날 시위가 궁금해 일부러 찾았다. 여자라서 구속된 게 아니라 피의자가 휴대전화를 은폐함으로서 증거를 인멸하려했고, 온라인 활동 내역까지 삭제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어 구속했다는 공식 발표에도 ‘여자라서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막무가내식 떼쓰기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 씨는 “여자라서 유독 빨리 잡았다는데 몰카 범죄 검거율이 94%가 넘더라. 그중에 여자는 저 사람 하나”라며 “팩트 제시하는데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들은 척도 안하고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데 도대체 저런 사람들이 어떻게 평등을 외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9일 혜화역 시위에 등장한 시위 구호(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남성에 대한 지나친 혐오 표현도 일부 국민들의 등을 돌리게 한 이유 중 하나인 듯 보인다. 남성의 성기를 비속하게 이르는 단어들이 다수 등장한 게 그 예다. 심지어 특정 남자 연예인을 비하하는 구호가 나왔다는 참가자의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주최 측은 올바른 시위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과격한 표현을 삼갔다고 밝혔다. 한 시위 참가자는 "(특정 고인을 욕하는 표현 등은) 진짜 들은 적 없다. 사람들 다 빠져나가고도 20분가량 더 있었는데도 그런 말은 들은 적 없다"고 반박했다.

주최 측은 “주최 측이 특정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으며, 시위대가 다수인 만큼 특정인을 향해 모욕적 발언을 내뱉는 것은 법적 분쟁을 야기할 수 있으니 자제해달라”는 공지를 내건 바 있다고 밝혔다.

‘한국식 페미니즘’에 반대한다는 대학생 최모(25) 씨는 “여성 인권 운동에는 얼마든지 찬성하지만, 제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지금의 태도는 그저 피해망상에서 나온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온라인에서도 일부 과격한 반응이 나왔다. 여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에서도 이를 비판하는 의견이 베스트 댓글에 올랐다. 관련 소식을 다룬 기사에는 “올해 몰카범 중 구속된 사람은 34명이고, 그 중에 유일한 여성 구속자가 이번 사건 몰카범이다. 시위 주장 그대로 남자 여자 동일 범죄 동일 처벌하자”, “박사모 수준의 논리라 대화가 안 된다”, “지나가는 남자들한테 소리 지르고 욕하면서 시비 걸고 남경들 욕하고 조롱하는 한국여자들의 모임”이라는 댓글이 반대 수에 비해 높은 추천 수로 베스트 댓글에 랭크됐다.

관련 기사에 달린 네티즌 댓글(사진: 네이트 캡처).

경찰 측은 몰카 범죄 수사가 성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1일 청와대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성별에 따라 수사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여성들이 체감하는 불공정이 시정되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여성차별, 남성우월주의 문화를 뿌리 뽑도록 경찰부터 더 잘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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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2018-07-06 14:43:56
모인 사람만 약 1만명이라고? 저런 뭣 같은 생각 가진 인간들이 최소 1만명 존재한다는 거 아냐... 집회에 안 나온 회원들 까지 생각하면 와 이거 한국에서 사람 무서워서 사귀겠냐;;

ㅇㅇ 2018-06-12 18:53:48
어느부분이 허위보도 되었냐면 여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에서도 반대하는 의견이 베스트라는데 비판성 글들이 베스트가될수없습니다 왜냐구요? 블라인드 처리되기때문이죠

2018-06-12 14:32:20
기사를 아무리 반복해서 읽어봐도 잘못되거나 수정할 부분이 없는데도 무조건적으로 기사 수정하세요, 기자 자격이 없네요 하시는 분들이야말로 당신들의 무논리를 아무데서나 들이밀지 마세요

김희애 2018-06-11 14:20:24
좋은 기사 잘봤습니다

ㅇㅇ 2018-06-09 19:08:39
공감하지 못한건 한남 흉자 콜라보겠지ㅋ 구글링 좀만하면 여자 몰카 유출 오조오억개 있다ㅋ 생각하고 기사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