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특집] "세계적 영화제를 만끽할 기회 놓칠 순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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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특집] "세계적 영화제를 만끽할 기회 놓칠 순 없잖아요"
  • 취재기자 김제니
  • 승인 2014.10.1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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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대 영화과 학생들의 4박5일 'BIFF 만유기(漫遊記)'

영화감독을 꿈꾸는 서울예술대학교 영화과 학생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부산에 왔다. 그들은 학기 중이지만 영화제의 유혹을 어찌 할 수 없어 친구끼리 뭉쳐 4박5일의 ‘일탈’을 실행에 옮겼다.

영화제 ‘로드 무비’의 주인공들은 14학번 동갑내기 친구인 최우정(23, 경기도 안양시 안양9동) 씨와 이지희(23,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씨다.

우정 씨와 지희 씨는 영화감독 지망생인 만큼 평소에도 영화는 늘 품고 다녔다. 그러나 이번 부국제 방문 목적은 다양한 영화를 접하는 것이다. 할리우드나 국내 영화의 식상함보다는 79개국이란 다양성이 그들을 유혹했던 것이다. 우정 씨와 지희 씨는 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지 않아 부국제에 갈 자금을 오래 전부터 모으기 시작했다. 우정 씨는 프렌차이즈 빵집에서 3개월 간 일을 해 차근차근 돈을 모았고, 지희 씨는 마트에서 10일 동안 장난감을 파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금을 모았다.

▲ 최우정 씨와 이지희 씨가 보여준 부산국제영화제 티켓사진(사진: 취재기자 김제니)

돈은 마련됐지만, 보고 싶은 영화 티켓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치열했던 인터넷 예매를 통해 구한 티켓은 몇 장 안됐고, 성에 차지 않은 그들은 밤을 새서라도 원하는 영화 티켓을 구매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일 밤, 그들은 부산의 티켓 판매처 앞에서 밤을 지새웠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열기 탓에 돗자리마저 다 팔려, 그들은 박스를 주워 바닥에 깔고 자리 잡았다. 그때 저 멀리서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같은 과 선배들이 저 멀리에서 오고 있었다. 학교가 아닌 부산에서 우연히 만난 그들은 함께 자리를 잡고 술과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밤새도록 하며 그렇게 밤을 보냈단다. 밤새 술을 먹다보니 선배 중 한 사람이 술에 많이 취하게 됐다. 하필 티켓 발매 직전에 속이 안 좋아진 그 선배는 화장실에 다녀와야 했고, 하마터면 티켓 발매를 못할 뻔했단다. 지희 씨는 “온갖 세상 경험을 다 할 수 있다는 게 오히려 영화제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정 씨는 태어나서 부산에 온 것이 처음이다. 부산국제영화제 또한 첫 방문이다. 그녀는 마냥 설레고 신기했다. 우정 씨는 전국의 영화 마니아들이 모이는 자리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 부국제의 영화관 앞에는 정말 영화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 가득 차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기가 곳곳에서 느껴지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우정 씨는 영화도 영화이지만 부산이라는 도시도 충분히 즐겨보고 싶었다. 특히 그녀는 부산의 음식이 가장 기대된다. 그는 미리 인터넷에서 음식 서핑을 했는데, 밀면과 돼지국밥을 찾게 됐다. 우정 씨는 해운대의 포장마차나 유명 밀면집, 또는 돼지국밥집에 가면 감독과 연예인들이 많이 온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녀는 “음식점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다가 감독님께 술 한 잔 얻어먹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는 게 소원이다”라고 말했다.

우정 씨는 부산국제영화제 행사 중에서 특히 비주류영화의 GV(guest visit: 감독이나 배우와의 대화)가 가장 기대된다. 그녀는 감독이나 배우를 만나볼 수 있는 GV 자체가 기대가 되지만 그중에서도 영화제가 아니면 만나볼 수 없는 비주류영화를 보고 그에 대한 감독의 생각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꿈만 같다.

우정 씨의 이야기를 듣던 지희 씨는 GV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 GV를 보러갔는데, 감독은 오지 않고 배우만 와서 생각보다 깊은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희 씨는 “관객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 같은 것이라 감독이 대답해야 하는 데, 배우만 덜렁 오니 에피소드 위주로만 진행되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지희 씨는 2년 전에 부국제를 방문했을 때는 정시 입장, 정시 상영이 잘 지켜졌단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화상영 후 15분까지 입장이 허용되다 보니, 관람에 방해가 컸다. 그녀는 <보이후드>를 보러 갔는데, 관객이 다 차지 않자, 정각이 되어도 영상이 나오지 않았고, 시작하고도 사람들이 입장해 플래시를 켜고 자리를 찾아다녀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이 씨는 “이런 부분은 좀 아쉽다. 규제완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부산을 찾은 서울예술대학교 영화과 대학생들(사진: 취재기자 김제니)

우정 씨는 부산국제영화제를 ‘공기’라는 한 단어로 압축해서 표현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바다의 공기와 영화의 공기가 너무나도 잘 어울려 색다른 공기를 뿜어내는 것 같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우정 씨는 “부국제는 한 번쯤 꼭 와봤으면 하는 영화제였다”고 말했다. 지희 씨는 부국제를 ‘청춘’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다른 영화제도 가봤지만, 청춘이 즐기기에 가장 좋은 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다”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내년은 물론 청춘이 가도 영원히 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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