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드립'이 적절하게 구사되고...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 '데드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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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드립'이 적절하게 구사되고...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 '데드풀2'
  • 부산광역시 서구 안소희
  • 승인 2018.05.22 0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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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입담과 B급 영화 콘셉트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데드풀2(Deadpool 2)>가 지난 16일 개봉했다. 이전 시리즈인 <데드풀> 역시 청소년관괌불가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관객 수를 기록했다. 이전 시리즈를 재밌게 봤던 터라 이번에 개봉하는 <데드풀2>도 큰 기대를 안고 예매했다. ‘역시는 역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밌었다. 이번 영화에 대한 관람 포인트는 세 가지 정도였다.

라이언 레이놀즈(사진: Creative Commons)

#여전한 19금 입담과 본편보다 재미있는 쿠키 영상

<데드풀>을 보러 갔을 때 나와 친구는 매우 당황했다. 난무하는 성드립이 그 이유였다. 청불 영화라고 해도 성드립이 대놓고 나오거나 그것을 개그 코드로 쓰는 영화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인 데드풀은 성드립을 자유롭고 재밌게 구사한다. 그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대게 성드립은 불쾌감을 자아낼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서 거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데드풀2> 역시 적절한 성드립을 영화에서 양념처럼 사용하면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쿠키 영상은 영화에서 엔딩 크레딧 전후에 짧게 추가된 장면을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영화의 속편을 암시하는 장면을 넣는다. 그러나 <데드풀2>는 달랐다. 데드풀은 라이언 레이놀즈의 영화적 흑역사를 처리한다. 왜 데드풀이 라이언 레이놀즈의 흑역사를 처리한다고 묻는다면, 데드풀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가 그이기 때문이다. 또, 그 방법이 매우 데드풀스럽기 때문에 ‘정리’라는 말보다는 ‘처리’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데드풀이 라이언 레이놀즈의 흑역사를 정리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숨 쉴 수 없이 웃기다.

#제4의 벽을 허문 데드풀

데드풀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스크린 속 주인공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스크린 넘어 관객에게 대화를 건다는 것이다. 관객과 영화 사이에는 ‘제4의 벽’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는 관객과 극 사이에 존재하는 가상의 벽을 의미한다. 우리는 뚫려있는 벽을 통해 이야기를 관람하지만, 배우들은 그것을 무시한 채 벽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연기한다. 그러나 <데드풀>과 <데드풀2>에서 주인공은 종종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스크린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심지어는 제4의 벽을 이용해 개그를 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주인공과 관객이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PC(Political Correctness) 운동

이는 모든 종류의 편견이 섞인 표현을 쓰지 말자는 사회적 운동을 의미한다. 한편으로는 정치적 올바름을 뜻하기도 하는 이 운동은 요즘 할리우드에서 다방면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극 중 데드풀은 팀을 결성하는데 ‘맨(Man)’은 남성성이 두드러지니 팀 이름을 ‘엑스포스’라고 하자고 한다. 또, 이야기를 돌아가게 만드는 ‘러셀’이라는 인물은 “엑스사이즈 히어로는 없다”는 대사를 한다. 이외에도 성소수자가 등장하고 오리엔탈리즘을 덜어낸 동양인이 등장한다. 이렇듯 <데드풀2>에서는 사회적으로 퍼진 편견을 언급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풍자한다. 또는 동성애자인 등장인물에게 “네가 동성애자라서 놀라는 게 아니고 네 성격에 연애한다는 게 놀랍다”며 오히려 동성애자인 것이 뭐가 놀랍냐는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대사와 장면들이 여럿 등장한다. 온갖 개그와 뒤섞여 나오기는 하지만 오히려 무겁게 다루지 않기 때문에 영화에서 던지는 메시지들이 진부하지 않다.

<데드풀2>는 아는 만큼 많이 보이는 영화다. 한마디로 불친절하다. 이번 영화의 호불호를 가를 가장 큰 요소가 바로 이것이다. 저번 시리즈도 그랬지만 이번 시리즈는 유독 패러디와 풍자가 많다. 같은 ‘마블’의 작품은 물론 ‘DC코믹스’의 작품도 꽤 알고 있어야 영화 진행 내내 이어지는 주인공의 농담을 이해할 수 있다. 사실 나도 이번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데드풀>을 정리한 영상과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정보를 많이 찾아보고 관람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이해하며 영화를 봤다. 친구들은 영화에 반도 이해를 하지 못했다며 이번 영화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런 측면에서 <데드풀2>는 정말 매니악하게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데드풀2>는 이미 <데드풀>을 본 사람은 물론 ‘정의감’ 아래 도덕성을 강요받고 선함의 표본처럼 보이는 히어로에 질린 사람도 즐겁게 볼 수 있다. 단, 원래 ‘마블’과 ‘DC 코믹스’의 팬이 아니라면 영화를 보기 전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을 쌓아두고 가는 편이 좋다. 영화를 보러 가서 이해하지 못해 넋 놓고 앉아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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