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 갈등 올해도 재연, "반려동물 식용 안돼" vs "소·돼지는 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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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탕 갈등 올해도 재연, "반려동물 식용 안돼" vs "소·돼지는 먹으면서..."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5.2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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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반대'여른 갈수록 늘어 올해는 과반수…"축산물위생관리법 개정해 이참에 법제화" 주장도 / 정인혜 기자

과거에 비해 먹는이가 많이 줄었다지만 보신탕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반려 동물인 개를 식용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식성은 개인의 기호이며 다른 동물은 먹으면서 개만 구분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올라온 글이 보신탕 논란에 불을 지폈다. ‘보신탕 안 끊으면 연 끊겠다는 새언니 어떻게 해야 되나요’라는 글을 쓴 글쓴이는 유기견 봉사를 하면서 만난 오빠와 예비 새언니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글쓴이의 사연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현재 상견례를 끝낸 오빠와 예비 새언니는 글쓴이 가족이 보신탕을 즐겨 먹는다는 이유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를 이유로 글쓴이의 오빠에게 한차례 결별을 통보했던 예비 새언니는 어렵게 다시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데, 글쓴이의 가족에게 ‘개고기를 먹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결혼 후에도 글쓴이 가족이 보신탕을 먹으면 ‘인연을 끊겠다’는 초강수까지 둔 상태다.

그는 “새언니가 회를 엄청 좋아하는데, 살아있는 생선 그대로 머리 잘라 회쳐 먹는 건 괜찮고 개고기는 안 된다는 건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 임신만 안 했으면 알아서 하라고 말했을 텐데 애가 있다 보니 걱정된다”며 “부모님께 말씀 드리면 지원도 다 끊기고 신혼집도 아빠 명의라 안 주실 것 같은데 부모님 성격상 상상 그 이상의 일이 일어날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당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한 네티즌은 “다른 동물도 다 감정이 있고 불쌍한데 왜 개만 불쌍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푸아그라, 샥스핀 같은 더 잔인한 음식은 고급음식이라고 거부감 없이 먹고 산낙지는 아예 산채로 씹어 먹고 고동, 대하도 산채로 삶아 먹지 않느냐”며 “낙지나 대하는 소리를 안 질러서 안 불쌍하고 개는 짖어서 불쌍하다는 논리인 건지...키우고 있는 개만 안 먹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개는 식용이 아닌 ‘반려 동물’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네티즌은 “개라는 종 자체가 워낙 인간에 친밀하도록 개량되어서 다른 동물과 다르게 취급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다른 동물들도 사람이 아끼면 나름 친해지기는 하지만, 개 정도로 사람을 좋아하진 않는다”며 “이게 바로 소, 돼지, 닭 같은 가축과 개가 다른 이유다. 먹을 것도 많은데 왜 굳이 개까지 먹으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열을 올렸다.

부산 구포 개시장에 위치한 한 점포의 철창 안에 개들이 갇혀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개 식용 논란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복날이 다가올 때마다 개시장에서 시위하는 동물 단체와 이에 대해 반발하는 시장 상인들의 모습은 연례 행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다만 비교적 찬반이 팽팽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개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이 찬성하는 사람보다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갤럽이 지난 2015년 8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좋지 않게 본다'는 응답자가 44%로 ‘좋게 본다' 응답자 37%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이듬해 1월 동물권단체 케어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개고기를 법으로 금지하자'는 의견에 찬성한 이는 조사 대상자의 46.3%였고, 이에 반대하는 이는 43.4%였다.

올해 조사에서는 상황이 뒤바뀌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해방물결'과 미국 ‘동물을 위한 마지막 기회'(LCA)가 지난 17일 공개한 ‘개고기 인식과 취식 행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개식용 반대가 응답자의 46%로 절반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며 찬성 응답자 18.5%를 압도했다. ‘어느 쪽도 아니다'는 35.5%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 11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됐다.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웹 설문 방식이 이용됐다.

일각에서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개 식용을 법제화하는 것이 갈등을 최소화할 지름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 축산법에는 개가 포함되어 있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개가 포함되지 않는다. 개 식용을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잔인한 도축 과정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 비춰 일순위로 해결돼야 할 문제임에도 이를 관리하는 법안이 없는 것이다. 법이 모호하다 보니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고, 비위생적이고 잔인한 환경에서 도축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식용 개를 합법적으로 깨끗하게 유통하자는 걸 반대해서 개 식용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된 것 아니냐”며 “양측이 조금씩 양보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식용 개를 더러운 견사에서 키운다고 반대하지 말고, 관련법을 만들어서 축산물로 분류해 관리도 하고 처벌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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