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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덮쳐 윤전기 침수되자 벽신문 제작해 재해민에게 정보 전달"

기사승인 2018.05.20  2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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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이시노마키히비 신문 히라이 미치코 편집국장 한국언론학회 봄철 학술대회서 '언론 사명' 주제 강연 / 조윤화 기자

한국언론학회는 19일과 20일 양일간 부산 경성대학교 건학기념관에서 '사회 변화와 미디어의 진실성'을 주제로 2018년 봄철 정기 학술대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전국 390여 명의 언론학자와 언론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총 10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한국언론학회는 이번 대회의 주안점을 “공신력의 위기에 직면한 한국 언론의 총체적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미디어 보도의 진실성이라는 가치 지향에 입각하여 한국 언론의 바람직한 변화의 모습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데 둔다”고 밝혔다.

'사회 변화와 미디어의 진실성'을 주제로 경성대에서 열린 2018년 봄철 정기 학술대회회 1부에서 <6일간 벽신문의 진실 보도: 동일본 대지진과 언론의 전달사명>을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사진: 취재기자 박찬 ).

언론학회 세미나 1부에서는 일본 지역신문 '이시노마키히비' 신문사의 히라이 미치코 편집국장이 '6일간 벽신문의 진실 보도: 동일본 대지진과 언론의 전달 사명'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날 강연의 패널로 고구레 노부유키 전 이시노마시키시 생활환경 국장, 허승호 신문협회 사무총장, 부산일보 김은영 논설위원, 정수영 성균관대 연구교수, KBS 정윤섭 기자, 한동대 주재원 교수가 참가했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19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돼 있다. 강진 발생 이후 초대형 쓰나미가 일본 곳곳을 덮쳤고, 대형 화재와 건물 붕괴가 일어나 인적, 물적 피해가 상당했다. 유례없는 커다란 재난이 닥친 극한상황에서도 충격과 혼란에 빠진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하기 위해 손으로 신문을 제작해 보도한 신문사가 있다. 일본 미야기현의 지역 언론 ‘이시노마키히비 신문사’ 얘기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이시노마키히비 신문사는 신문을 인쇄할 때 사용하는 윤전기가 침수돼 신문을 정상적으로 발행할 수 없었다. 인쇄할 수 없던 상황에서 기자들은 재난 속에서도 정보를 알리기 위해 6일간 손으로 신문을 작성해 이를 벽에 붙였다. 벽신문은 지진이 발생한 다음 날인 12일부터 총 6일간 제작됐다. 이 일로 "저널리즘의 본연의 역할을 완수했다"는 찬사를 받았고, 2011년 12월 제59회 키쿠치칸상, 2013년 3월 제20회 사카타 기념 저널리즘상 등 많은 언론상을 받았다. 신문사는 벽신문 제작 당시 상황을 책으로 엮어 <6일간의 벽신문>을 출간하기도 했는데 이 책은 올해 3월 한국어로 번역 출판됐다.

기자가 취재한 정보를 벽신문에 써넣었던 당시 모습을 설명하는 히라이 편집국장(사진: 취재기자 박찬호).

히라이 편집국장은 극한 상황 속에서도 ‘전달의 사명’을 다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대지진 당시 취재를 위해 각지로 흩어진 기자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조차 없었고, 윤전기는 침수돼 신문 인쇄는 불가능했다. 히라이 편집국장은 “맨몸으로 도망쳐 나와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리지 않으면 지역 신문사의 존재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신문사에 들어오는 정보를 최소한이라도 전달하기 위해 벽신문 제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신문용지는 젖지 않아 사용할 수 있었고 시청에 있던 기자들이 취재한 정보를 기자들이 유성펜으로 용지에 써넣는 방식으로 벽신문을 제작했다.

히라이 편집국장은 벽신문을 제작하면서 “난무하는 허위 정보를 바로잡아 사람들에게 가능한 희망을 전하는 것에 주력했다”고 한다. 벽신문에 실은 주 정보는 대피소의 위치, 구호물자 도착 소식 등 재해를 입은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우선으로 실었다. 가족의 생사도 확인할 수 없던 사람들은 벽신문을 통해 대피소의 위치를 알게 됐으며, 식료품이 바닥을 드러냈을 때 벽신문이 전한 ‘전국에서 구호물자가 도착하고 있다’는 소식 덕분에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히라이 편집국장은 “손으로 쓴 벽신문이었지만 이를 본 지역 사람들이 정확한 정보로 받아들여 주어 매우 고마웠다”며 “다시 한 번 이 지역에서 100년 동안 신문을 발행해 온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1912년 창간된 이시노마키히비 신문은 올해로 창간 106주년을 맞았다.

히라이 편집국장은 재해 후 신문사의 달라진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무엇보다 부흥 관련 기사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했다”며 “우리도 이점을 항상 의식하면서 지면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지진 전 논밭이었던 곳이 현재 주택단지가 돼 몇 천 명이 사는 시가지로 변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살아온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웃과의 교류가 큰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히라이 편집국장은 “신문을 통해 화제를 공유하고 지역에 동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동일본 대지진의 기억이 흐려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며 “이를 위해 대지진 관련 내용을 지면에서 계속 다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히라이 편집국장은 “벽신문에서 무엇보다 당부하고 싶었던 것은 ‘정확한 정보로 행동을’이라는 한마디였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재해 상황에서 SNS에 의한 구조와 지원이 효과를 내고 있다지만, 한편으로는 SNS에서 재난 상황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정보와 가짜 뉴스가 번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히라이 편집국장은 “SNS에 의한 정확하지 않은 정보와 가짜뉴스는 재해를 입은 사람들의 불안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폭동의 원인이 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말미에서 히라이 편집국장은 “손글씨로 쓴 벽신문이지만 독자가 받아들여 준 이유는 이시노마키히비 신문에 대한 신뢰였다”고 다시 한번 언급하며 “나는 이점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앞으로도 지역을 위해 정보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지진 후 성금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지원해주신 한국 분들께 재해를 입은 한 사람으로서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한다”고 덧붙이며 강연을 마쳤다.

강연 후 이어진 토론시간에서 부산일보의 김은영 논설위원은 “언론은 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이시노마키히비 신문사가 벽신문을 제작한 일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 참석한 경성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박정현(23) 씨는 “대지진 속에서도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던 이시노마키히비 신문사 기자들의 의지와 노력에 너무 감탄했다”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뜻깊은 강연이었다”고 말했다.

취재기자 조윤화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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