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부산경찰서장 폭탄 저격 박재혁 의사 순국 97주기 추모식 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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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부산경찰서장 폭탄 저격 박재혁 의사 순국 97주기 추모식 거행
  • 취재기자 박지현
  • 승인 2018.05.17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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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우 제대로 해야" 참석자들 박 의사 업적 알리기 다짐 / 박지현 기자

일제 강점기 시절, 의열단장 김원봉(金元鳳)의 지시를 받아 부산경찰서장 하시모토에게 폭탄을 던지고 그 현장에서 체포돼 옥중 단식을 벌이다 순국한 박재혁(朴載赫) 의사(義士)를 기리는 추모식이 지난 12일, 순국 97주기를 맞아 부산 어린이대공원서 열렸다.

추모식은 어린이대공원 깊은 안쪽에 자리 잡은 박재혁 의사의 동상 앞에서 진행됐다. 어린이대공원 입구엔 참석자들을 안내하기 위한 박재혁 의사 추모식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12일 부산 어린이대공원 앞에는 박재혁 의사의 순국 추모식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설치됐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현).

사단법인 3.1 동지회 중앙회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박재혁 의사 기념 사업회 회장과 유족대표, 3.1 동지회 중앙회 회원들, 국가유공자들, 박재혁 의사의 모교인 개성고등학교총동창회(전 부산상고) 부회장, 개성중학교의 교장과 개성중·고등학교 학생들, 그리고 부산 동구문화원 류종현 전문위원 등 약 100여 명이 참석했다.

12일 박재혁 의사 추모식이 열린 날 내리는 비를 피해 참석객들이 비가림막 아래에서 추모식을 준비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현).

본격적인 추모식은 오후 2시부터 시작했다. 비가 내리는 것을 대비해 행사장에는 비가림막이 설치됐다. 개식사 후 국민의례와 묵념, 애국가 제창이 순서대로 진행됐다. 주최 측 3.1 동지회에선 해마다 추모식에서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는데, 올해에도 어김없이 독립선언문이 어린이대공원에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우리는 이에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 이로써 세계 만국에 알리어 인류 평등의 큰 도의를 분명히 하는 바이며, 이로써 자손만대에 깨우쳐 일러 민족의 독자적 생존의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려 가지게 하는 바이다. …천하의 어떤 힘이라도 이를 막고 억누르지 못할 것이다.”

3.1 동지회 중앙회 부회장이 박재혁 의사 추모식에서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현).

독립선언문 낭독 이후에는 여러 인사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그중 많은 사람을 숙연하게 만들었던 부산 동구문화원 류종현 전문위원의 추모사는 끝난 후 여러 차례 큰 박수가 있었다. 류 위원은 “박재혁 의사님의 위대한 사상을 생각하면 우리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입니다...(중략)...이제는 부산시민이 뜻을 모아 의사님의 애국심을 알리겠습니다. 의사님이 물려주신 애국정신을 이어가겠습니다. 대한민국을 아름다운 나라로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부산보훈청장 대신 참석한 보훈과장은 부산지방보훈청에서도 박재혁 의사를 비롯한 부산의 독립운동가 6인을 선정해 기념우표와 엽서를 발행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독립정신을 알리기 위한 독립정신 이어받기 엽서 쓰기 대회와 문화재, 태극기 사진전을 개최했고, 순국선열들의 정신적 유산이 이 자리에 함께한 미래 세대들에게 전승될 수 있도록 앞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개성고등학교 총동창회 부회장은 박재혁 의사의 평전 제작에 약 3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준비 중이며, 박재혁 의사의 흉상을 당감동 모교에 내년 봄에 건립할 게획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박재혁 의사의 동상이 한가한 데 서 있는 게 안타깝게 생각해서, 부산 시민공원으로 동상을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생가 복원 등과 같은 사업에 정부나 부산시, 보훈단체 또는 동구청 등 여러 기관이 힘을 합쳐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아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개성고등학교 학생 김한민(17) 양은 “제 꿈이 군인인데, 이렇게 추모식에 참석해 박재혁 의사님에 대한 말씀을 듣고 나니 꿈이 좀 더 확실해질 수 있었다”며 “박재혁 의사의 업적을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재혁 의사의 모교 후배인 개성고 학생들이 추모식에서 헌화 후 묵념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현).

박재혁 의사의 여동생 손녀로서, 유족으로 참석한 김경은(54) 씨는 “작년에도 비가 와서 올해 추모식도 걱정했는데, 올해도 역시나 비가 왔다. ‘하늘도 (추모식을 )알고 있는 건가’하고 생각이 들며 가슴이 뭉클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 씨는 “유족들이 바라는 건 딴 게 없다. 박재혁 의사는 독립운동가 업적 4위로 뽑힐 정도로 훙륭한 일을 해내신 분인데, 예우가 부족한 현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당장 국가에서 큰 행사를 열지 않아도, 생가가 있는 구청장과 부산시장 등과 같이 영향력 있는 분들이 함께 와서 박 의사를 기리고, 좀 더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추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 어린이대공원 성지곡 수원지 앞에 자리 잡고 있는 박재혁 의사의 동상 앞에 화환들이 진열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현).

한편 박재혁 의사의 항일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부산 동구 범일동 KT회사 앞 사거리 조방로 일부 약 630m 구간에 ‘박재혁 거리’가 조성돼 있으며, 이 거리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박 의사의 생가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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