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느니 일하겠다” 황혼 알바생 구직 급증...점주도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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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느니 일하겠다” 황혼 알바생 구직 급증...점주도 "대만족"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5.12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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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이상 구직자 4년새 7배...편의점·음식점·대형마트서 근무, "친절하고 부지런" 호평 / 신예진 기자
100세 시대를 맞으면서 50대 이상 노년층이 구직 활동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은퇴 후에도 일자리를 찾으려는 50대 이상의 ‘황혼 알바생’이 늘고 있다. 고용주들은 사회 경험이 풍부한 이들의 시장 진입을 반기고 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월 한 달간 새로 등록된 신규 이력서의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50대 이상 아르바이트 구직자가 무려 7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4년 1월에는 고작 768명이었다. 그러나 2015년부터 1242명, 2016년 2195명, 2017년 2814명, 올해인 2018년에는 5403명에 달했다.

이들이 황혼 아르바이트에 도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생계 문제 때문이다. 은퇴 후에도 소소하지만 일정한 소득을 얻기 위해서다. 동네 마트에서 근무하는 박모(68) 씨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매일 4시간 계산대를 책임진다. 박 씨는 “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용돈이라도 벌어보고 싶어서 일을 시작했다”며 “집에 앉아 있어봤자 TV밖에 더 보겠냐”고 말했다.

점주들은 ‘황혼 알바생’이 반갑다. 알바몬이 이들을 대상으로 ‘황혼 알바생 선호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점주 50.8%가 황혼 알바생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특히 황혼 알바생이 인기 있는 업종은 △편의점(63.6%) △일반 음식점(62.1%) △대형마트(58.3%)인 것으로 드러났다.

황혼 알바생의 강점은 뭘까. 점주들은 ‘지각 및 결근 등이 없어 근태가 성실하다(33.1%)’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오랜 사회생활로 부지런함이 몸에 배어 있다는 설명이다. 점주 신모(55) 씨는 “처음에는 나이 드신 분을 고용하기가 꺼려졌는데 지금은 아주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며 “(황혼 알바생이) 우리 가게에서 근무일지를 가장 꼼꼼하게 작성하는 직원 중 하나”라고 칭찬했다.

황혼 알바생들의 ‘장기근무(29.9%)’도 점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개 아르바이트생은 학생이거나 부수입 마련을 위한 직장인 등이다. 그러니 아르바이트가 그들에게 1순위가 될 수 없다. 하지만 50대 이상의 황혼 알바생들은 아르바이트가 곧 그들의 본업이다. 당연히 새로운 직원을 고용하는 데 성가심을 느끼는 점주들에게는 황혼 알바생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연륜에서 오는 능숙한 일처리(26.1%) △문제 발생 시 침착하고 차분하게 해결한다(6.4%)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다독이고 이끌어주며 근무한다(2.5%) 등의 의견이 있었다.

황혼 알바생들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대부분 젊은 알바생과 비교해 다른 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안송희(25, 경남 창원시) 씨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는 할아버지가 계신다”며 “엄청 친절해서 사장님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신소희(21, 부산시 진구) 씨가 어느날 평일 조조 영화를 보러 갔는데 티켓을 확인하시는 분이 백발 할머니였다. 신 씨는 “화장실을 갔다 오느라 영화 시작 시각에 임박해 입장했는데, 할머니께서 웃으면서 ‘영화 놓치겠어요. 얼른 들어가요’라고 말씀해주어서 푸근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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