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된 밥에 재뿌렸네"...입사지원서 맞춤법 틀리면 탈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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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에 재뿌렸네"...입사지원서 맞춤법 틀리면 탈락한다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5.12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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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소양 부족 부정적 인상...인사담당자 43% "맞춤법 실수 잦으면 평가 좋아도 탈락" / 조윤화 기자
취업지원서에 맞춤법이 틀릴 경우 서류 전형에서 탈락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017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가 열린 가운데 취업준비생들이 현장 면접을 보고 있는 모습(사진: 더팩트 문병희 기자, 더팩트 제공).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스펙 쌓기에 열중인 취준생에게 우리말 맞춤법이 때 아닌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고 난 뒤, 미처 수정하지 못한 맞춤법 실수를 확인하고 당황하는 취준생들이 상당하다. 취업 정보가 오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실수한 맞춤법 개수나 예시를 나열하며 ‘맞춤법 실수 딱 두 개 했는데 통과할 수 있을까요’, ‘열심히를 열심이라고 썼는데 서류 전형에서 탈락할까요’라는 식의 글들을 상당수 찾아볼 수 있다.

맞춤법 실수는 작은 실수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1차 서류전형에 통과하는 것조차 바늘구멍 뚫기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취준생들은 작은 실수 하나에도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하반기 신입 공채 서류전형 합격률을 조사한 결과, 취준생들의 서류전형 합격률은 17.6%에 불과했다. 취준생들은 평균 7.4곳에 지원해 1.3회의 서류전형 합격을 기록한 것. 지원한 기업 서류전형에 모두 탈락해 ‘서류전형 올킬’을 당했다는 응답자 역시 27.0%로 높게 나타났다.

취준생 조모(29, 부산시 금정구) 씨는 올해 상반기 공채시즌에 문제집 전문 출판사에 지원했다가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직무'를 '직부'로, '~로서'를 '~로써'로 잘못 기재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자동으로 맞춤법 실수를 정정해주는 맞춤법 검사기까지 여러 번 돌려가며 맞춤법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기 직전 새벽에 석연치 않은 부분을 수정했는데 그 와중에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조 씨는 "맞춤법 실수 때문에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때문에 탈락의 여지를 남겨 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많은 취준생이 자기소개서를 비롯한 입사지원서에 맞춤법 실수를 범하고 있고, 대다수 인사담당자가 이를 탐탁지 않아 한다는 것은 통계로도 증명이 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10월 인사담당자 733명, 입사지원서 제출 경험이 있는 취업준비생 796명을 대상으로 ‘자기소개서 내 맞춤법 실수’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대부분 인사담당자는 맞춤법이 틀린 자기소개서에 부정적 인상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 인사담당자 90.7%가 ‘맞춤법이 틀린 자기소개서, 입사지원서를 받아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맞춤법이 틀린 자기소개서가 주는 인상에 대해서는 43.9%의 인사담당자가 ‘부주의해 보인다’고 답했으며 41.8%는 ‘기본도 잘 지키지 않는 것 같아 업무 능력에 대한 의심이 생긴다’고 답변했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맞춤법 실수는 실제 채용 여부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서류전형 평가 결과가 합격 수준인 지원자의 지원서에 맞춤법이 틀렸다면 어떻게 처리할지를 묻자, 40%의 인사담당자는 ‘여러 차례 맞춤법이 틀린 경우 평가 결과가 좋더라도 탈락시킨다’고 답했으며, ‘무조건 탈락시킨다’는 응답도 4.7%로 나타났다.

실제로 맞춤법을 틀린 지원서에 대해 탈락 처리를 한다고 밝힌 인사담당자들은 그 이유로 ‘맞춤법은 상식, 기본 소양에 해당하기 때문(40.4%)’을 1위로 꼽았다. 또 ‘부주의하고 꼼꼼치 못해 보여서(27.6%)’, ‘회사에 대한 열의, 성의가 없어 보여서(15.5%)’ 가 뒤를 이었다.

한편, 지금까지 10만 개 이상의 이력서를 검토했다는 DeNA 인사 총괄 박은영 전무는 취업을 주제로 한 '10인의 라이프 멘토링 소나기'란 제목의 공개강연에서 “맞춤법, 띄어쓰기를 틀리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개중에서 가장 최악인 경우는 경쟁사의 이름을 잘못 기재하는 경우”라며 “자기소개서를 다 쓰고 나면 입으로 소리를 내 여러 번 읽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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